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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부패는 끊이지 않는가

노무현은 ‘권력형 비리는 없게 하겠다’고 했지만, 역대 대통령들이 그랬듯이 거짓말에 그치고 말았다. 한국 자본주의의 탄생과 성장 자체가 부패와 뗄 수 없는 과정이었고, 노무현 정권도 이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승만 정권 시절 미국이 제공하는 원조 물자를 통제·배분하는 과정은 권력형 부패의 온상이었다. 박정희 정권들어 국가가 주도하는 경제 성장 전략으로 정경유착이 더욱 심해졌다.

정부는 국가가 소유한 은행을 지렛대로 재벌을 통제할 수 있었다. 누구에게 자금을 대 줄 것인가는 정부에게 달려 있었다. 정부와 유착한 재벌은 몸집을 급속히 불릴 수 있었다.

특혜의 대가로 재벌은 국가 관료들에게 온갖 뇌물과 향응을 제공했다. 현대그룹은 압구정동의 호화 아파트를 고급 관료와 국회의원 등에게 상납하기도 했다. 국유·공기업들도 부패의 온상이었다. 한국전력·석유개발공사·포항제철 등의 사장 자리에는 박정희의 측근들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갔다.

박정희가 추진한 국가자본주의적 성장 전략과 정경유착에 대해 경제학자 모란은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박정희 정권에서 부패는 국유화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국가는 부패가 발생할 수 있는 범위를 설정했으며, 그 결과 부패는 발전과정의 역동적 부분으로 기능했다.”

신자유주의 시대에도 권력형 부패는 끊이지 않았다. 국가와 자본의 유착이 고스란히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엑스파일’ 사건은 정치인·법조인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삼성 장학생’으로 만든 ‘삼성 공화국’의 현실을 드러냈다.

신자유주의 정책에 따른 사유화·규제 완화 과정은 거대한 부패 커넥션이 만들어지는 과정이기도 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들어 각종 공기업들이 재벌에 헐값에 팔려나가면서 각종 음성적 로비와 특혜 시비가 끊이질 않았다. 론스타 ‘먹튀’ 사건은 투기 자본 규제 완화 정책이 어떻게 부패와 연결될 수 있는지 잘 보여 준다.

신자유주의 금융 규제 완화는 불법·투기 자본이 자금 도피·은닉을 더 쉽게 할 수 있게 해 주기도 한다. 이런 점들은 오직 시장만이 부패를 해결하는 최선의 수단이라는 신자유주의자들의 교리를 무색케 한다.

사실, 자본주의에서 부패의 경계는 합법과 불법의 구분이 의미없을 정도로 희미하다. 예를 들어 공기업을 사기업에 매각하는 행위는 합법의 탈을 쓰고 이뤄지지만 자본가·국가 관료·정치인 들이 제 배를 채우기 위해 노동자들의 혈세로 만든 국가 재산을 도둑질하는 행위다.

이런 자본주의 체제 자체가 부패의 근본 원인이다. 자본가들은 이윤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의 보호를 바라는 동시에, 자기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국가 정책을 짜라고 정치인들과 국가 관료에 압력을 주거나 ‘로비’를 한다. 자본가들은 다른 경쟁자보다 우위에 서기 위해 합법·불법을 가리지 않고 경쟁적으로 특정 관료나 정치인들을 매수한다. 자본주의적 시장경쟁이 치열할수록 부패와 탈법은 빈번해진다.

국가 관료나 정치인들은 자본가들의 이익을 거스르려 하지 않을 뿐 아니라, 특정 자본가들에게 특혜를 주거나 그들을 비호하는 방식으로 부당 이득을 챙기기도 한다. 결국, 자본가와 그들의 언론·국가 관료·정치인 들 모두가 거대한 부패의 그물망을 형성한다.

많은 사람들이 부패에 분노하고, 이것은 종종 거대한 대중투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런 투쟁은 근본적 대안과 연결돼야 한다. 부패를 진정으로 척결하려면 사회의 부와 그것을 생산하는 수단들을 노동자들이 민주적이고 집단적으로 통제하는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