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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취재:
억눌려 온 분노를 폭발시킨 여성 노동자들

비정규직 악법 시행을 하루 앞둔 6월 30일 이랜드일반노조 조합원 6백여 명은 용역깡패들의 무자비한 폭력을 뚫고 홈에버 상암점을 점거했다.

노동자들은 그동안 이랜드 자본에 억눌려 온 분노를 폭발시키고 있었다.

목동분회 조합원은 이렇게 말했다. “이랜드는 비정규직에게는 계약해지를 남발하고, 정규직에게는 인사발령을 남발합니다. 외주화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일자리도 위협하고 있어요.”

계산분회 김명희 조합원은 “나는 정규직인데도, 보너스가 없는 달은 월급이 80만 원 조금 넘어요. 한 달에 1백만 원씩 받아보는 게 소원입니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뉴코아노조 이은주 비정규직 대의원은 일방적인 계약해지 통보를 폭로했다. “2년 4개월을 일하고 해고당한 것도 억울한데, 계약해지를 문자로 통보하더군요.”

안양분회 박복희 조합원은 노무현 정부가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노무현이 기타 치면서 눈물을 흘리더니만 그건 다 쇼에 불과했죠. 비정규직을 다 잘라내는 법을 만들고 … 내 딸들도 비정규직으로 살게 할 수는 없어요. 노동자 자식들은 다 비정규직 되는 거 아닌가요. 얼마나 억울한 세상입니까.”

노동자들은 그동안 엄격한 감시와 통제, 인격모독과 멸시도 당해 왔다.

“하루 종일 꼬박 9∼10시간을 서서 일해야 해서 관절염에 걸린 사람들이 많아요. 4시간만에 10분씩 휴식시간이 주어져 화장실도 못 가죠. 방광염에 걸린 사람들도 있어요.”

“아침 조회 때마다 매니저들에게 잔소리를 듣고 ‘스마∼일' 하면서 고객을 맞을 수는 없어요. 우리도 감정이 있는 인간입니다.”(시흥분회 조합원들)

고객을 가장한 요원들이 노동자를 감시하는 ‘모니터링 제도'는 노동자들을 초긴장 상태로 내몰았다. “이제는 자다가 남편이 다리로 툭 쳐도 ‘예, 고객님'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옵니다.”(중동분회 조합원)

립스틱 색깔과 머리핀·악세사리까지 통일하도록 요구하는 유통업체에서 인권이란 말은 요원하다. 노동자들은 울화통이 터지는 것을 꾹꾹 참아왔다고 말한다. “일하다 보면 더럽고 치사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죠. 앞치마를 벗어서 관리자 얼굴에 확 던져버리고 싶은 마음이 하루에도 열두 번씩 들어요. 하지만 차마 그렇게는 못하고 화장실에 몰래 들어가서 울곤 하죠.”

이런 울분 때문에 노동자들은 “이번에는 끝장을 보자”는 자세다.

조합원의 대다수가 중년 여성이다. 목동분회의 한 남성 조합원은 “여성 노동자들이 남성보다 더 강하게 느껴질 때가 많아요. 용역깡패와 싸울 때도 물러섬이 없고, 항상 투쟁에 선봉에 서 있죠. 우리 여성 조합원들이 너무 듬직합니다” 하고 말했다.

앞치마

6월 30일에 성공적으로 매장을 점거한 노동자들은 애초 계획한 이틀 간의 농성에 더는 만족하지 않았다. “어렵게 들어왔는데, 우리 발로는 그냥 못 나간다”는 말이 곳곳에서 나왔다. 안양분회 조합원은 “칼을 뺐으면 무라도 베야지, 정규직화 될 때까지 끝까지 가야 합니다. 이 자리를 꿋꿋이 지켜야 합니다” 하고 말했다.

3차례에 걸친 분회 토론과 쟁대위 회의는 치열하고 열띠게 진행됐다. 진정한 현장 노동자 민주주의가 구현되는 순간이었다.

결과는 모두를 흥분시켰다. 김명희 월드컵 분회장은 이렇게 발표했다. “우리는 절대로 물러설 수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 마지막 한 사람이 경찰에 연행될 때까지 매장을 지키기로 했다. 우리가 단결해야 우리 밥그릇을 지킬 수 있다. 우리가 할 일은 여기 전장의 한가운데에서 후퇴하지 않는 것이다.” 커다란 함성과 호루라기 소리로 매장이 떠나갈 듯했다!

홍윤경 사무국장은 눈물로 연대를 호소했다. “대부분이 주부인 조합원들이 아래로부터 점거 파업을 연장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루에 몇 명씩이라도 대열에 함께해 주십시오.”

노동자들은 매일 아침과 저녁을 라면·김밥으로 때우고, 차가운 바닥에서 종이박스 한 장에 몸을 의지하면서도 규율 있게 투쟁 대오를 유지하고 있다. 뉴코아 노동자들도 전면 파업을 벌이면서 강남 뉴코아 등 주요 거점 타격 투쟁을 지속하기로 했다. 용역깡패의 침탈, 경찰력 투입도 두려워하지 않는 이 노동자들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연대 투쟁이다.

이랜드 노동자들도 이를 절실히 원하고 있다. “며칠 전 면목점 타격 투쟁 때, 택시·덤프 노동자들이 많이 와줘서 매장을 멈출 수 있었죠. 이번에는 더 많은 노동자들이 와줬으면 좋겠어요. 연대가 빨리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