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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군 바스라궁 철수 점령 실패의 또 다른 증거

지난 2일 영국군이 바스라 시내 대통령궁(바스라궁)에서 철수했다. 언론들은 이번 조처가 “영국군의 이라크 철수가 본격화하는 신호”라고 말한다.

지난 2003년 이후 영국은 부시의 이라크 침략·점령의 으뜸가는 파트너였다. 따라서 영국이 이라크 점령에서 발을 뺀다면 부시에게는 커다란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영국 총리 고든 브라운은 이번 바스라궁 철수가 “철군”이 아닌 “[관할권] 이양”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를 믿을 사람은 거의 없다.

바스라궁 안에 있는 영국군 기지는 철군 직전까지도 계속 박격포 공격을 받았다.

이라크 상황에 정통한 〈인디펜던트〉의 패트릭 콕번 기자는 이렇게 말한다. “영국군은 표면적으로 바스라의 통제권을 이라크 보안군에 넘길 예정이다. 그러나 사실 바스라에서 영국군이 통제하던 지역은 거의 없고, 이라크 보안군은 시아파 민병대가 운영하고 있다.”

“바스라 주민들과 민병대원들은 이것을 질서정연한 철수가 아니라 [점령군의] 치욕스런 패배로 여긴다.”(국제위기관리그룹(ICG))

영국 국방부의 한 관리는 〈가디언〉과 한 인터뷰에서 “바스라에서 일어난 폭력 사건의 90퍼센트는 영국군을 겨냥한 것이었다”며 “[영국군이 바스라에서 떠남으로써 오히려] 폭력의 수준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이라크 전후 계획에 참여한 영국군 최고위 장성 팀 크로스 소장도 영국군이 바스라궁에서 철수하던 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 애초 미국의 이라크 정책이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었다며 미국에 “실패”의 책임을 떠넘겼다.

지금 부시는 고든 브라운이 하필 매우 민감한 시기에 바스라궁 철수 결정을 내린 것에 크게 화가 나 있다.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 데이빗 페트레이어스가 부시의 ‘증파’ 전략에 대한 평가 보고서를 낼 시점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 ― ‘증파’의 성과를 크게 왜곡·과장할 것이다 ― 는 미국 내의 정치 위기와 철군 논란을 더욱 격화시킬 게 분명하다.

영국군의 바스라궁 철수는 단순히 군사적 패퇴의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이라크에서 군사적 패배를 영국 정부에 대한 반대로 전환시킨 강력한 반전 운동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노동당 지지자, 무슬림, 사회주의자 등 다양한 세력이 결집한 영국 ‘전쟁저지연합’은 지난 6년간 굳건하고 끈기있게 대중적 반전 운동을 건설해 왔다. 영국군 철수 움직임이 “이라크 상황보다 영국 내 상황과 훨씬 더 관련이 깊다”는 미 육군대장 잭 킨의 불평은 일리가 있는 셈이다.

한국의 반전 운동도 영국 반전 운동처럼 지속적이고 굳건한 대중 운동을 건설해 노무현 정부의 파병 정책에 맞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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