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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방도 모르는 서민 후보?

이회창은 1백14평짜리 호화 빌라 파문으로 대중의 분노를 사자 “낮은 곳으로 임하겠다”며 양복을 점퍼로 갈아입었다. 또, 가락시장에서 배추를 나르고 환경미화원과 함께 청소하는 등 서민 시늉하느라 갖은 부산을 다 떨었다. 흙 묻은 오이를 씻지도 않고 그대로 먹으면서까지 ‘귀족’ 인상을 지우려 했다. 서민은 흙 묻은 더러운 오이를 그대로 먹어야 한다는 거만한 귀족 의식을 무심코 드러내며 말이다.

이회창은 “소년 가장을 해 본 적도 있다”고 말하고는 자기는 “서민에 가까울지언정 귀족에 들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알게 될 것이다” 하고 말했다.

그러나 그 말을 누가 믿겠는가. 전세금 6억 원, 월세 9백만 원짜리 초호화판 빌라 세 채를 쓰던 자가 귀족이 아니라 서민이라니!지난 5월 24일 방송 기자 클럽 토론회에서 한 기자가 “점퍼 차림으로 서민들을 만나도 이 후보는 서민편이 아니라는 말이 많다”고 지적하자, 이회창은 “국가 지도자는 외양보다는 자신의 철학이 서민편인지가 중요하다. 서민의 고통을 이해하고 같이 나누려는 생각이 없으면 … 서민이 아니다”고 쏘아붙였다.

그러나 이회창은 바로 뒤이은 “옥탑방이라는 말을 아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모른다”고 대답했다. 얼마 동안 이회창이 연출한 ‘서민 행보’가 순전한 사기극임을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옥탑방을 모르기는 그 동안 빈농 출신의 서민임을 자랑해 온 노무현도 마찬가지였다. 노무현은 일본의 유명 골프용품 회사 블랙 앤 화이트의 40만 원짜리 티셔츠를 입는다.

이회창과 노무현이 모르는 옥탑방은 물탱크 창고를 방으로 꾸민 것을 말한다. 건설교통부 공식 통계에만 서울에 옥탑방이 2만 5천 가구가 있다.

평범한 사람이면 아무나 옥탑방이 좁디좁은 데다 ‘여름엔 찜통, 겨울엔 시베리아’라는 사실을 안다. 창고를 방으로 개조했으니 방열·방한이 될 턱이 없다. 살기가 그렇게 나쁜데도 서민들이 옥탑방에 사는 이유는 단 하나, 집세가 싸기 때문이다.

부자들의 정당 소속 후보들은 평소에는 나몰라라 하다 선거 때나 우리의 환심을 사 표를 얻으려 한다. 그러니 우리가 어디에서 사는지, 사는 곳은 어떠한지를 도무지 알 리 없다.

이들의 서민 시늉하기는 연기력 없는 배우의 연기마냥 어설프다. 한 마디로 꼴불견이다. 저들과 우리는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