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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과 부시가 피랍 한국인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 즉각 철군 선언하라! 포로 교환 요구 수용하라!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가 보름을 넘기고 있다. 그 동안 피랍 한국인 23명 가운데 2명이 참담하게 목숨을 잃었고, 나머지 21명의 안전 역시 여전히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처지다. 지난 보름 동안 피랍 한국인들과 그 가족들은 그야말로 생지옥에 있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피랍자 가족들의 고통에 공감하며 살아남은 피랍 한국인들만은 부디 무사 귀환하길 바란다. 우리 반전 운동은 탈레반의 무고한 민간인 납치·살해 행위가 도덕적으로 옳지 않을 뿐 아니라 국제적 연대와 대중적 반전 운동 건설에도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믿는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사태의 진정한 뿌리와 책임이 부시 정부가 벌인 ‘테러와의 전쟁’과 그에 동참한 노무현 정부의 파병 정책에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부시 정부는 아프가니스탄을 불법 침략해 7년째 점령하고 있고, 그 결과 수만 명의 무고한 아프가니스탄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지금 아프가니스탄인들은 전쟁과 점령이 초래한 참상과 재앙 속에서 신음하며 분노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이런 더러운 침략 전쟁을 돕지 않았다면 무고한 한국 민간인들이 납치·살해되는 비극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노무현 정부는 피랍 한국인들을 구하기 위한 실질적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한국군을 즉각 철군하겠다’는 약속도, ‘미국 정부는 포로 교환 요구에 응하라’는 촉구도 하지 않고 있다.

탈레반은 피랍 사태 초기부터 ‘한국군 철군’과 ‘탈레반 포로 석방’을 일관되고 분명하게 요구했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탈레반의 요구가 분명치 않다”느니 “몸값을 요구하는 것 같다”느니 하며 계속 시간만 끌어왔다. 노무현 정부가 이렇게 딴청을 부리며 사태 해결을 위한 실질적 조처를 회피하는 동안 두 명의 피랍 한국인이 허망하게 목숨을 잃었다.

최근의 대통령 특사 파견 역시 사태 해결을 위한 진지한 노력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정치 쇼’였다.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미국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옆차기

그럼에도 노무현의 특사 백종천은 부시가 있는 워싱턴이 아니라, 부시의 꼭두각시 카르자이가 있는 카불로 날아갔고 그나마 카르자이에게 포로 석방을 분명히 요구하지도 못했다.

이러한 ‘옆차기’ 시리즈의 극치는 백종천 특사의 파키스탄 방문이다. 파키스탄은 ‘테러와의 전쟁’ 동맹국일 뿐 아니라 미국의 요청에 따라 자국 내에서 오랫동안 탈레반 소탕 작전을 벌여온 국가다. 또, 최근에는 이슬람주의자들의 근거지 중 하나로 알려진 ‘붉은 사원’을 습격해 대규모 학살극을 벌인 바 있다.

지금 탈레반과 한국 정부 사이에 직접 협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사태 해결의 전기 마련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노무현 정부가 피랍 한국인 석방을 위한 실질적 조처를 취하느냐에 달려 있다. 만약 그렇지 않고 노무현 정부가 지금까지처럼 한편으로는 ‘면피’할 구실을 찾는 데 골몰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요행’을 바라며 시간을 버는 데만 매달린다면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또, 만에 하나 노무현 정부가 이번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미국과 모종의 막후 거래, 예컨대 이라크 파병 연장 따위를 시도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재앙을 부를 범죄행위가 될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지금이라도 탈레반 포로 교환을 미국 정부에 요구하고, 아프가니스탄 점령과 파병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오직 그럴 때만이 남아있는 피랍 한국인 21명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