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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베트남 전쟁

끝나지 않은 베트남 전쟁

한상원

베트남 참전 고엽제 피해자들은 안타깝게도 손해 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소했다. 1999년 10월 고엽제 피해자 1만 7천2백여 명은 미국 고엽제 제조 회사 다우케미컬과 몬산토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 5월 23일 패소했다.

판결을 내린 법원의 논리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고엽제와 질병 사이의 인과 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 둘째, 고엽제를 다량 살포한 지역과 한국군이 작전을 수행한 지역이 중복되지 않는다.

고엽제와 질병 사이에 인과 관계가 없다는 주장은 공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거짓이다. 재판부는 미국 국립과학연구소(NAS)가 발표한 ‘고엽제와 질병 사이에 인과 관계가 없다’는 연구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NAS의 연구 결과는 공정성이 의심스럽다. 미국 정부는 NAS에 고엽제 연구를 맡기기 전에 다른 연구 기관에 연구를 의뢰한 바 있다. 이 단체는 양심 때문에 연구를 거부했다. NAS는 미국 정부에게서 연구 자금 1억 달러를 받았다. 미국 약품연구소가 2월 말 발표한 보고서도 NAS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이 연구소는 지난해 4월에는 “고엽제에 노출된 부모와 자녀들이 불치병에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법원은 고엽제 피해자들이 법정에 제출한 〈젠킨스 보고서〉가 미국의 고엽제 피해자들이 의뢰해 작성됐기 때문에 신뢰성이 낮다고 주장했다. 〈젠킨스 보고서〉는 국제화학노조에서 일한 케이트 젠킨스 박사가 노동자들의 산업 재해와 베트남전 참전 군인들의 피해 원인을 밝히려고 만든 것이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상당수 미국 공식 연구소 자료들에 바탕을 두고 있다.

〈젠킨스 보고서〉는 고엽제에 함유된 다이옥신의 끔찍한 피해 사례를 다뤘다. 1953년 독일 루드비그샤펜 군 기지 노동자들이 2·4·5―T(고엽제를 이루는 화학 물질 중 하나) 폭발로 다이옥신에 노출됐다. 이 사고로 사망한 2백47명을 조사한 결과 모든 신체 부위의 암 발생률이 평균치를 넘었다.

이 보고서는 다른 질병 사례도 들어 있다. 그 중 끔찍한 것은 다이옥신이 낳은 정신 질환이다. 1985년 뉴욕 주 보건성의 연구, 1987년 미국 질병관리센터의 연구, 1988년 매서추세츠 주 공중보건성의 연구는 베트남 참전 재향 군인이 베트남전에 참가하지 않은 재향 군인이나 재향 군인이 아닌 남자와 비교할 때 자살률이 더 높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보고서는 다이옥신이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을 손상해 우울증이 생긴 탓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군이 작전을 벌인 지역에는 고엽제가 살포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거짓말이다. 1993년 국군 의무 사령부 보고서를 보면 청룡부대가 1967년 12월부터 1972년까지 주둔한 호아안 지역에 고엽제 2백91만 갤런이 뿌려졌다. 맹호부대, 백마부대, 비둘기부대 등이 작전을 벌이던 베트남 중동부 해안 지역에도 고엽제 3백72만 갤런이 살포됐다. 당시 군인들은 고엽제가 살충제인 줄 알고 몸에 있는 이·벼룩 따위를 없애려고 옷을 벗고 고엽제를 쐬기도 했다. 미군이 수송기로 고엽제를 나를 때 한국군은 맨손으로 고엽제를 날랐다. 고엽제를 뿌린 지역에서 열매를 따먹거나 나뭇잎 위에서 잠을 잔 경우도 있었다.

베트남전에서 고엽제 피해를 입은 한국군 수는 3만 명으로 추산된다. 고엽제 피해자들은 피부가 썩거나 암과 각종 질병에 걸려 고통받고 있다. 고엽제 피해자들은 모두 미국이 벌인 전쟁의 희생자들이다.

김대중은 집권 전인 1997년 전우신문사에서 발간한 《월남전과 고엽제》 머리말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에 비해 고엽제 피해자 대책이 미약한 것을 규탄했다. 고엽제 환자와 가족들이 지난 수십 년 간 짊어진 고통을 어루만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대중은 월남전 참전자들을 노점상을 철거하는 용역 깡패로 동원할 뿐 실질적인 보상을 조금도 해 주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