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9일 프랑스 최대은행인 BNP파리바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투자했던 3개 펀드의 환매 중단을 선언하자, 전 세계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위기에 빠졌다.

결국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해 캐나다, 일본, 스위스, 호주 등 주요국 7개 중앙은행이 8월 9∼10일에 2천9백30억 달러(약 2백70조 원)의 긴급자금을 풀어 일단 급한 불길을 잡았다.

그러나 대형 금융기관들도 서브프라임 모기지로부터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어 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

게다가 미국뿐 아니라 중국 등에서도 부동산 시장 위기 조짐이 커지고 있다. 3조 위안(약 3백70조 원)에 달하는 중국의 주택담보대출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대출보다 훨씬 부실화 가능성이 높”으며 “머잖아 거품이 터질 위험이 있다.”(이센룽 중국과학원 금융연구소 연구원)

한국 정부는 한국 금융회사들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채권이 약 8천억 원밖에 안 돼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나 세계 금융시장 상황이 국내 금융시장이나 금융기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주장한다.

신용경색

그러나 금융 시장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 자금이 안전한 미국 국채 등에 쏠리면 한국의 주식·부동산 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8월 10일 코스피지수가 무려 80.19(4.2퍼센트)나 떨어져 약 40조 원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은 한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 깊숙이 편입돼 이에 직접적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 줬다. 신자유주의자들이 찬양해 온 ‘세계화’와 금융 투기에 대한 규제 완화가 금융 위기의 ‘세계화’를 낳고 있는 것이다.

대출에 의존한 소비로 지탱해 온 미국 경제가 ‘신용경색’으로 인해 실물 경제마저 불황에 빠지면 미국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중국 경제가 흔들리고, 미국과 중국 수출에 의지해 온 한국 경제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전년 7월에 비해 올해 7월까지 수출이 20퍼센트 정도 증가하면서 경제성장을 이끌었는데, “서브프라임 문제 때문에 미국의 실물경제가 타격을 받을 경우 국내 제품에 대한 미국의 수입이 감소해”(무역협회) 수출이 어려움에 빠질 것이다.

한편, 한국에서도 지난 몇 년간 부동산 폭등에서 저금리 가계 대출이 지렛대 구실을 했다. 〈매일경제〉는 “한국에서도 저금리 시대에 폭발적으로 늘어난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화할 위험”을 지적했다.

한국은행이 2달 연속으로 콜금리를 인상해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3백조 원이 넘는 국내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2년 전 4.7퍼센트의 대출 금리로 1억 5천만 원을 빌린 사람의 경우, 금리 인상으로 대출 금리가 6.26퍼센트로 늘어나 이자 부담만 연간 2백34만 원이 늘어나기도 했다. 늘어난 이자 부담은 소비를 위축시켜 내수 부진도 심화시킬 것이다.

게다가 미국이 경기 부진에 빠져 금리가 떨어지는 반면 일본 금리가 오르며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 ‘엔캐리 트레이드’(금리가 매우 낮은 일본에서 돈을 빌려 이를 금리가 더 높은 나라들에 투자하는 것)가 이탈하고 이것은 한국의 주식·부동산 가격 하락을 부추겨 위기를 심화시킬 수 있다.

이런 신용 경색은 낮은 이윤율로 허덕이는 한국 경제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