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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 ― <즐거운 인생>

〈즐거운 인생〉은 처음부터 끝까지 흔히 알려진 이야기의 구조를 따라간다. 현실에 찌들어 있던 사람들이 어떤 계기로 모여들고 각성해 고난과 역경을 뚫고 꿈을 향해 나아간다는, 전형적인 이야기이다. 게다가 〈즐거운 인생〉은 분명한 정치적 메시지를 주는 영화도 아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힘겹고 소외된 삶으로부터의 탈출과 희망을 꿈꾼다. 그리고 그 시도는 꽤 성공적이다.

등장 인물들은 경기불황 시대를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전형이다. 그들은 대출 이자 납부 기한 때문에 고생하고, 일용직 노동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며, 작업장에 딸린 창고 같은 방에서 숙식한다. 주연 배우들은 축 처진 어깨와 가라앉은 목소리, 지친 눈빛으로 삶의 힘겨움을 손에 잡힐 듯 표현한다.

이 영화의 매력은 혹독한 삶과 음악에 대한 ‘꿈’을 아주 잘 대비해 표현한다는 데 있다. 주인공들에게 음악은 ‘심장 없는 세상의 심장’이다.

음악과 함께하는 동안은, 축 처진 어깨와 슬픔을 담은 눈빛은 사라진다. 기타를 둘러메고 드럼 스틱을 잡은 그 순간만큼은 그들에게 ‘즐거운 인생’이다. 주인공들은 레드 제플린, 딥 퍼플, 신중현, 시나위, 사랑과 평화, 산울림, 옥슨80 같은 록 밴드들이 보여 주었던 뜨거운 열정을 기억하며, 그 열정을 카피 곡들에 잘 담고 있다.

주인공들이 겪는 역경은 관객들에게 매우 익숙한 형태로 다가온다. 돈벌이를 소홀히 하는 남편에 분노한 아내는 집을 나가고, 자녀들의 유학 때문에 캐나다에 가 있는 다른 아내는 일방적으로 이혼을 통보한다.

삶의 역경 속에서도 ‘꿈’인 음악을 선택하는 부분은 이 영화의 백미다. 망해버린 중고차 가게 터에 모인 주인공들이 함께 부르는 아카펠라는 관객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다.

공연장 밖에서 주인공들을 기다리는 것은 어둠이 가득하고 불투명한 미래이지만, 무대 위에서 그들은 ‘즐거운 인생’을 만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