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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

타이거 랜드

정건

〈타이거랜드〉를 볼 때 놓치기 아까운 것들

이 영화를 보면 베트남 전쟁 말기(대략 1969년부터) 미군 내에 만연한 환멸과 항명, 반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타이거랜드〉를 볼 때 알 수 없거나 알아차리기 어렵지만 놓치기 아까운 중요한 것들을 소개한다.

■ 영화의 배경은 1971년 미국 루이지애나의 보병훈련소다. 타이거랜드는 훈련소의 마지막 관문이다. 8주 훈련 중에서 마지막 1주 동안 타이거랜드에서 혹독한 모의 정글 훈련을 실시한다.

■ 감독은 영화를 일부러 다큐멘터리처럼 찍었다. 거친 입자의 화면이 크게 흔들린다. 자연광을 그대로 사용해 화면도 어둡다.

■ 당시 미국은 징집제였다. 조지 W 부시는 아버지 ‘빽’으로 고향인 텍사스에서 복무했다. 사실은 그것도 1년 반이나 탈영해 있었고 제대만 남들처럼 제 때 했을 뿐이다. 이 영화에서 잘 보여주듯이 돈없고 ‘빽’없는 노동계급의 자식들은 꼼짝없이 베트남 전선으로 나갔다.

■ 영화를 보면 주인공 바즈가 읽는 책 제목이 궁금할 것이다. 달톤 트롬보의 《조니, 총을 들다》, 하워드 진이 인정한 가장 강력한 반전 소설이다. 책 내용은 이렇다. 제1차세계대전, 미군 병사 조니는 끔찍한 부상을 입어 두 팔과 두 다리, 얼굴이 없어진다. 그러나 외부와 의사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 사람들에게 반전 메시지를 전한다. 이 책 표지는 유명하다. 승리의 ‘V’자다. 이 영화에서도 병사들이 쥐어 보이는 V자는 반전 평화를 뜻한다.

■ 중요한 대목인데 한글 자막이 부적절하다. 교관이 신병들에게 “베트남에 가면 먼저 쏘고 나중에 물어봐라. 그게 여자건 남자건 아이건 옆집 꼬마 조니건 상관할 바가 아니다”고 말하자 신병이 대답한다. “미라이 학살처럼 말입니까?” 미라이는 1968년 3월 미군이 민간인 3백여 명을 학살한 마을 이름이다.

■ 당구대 앞에서 바즈가 동료 팩스턴에게 말할 때, 베트남 징병 거부를 선동한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말투와 연설을 흉내낸다. 바즈의 천적인 윌슨은 남부 출신 백인우월주의자이고 흑인 병사들은 모두 바즈를 따른다. 베트남 전쟁은 인종차별적이었다. 미군의 13퍼센트가 흑인이었지만 최전선에는 24퍼센트가 흑인이었다.

■ 흑인 병사들이 부르는 노래의 적절한 번역은 이렇다. “엉클 샘(미국 정부)이 날 여기에 보냈어. 찰리(베트콩)를 찾아보랬지. 난 찰리(베트콩)가 누군지도 몰라. 고향에는 근사한 캐딜락이 있어. 사랑하는 여자도 있어. 그런데 난 여기 혼자 있어. 정말 비참해. 난 찰리 중대(C 중대)야. 내가 죽으면 누가 날 기억해 줄까?”

〈타이거랜드〉는 병사들의 반란에 관한 영화는 아니다. 아직 그런 영화는 없다. 그러나 〈타이거랜드〉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이끌어내는 데 충분한 영화다. 야만에 직면한 사람들이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반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