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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의 파괴자 자본주의》(존 벨라미 포스터, 책갈피):
반자본주의 생태학 교과서

지난 13일, 지구온난화의 위험을 알린 공로로 앨 고어와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가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부시와 석유 기업의 온갖 악선전과 왜곡에도 불구하고 환경문제가 지배계급 다수를 포함해서 광범한 사람들에게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것만으로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이 자연히 뒤따른다.

환경 문제를 시장에 맡기면 된다는 시장주의 정책과 개인의 생활·의식을 생태친화적으로 바꾸면 된다는 고매한(그리고 종종 값비싼) 지침 일색인 상황에서, 존 벨라미 포스터의 책 《생태계의 파괴자 자본주의》가 번역돼 나온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다. 이 책은 구체적 쟁점들에 대해 저자가 그동안 쓴 에세이 모음집이라 읽기도 편하다.

저자는 최단 시간에 최대 이윤을 얻으려고 살아 있는 행성을 개별 상품으로 해체시키는 자본주의 생산관계가 대규모 환경파괴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자연을 시장에서 거래하거나 단지 신기술 개발로 해결한다는 식의 접근이 왜 잘못된 것인지, 또 어떻게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지 고발한다.

예를 들어, 1970년대에 좀더 효율적인 자동차가 등장했지만, 에너지 수요를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더 많은 차가 팔려 나가 결국 에너지 소비를 늘렸듯이 말이다.

타산지석

이처럼 저자는 주류경제학 입장을 비판한다. 그리고 기업의 환경윤리를 강화하려 시도하는 대다수 환경단체의 접근 방식이 실패하기 쉬운 이유도 지적한다. 기업은 윤리가 아니라 자본의 흐름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이다.

또한 성장 자체를 악으로 규정하는 일부 ‘급진적’ 주장에 대해 경제 발전은 세계의 가난한 나라들을 위해 필요하며, 문제가 되는 것은 자본주의라는 특정한 형태의 성장이라고 분명한 선을 긋는다. 앞서 번역돼 나온 저자의 다른 책 《환경과 경제의 작은 역사》(현실문화연구)에도 이런 지적이 잘 나타나 있다.

환경 문제를 고민하는 활동가들에게는 특별히 열 번째 에세이 ‘계급을 배제한 환경주의의 한계’를 추천하고 싶다. 미국 북서부 고목림을 둘러싸고 벌어진 투쟁에서 숲을 보존해야 한다는 광범한 여론이 있었는데도 환경운동가들이 목재 산업 조직 노동자들과 충돌해 결국 목재 자본의 ‘이간질시켜 각개격파하기’ 전략에 패배한 사례는 의미심장하다.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이 사례를 통해 ‘오직 지구만 대변하고 계급과 그 밖의 사회적 불평등을 무시하는’ 극단적 생태운동이 한계에 부딪히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올바른 대응은 올바른 인식에서 나온다. 환경 문제도 예외가 아니다. 이 책은 오류를 피하고 분명한 주장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출발점을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