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가 하반기 국회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개편안을 처리하려 한다. 기금운용위원회는 적립된 연기금의 투자와 관리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갖는 기구다.

개편안에 따르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자 대표들은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배제되고 민간 투자 전문가들이 기금 운용 권한을 갖게 된다.

정부는 ‘전문가’들을 추천할 권리를 주겠다고 하지만 정부와 기업주들이 추천권의 과반을 갖고 있다. 때문에 ‘연금제도 정상화를 위한 연대회의’의 지적처럼 “실질적으로는 [연기금이 민간 전문가들이 운영하는] 기금운용공사에 의해 좌지우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민주노동당이 지적하듯이 이런 식으로 만든 ‘묻지마 연기금’을 주식에 ‘자유롭게’ 투자하고 해외 투자도 늘리려는 데 있다.

이런 투자는 대부분 대형 투자자들과 대기업주들의 이윤을 보전해 주고, 지난번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에 뒤이은 주가 폭락 같은 위기에서 그들을 구출하는 데 사용될 뿐이다.

수백조 원(2030년에는 2천조 원을 넘을 전망이다)에 이르는 이 ‘토종자본’이 국경을 넘는 순간 또 다른 거대 해외투기자본이 될 것이다. 주가 폭락이나 혹은 더 심각한 경제 공황이 벌어졌을 때 단 며칠 만에 쪽박 차게 될 가능성도 크다.

사실 자본주의 체제 속에 놓인 초대형 금융자본(연기금)은 이런 운명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과연 이런 식으로 기금을 쌓는 현재의 적립식 연금체계가 불가피한 것인지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야 한다.

한쪽에서는 수백조 원의 연기금으로 무슨 잔치를 벌일까 고민하고 한 쪽에서는 수많은 노인들이 빈곤에 시달리는 지금의 부조리한 상태를 내버려두지 말아야 한다. 이런 상태에서는 현재의 노후 빈곤 해결보다 이 기금을 유지하고 키우는 것이 더 우선시되는 압력이 생긴다.

진보진영은 지금부터라도 올해 필요한 연금을 올해, 혹은 1년 전에 보험료로 거둬 지급하는 부과식 연금체계로의 전환을 대안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그 보험료의 대부분을 부자들과 기업주들이 부담하게 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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