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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
익숙한 위기의 변주곡

국제 금융시장에서 매우 심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것은 자본주의 역사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매우 익숙한 장면이기도 하다.

간단히 말해, 지난 주말 많은 은행에서 돈이 바닥났다. 국제 금융시장은 은행들이 서로 돈을 빌리고 빌려줘야 돌아간다.
그런데 지난주 이 중요한 은행간 거래 시장에서 돈줄이 말라붙은 것이다. 은행들은 미국의 이른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시장의 부실 채권에 발목이 잡혔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은 신용불량자들에게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며 성장했다. 이론적으로는, 은행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에 대한 대출을 부채담보부증권(CDOs)이라는 복잡한 금융상품으로 통합해서 이를 헤지펀드 등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올해 초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이 붕괴했다. 그 여파로 지난 몇 주간 금융시장은 사실상 공황 상태에 빠졌다. 결국 은행들은 판매할 수 없는 부실 채권을 떠안게 된 것이다.

금융시장은 여느 시장과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에 따라 작동한다. 돈이 부족해지자 금리가 오르기 시작했다. 따라서 중앙은행들은 시장 개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 은행들이 기피하는 부실 채권 때문에 몇몇 유럽 은행들이 곤경에 처하자, 유럽중앙은행이 먼저 대응에 나섰다. 유럽중앙은행은 지난주 목요일 9백50억 유로를 시장에 투입했고, (현재까지) 최악의 공황 상태를 보인 금요일에는 6백10억 유로를 투입했다.

개입을 보류한 미국중앙은행, 즉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겁먹은 딜러들한테 맹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금요일이 되자 연방준비제도이사회도 3백80억 달러를 풀어 모기지 증권을 사들였다.

위기의 동역학

사람들의 이목은 CDO를 비롯한 이른바 신용 파생상품들이 공황 상태를 만들어낸 것에 집중했다. 그러나 이 복잡한 금융 공학에도 불구하고 위기의 동역학은 매우 낯익은 것들이다.

2000년대에 득세한 저금리 경향 덕분에 신용대출이 쉬워졌다. 이것은 언뜻 보기에 고수익을 보장하는 듯한 모험적 사업에 대한 투자를 부추겼다.

저금리 신용대출이 실물경제 회복과 결합되면, 2000∼2001년 이후 미국에서 그랬듯이, 십중팔구 진정한 고수익 사업 기회들이 많아질 것이다. 그러나 경기순환이 계속되면서 그런 확실한 투자처는 갈수록 줄어든다.

나중에는 더 위험한 거래, 명백한 사기성 거래들이 인기를 끌게 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이 대표적이다. 중개인들은 모기지 판매에 열을 내느라 고객들의 신용 상태를 조사하지 않았다.

55달러

드물게 조사가 진행되더라도 주택 구입 희망자들은 www.verifyemployment.net 같은 회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캘리포니아의 이 작은 회사에 55달러의 수수료만 내면 당신을 ‘자영 도급업자’로 채용해 대출을 받도록 도와줄 것이다. 이 회사는 당신의 소득을 입증할 ‘증빙서류’로 급여명세서를 제공하며, 25달러만 더 내면 당신의 채권자가 신원조회를 할 때 당신에 관해 좋은 말을 해 줄 사람도 제공한다” 하고 보도했다.

그러나 머지않아 거품은 터지게 마련이다. 영리한 투기꾼들의 요령은 언제 발을 뺄지 아는 것이다. 몇 주 전에 시티코프 회장 척 프린스는 이런 철학을 이렇게 표현했다. “춤이 끝나면 … 문제가 복잡해진다. 그러나 음악이 연주되는 동안은 계속 서서 춤춰야 한다. 우리는 여전히 춤추고 있다.” 춤이 끝났을 때 시티코프는 지난달에 신용대출 시장에서 7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기록했다.

불행히도 이것은 무도회가 아니다. 금융시장이 춤출 때 발생한 악성 투자 때문에 경제 전체가 불황으로 빠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계속 “근본[펀더멘틀]은 튼튼하다”고 말한다. 지난 토요일에 〈파이낸셜 타임스〉는 “경제 기초와 성장 전망은 여전히 밝다”고 보도했다.

지난 몇 년 간 세계경제가 상당히 빠르게 성장한 것은 사실이다. 미국의 신용호황 덕분에 지금 중국에서 대량으로 생산되는 저가 공산품에 대한 수요가 증대했다. 그리고 중국은 특히 독일과 일본에서 시설과 장비를 수입하고, 이 덕분에 독일과 일본 경제는 오랜 지지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따라서 미국 경제는 여전히 세계 자본주의의 성장 엔진이다. 그런데 미국 경제는 지난 몇 주간의 신용경색 전부터 이미 둔화하고 있었다. 만약 각국 중앙은행들이 신속하게 금융 안정을 회복시키지 못한다면 험난한 시기가 닥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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