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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의 뿌리는 ‘테러와의 전쟁’

미국 부시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을 침략한 지 7년이 지났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의 현재 상황은 비참하기 이를 데 없다.
부시가 약속한 “자유”와 “민주주의”는커녕 아프가니스탄 주민의 절반이 빈곤에 시달리고 있고, 실업률은 40퍼센트를 웃돈다.

“미국은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렸[지만] … 민주주의와 인권의 적이자 탈레반과 다를 바 없는 악의 무리 ‘북부동맹’의 더럽고 악명 높은 범죄자 친구들을 새 정권의 우두머리로 세웠다. … 북부동맹 지도자들은 지난 20년 동안 무고한 민중 수만 명을 학살한 책임이 있지만 [미국의 지원 아래] 아프가니스탄 정부에서 핵심 요직을 꿰차고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말라라이 조야, 아프가니스탄 여성 국회의원)

전쟁 이후 대다수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에게 깨끗한 식수와 전기, 의료시설 등은 ‘사치품’이 됐다. 수도인 카불조차 하루에 2시간 정도만 전기가 들어오고, 아프가니스탄 전체의 90퍼센트는 아예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다. 매일 7백 명의 아이들과 50~60명의 여성들이 의료 서비스의 부족으로 죽어간다.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의 평균 수명은 43세로 추락했다.

모든 것이 파괴됐지만 재건은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의 기업활동감시 시민단체 ‘코프워치(Corpwatch)’는 서방의 아프가니스탄 재건 활동을 다룬 보고서에서 이렇게 결론내렸다.

“아프가니스탄을 위해 책정된 돈은 결코 실제로 카불에 도착하지 않았다. 재건 결과는 병원과 진료소, 학교를 붕괴시키고 있고, 남은 것은 흠집 나고 위험한 고속도로뿐이다. … [점령은]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에게 더 많은 폭력을 가할 민병대와 군벌들을 풀어놓았다.”

군벌

2001년 11월 탈레반 정권이 함락된 뒤 부시 대통령의 부인 로라 부시는 라디오 주례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테러리즘에 맞선 전쟁은 여성의 권리와 존엄을 위한 전쟁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타리크 알리가 말했듯이, “오늘날 누군가 이런 주장을 되풀이한다면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그의 면전에 침을 뱉을 것이다.”

지난해 카르자이 정부는 악명 높은 종교 경찰인 ‘미덕증진-악행단속 부(部)’를 부활시켰다. 이 기구는 대다수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부르카(머리에서 발끝까지 가리는 이슬람 베일의 일종)를 계속 착용하도록 강요하는 한편 여성의 이동권을 제한하고 여성들이 공공장소에서 노래 부르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들을 새로 도입했다.

아프가니스탄인권위는 점령 이후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자살률이 오히려 급증했다고 말한다. 아프가니스탄 북부에서는 북부동맹 소속 군벌들에 의한 소녀와 여성 강간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아프가니스탄인들이 전쟁과 점령으로 죽었는지는 정확히 가늠할 길조차 없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는 2006년에만 미군이 주도한 군사작전으로 사망한 사람이 4천4백여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비참한 점령 상황 때문에 2006년에만 2백16만 1천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미국난민이민자위원회(USCRI))

더구나, 올해 들어 미군과 다국적군이 군사작전을 확대하면서 사상자 수가 크게 늘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 외국 지원기구, 유엔이 공동 작성한 〈아프가니스탄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올해 상반기에만 3천7백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최근에도 점령군은 동부 파크티카 주(州)에서 탈레반을 소탕한다며 학교에 있던 어린이 7명을 학살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프가니스탄인들이 점령 세력에게 극도의 환멸과 분노를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반면, 아프가니스탄인들 사이에서 신뢰를 잃었던 탈레반은 외국 점령군 축출을 내걸고 싸우면서 다시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점령이 추악하고 야비할수록 그에 맞선 저항 역시 온갖 수단을 동원하기 마련이다. 오직 부당한 침략 전쟁과 점령이 끝날 때만 이 모든 비극의 뿌리를 도려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