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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탕 속에서 승리한 ‘시한폭탄’ 이명박

1년여 간 계속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이 이명박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한나라당의 이번 경선은 〈조선일보〉도 인정한 “진흙밭 개싸움”이자 추악한 아귀다툼이었다.

검증 청문회는 “후보의 각종 의혹을 적당히 얼버무리고, 미봉하는 설거지형 행사”(〈한겨레〉)로 치러졌다. 정책 경쟁 따위는 없었다. 오로지 부패·비리에 대한 저질 폭로 경쟁만 있었다. 〈조선일보〉도 “[경선] 기간이 모두 지난 지금 유권자들 머릿속에 남은 것은 이 후보 하면 ‘땅’, 박 후보 하면 ‘최 목사’뿐”이라고 한탄했다. 결국 이명박·박근혜 둘 다 절대 대통령이 돼선 안 되는 부패·비리범이라는 것이 ‘검증’됐다.

친미·수구·차떼기 정당의 후보답게 박근혜는 5·16을 “군사혁명”이라고, 이명박은 5·18을 “광주사태”라고 했다. 둘 다 정형근이 마련한 기만적인 대북 정책조차 반대했다.

이 때문에 경선 과정 내내 이명박과 박근혜의 지지율은 하향 평준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두 사람은 ‘오물 투성이’ 속을 나뒹굴며 “자기들 손으로 ‘한나라당 필승론’을 완전히 허물어 버렸다”.(〈조선일보〉)

경선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듯하다. 총선 공천권을 둘러싸고 경선 전부터 ‘살생부’ 얘기가 오갔던 양 진영의 “아름다운 동행”이란 몽상일 것이다.
굵직한 비리 의혹만 14건이라는 이명박은 정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후보’라 할 만하다. 이것이 경선에서 석패한 박근혜의 ‘이명박 흔들기’와 맞물린다면 걷잡을 수 없게 될 수 있다.

더 잡탕이 된 ‘도로 열우당’

이런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여전히 높은 것은 순전히 ‘대안 부재’ 때문이다.

6개월 동안 4번의 집단 탈당, 10번이 넘는 개별 탈당, 3번의 창당 등 어지러운 ‘당 세탁’을 통해 등장한 범여권의 ‘도로 열우당’이 대안으로 보일 리는 없는 것이다. 기존 열우당 의원 143명에 한나라당 출신 손학규, 민주당 출신 5명, 시민사회세력 일부가 가세해 결성한 통합민주신당은 ‘잡탕’ 성격만 강화했다. 정대화 통합민주신당 대표 비서실장 스스로 고백하듯, 시민사회세력의 ‘수혈’도 “모양내기에 도움이 되는 적절한 들러리감”이 돼 버렸다. 그래서 창당 직후 통합민주신당 지지율(7.8퍼센트)은 일주일 전 열우당 지지율(9.0퍼센트)보다도 더 떨어졌다.(〈한겨레〉)

정동영, 천정배 등 손학규의 합류를 환영했던 이들이 이제 와서 “짝퉁 한나라당 후보”라며 손학규를 비난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범여권 자체가 사사건건 한나라당과 개악 공조를 하며 ‘짝퉁 한나라당’ 구실을 충실히 해오지 않았던가? 한미FTA 예찬론자이자 “광주를 털고 가자”는 손학규에게 “시대정신”을 찾았다며 앞다퉈 줄서는 범여권 386들도 역겹긴 마찬가지다.

이들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싶겠지만, 그 효과는 알 수 없다. 정동영도 “과잉 기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 오히려 이들 앞에는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 뉴코아·이랜드 노동자 투쟁, 한미FTA 등 피하고 싶은 쟁점들이 첩첩산중이다.

저들이 아귀다툼과 ‘대통합 사기극’에 매달리는 동안, 민주노동당은 한미FTA 반대 운동에 앞장서 왔고 뉴코아·이랜드 노동자들과 함께 점거 농성장을 지키며 경찰력 침탈에도 함께 맞섰다. 민주노동당 대선 주자들은 정책 경쟁을 하며 경선을 치르고 있지만, 주류 언론은 한나라당 아귀다툼 보도의 40분의 1 수준으로만 민주노동당 대선 주자들을 보도했을 뿐이다.

민주노동당은 진보진영과 힘을 합쳐 반전·반신자유주의 투쟁 전선을 굳건히 지키며, 주류 정치권의 위기가 초래한 정치적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