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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의 참의원 선거 참패:
신자유주의와 군국주의에 제동을 건 일본 민중

얼마 전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여당인 자민당이 참패했다. 기쁜 일이다. 선거가 치러진 1백21석 가운데 자민당은 겨우 37석을 얻었다. 민주당은 60석을 얻어 제1당이 됐다.

이번 선거 결과는 아베가 추진했던 군국주의 부활과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대중의 의구심과 불만을 보여주는 것이다. 고이즈미의 ‘개혁’ 이후 공공부문 사유화와 구조조정이 본격화됐고, 아베도 노동자 “과로사”를 “촉진”할 노동기준법을 개악하려 해 왔다.

5천만 명에 이르는 국민연금 기록이 사라진 어처구니없는 사건은 아베표 ‘개혁’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보여 줬다. 아베는 이 사실을 알고도 “사회적 불안이 확산될 수 있다”며 은폐하려 했는데, 그의 태도는 오히려 대중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신자유주의 정책 때문에 일본 민중의 삶이 망가져 왔다. 소득재분배 후 지니계수를 보면 일본은 신자유주의가 판치는 미국식 사회에 가깝다. 일본은 0.322(2001년 기준)로 미국 0.368(2000년 기준)에 근접했다. 빈곤률은 1995년 8퍼센트에서 2005년 15.3퍼센트로 늘었다(덴마크는 4.3퍼센트). 일본은 OECD 선진국 중 세 번째로 빈곤률이 높은 곳이다.

전체 노동자 중 비정규직은 34.6퍼센트로 늘었고, 특히 여성 노동자는 50퍼센트 이상이 비정규직이다. ‘1억 총중류(總中流: 국민 대다수가 중산층)’의 신화는 무너지고, ‘격차사회(格差社會:양극화 사회)’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아베는 고이즈미의 ‘우정 개혁’과 비슷한 신자유주의 포퓰리즘 쇼로 재미를 보려 했다. 고이즈미가 “공무원들의 천국을 깨뜨리겠다”고 했던 것처럼, 아베는 “공무원이 원흉”이라며 사회보험청을 해체하려 했지만 대중의 반응은 싸늘했다. 아예 지방공공단체공무원노조는 민주당에게 50만 표를 몰아 줬다.

꽁무니 좇기

민주당은 대중의 불만을 어느 정도 수렴했다. 국가보장 연금통장 도입, 어린이 수당 지급, 농가소득보장제 실시, 비정규직 차별 시정, 파병 자위대 철군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신자유주의와 일본 군국주의 부활에 진지하게 맞서 싸울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민주당은 자민당 이탈파와 옛 사회당 우파가 결합해 만든 잡탕 정당이다.

민주당은 해마다 경단련을 찾아가 자기들이 정권을 당담할 능력이 있으며, 일본 재벌들의 이익을 거스르지 않을 것임을 입증해 보이려 애써 왔다. 또, 민주당은 군국주의를 부추길 헌법 개정에도 근본으로 반대하지 않는다. 자민당 우파 그룹 출신인 당대표 오자와 이치로는 1990년대 초부터 군국주의 부활을 부추긴 ‘보통국가론’의 주창자다.

선거 승리 직후 오자와 이치로는 테러대책특별조치법 연장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리 되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인도양에 파견된 해상 자위대는 올해 안에 철수해야 한다. 이는 일본내 반전 압력이 상당함을 보여 준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다수의 지배자들은 그가 동맹간 협력을 어지럽히고, 이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고 나간 것을 불쾌해 한다. 벌써 민주당 안에서는 이견이 터져 나왔다. 전 대표 마에바라는 “[전쟁에서] 일본이 빠지는 것은 국익에 반한다”고 했고, 민주당은 “특별조치법을 대신해 새 법 제출을 검토하겠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사실, 오자와 이치로 자신도 일본 국가전략이 미일 동맹에 기반해야 한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는다.

민주당의 신자유주의적 본질과 미일 군사동맹 꽁무니 좇기는 그들을 지지했던 민중과 모순을 빚을 것이다.

일부 언론들은 이번 선거에서 미일 군사동맹 강화, 헌법 개정 같은 ‘정치’ 문제는 핵심 쟁점이 아니었으며 대중도 여기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것처럼 보도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지난 5월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69퍼센트가 넘는 사람들이 이번 선거에서 헌법 개정 문제를 판단 근거로 삼겠다고 한 바 있다.

기회

또, 주류 정치 변동에서 미일 군사동맹, 헌법 개정 등 일본의 국가 전략 문제는 늘 핵심적인 것이었다. 예를 들어 ‘1955년 체제’[자민당 독주 속에서 사회당이 제1야당으로 대립하는 구도]는 미일 안보조약 파동의 여파로 만들어졌고, 1991년 이라크 전쟁 개입 논란 후폭풍으로 붕괴했다. 그 결과 자민당은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야당에 정권을 내줬다. 사회당은 공명당, 자민당 등 보수 정당들과 무원칙하게 연립 정부 구성을 추진하더니 스스로 분열하고 우경화하다가 결국 붕괴했다. 탈냉전 이후 주류 정치의 유동성은 점점 높아졌다.

문제는 진보진영이 이에 대처하는 데 실패해 왔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사민당(옛 사회당)은 의석 수가 2석으로, 공산당은 3석으로 줄어 더욱 주변화했다.

그러나 진보 정치의 토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헌법 9조’ 개정에 반대하는 여론은 조사기관마다 다르지만 모두 찬성보다 높다. 게다가 반대 여론은 해마다 늘어 왔다. 〈니케이〉 조사를 보면 반대 여론은 2005년 45.7퍼센트에서 지금은 55.8퍼센트로 늘었다. ‘헌법 9조’ 개정 반대 운동 연합체인 ‘9조의 회’로 집결한 단체·모임이 2005년에는 3천여 개였지만 지금은 6천 개가 넘는다.

일본의 한 좌파 저널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기성 정당과 독립적인 진보 후보가 도쿄 선거구에서 당선했다. 이 후보는 이라크 반전 운동을 이끌었던 ‘월드피스나우’ 등의 젊은 활동가들의 지지를 받았다. 오키나와에서도 미군기지에 반대하는 후보가 당선했다.

이는 일본에서 새로운 진보 정치 세력을 건설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내년에 일본에서 열리는 G8 정상회담에 반대하는 공동캠페인이 성공을 거둔다면 새로운 진보 정치의 토양을 만드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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