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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신화에 가려진 부패와 탐욕

월드컵 신화에 가려진 부패와 탐욕

정병호

월드컵 4강 진입을 계기로 정몽준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몇몇 여론조사에서는 이미 정몽준이 노무현을 제치고 지지율 2위를 기록했다. 정몽준은 이러한 인기를 등에 업고 대선에 출마하려 한다.

최근 정몽준이 누리는 인기는 “깨끗하고 참신한 이미지”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인상은 한때 이회창이 그랬듯이 완전히 허구다.

그는 우리 나라 부패의 대명사 재벌의 기업주이다. 정몽준은 주로 대부분 상속과 주식 투기로 재산을 불렸다. 정몽준의 재산은 스스로 신고한 것만 1천7백20억 4천4백만 원이나 된다. 작년에만 주가 상승으로 6백83억 원을 벌었다.

이것은 작년 봉급 생활자 평균 소득 월 2백63만 원보다 2천 배나 많은 액수다. 게다가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 넘는 7백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한 달에 1백만 원도 채 못 버니, 정몽준은 이들에 비해 약 6천 배 가량을 번 셈이다.

1999년에는 주식 시세 차익으로 1천9백82억 4천5백만 원을 벌어들였다. 당시 그는 2만3천 원이던 현대중공업 미상장 주식 가격을 상장하면서 7만 원대로 끌어올렸다. 그 뒤 회사 관리자들을 동원해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에게 “할인값”이라고 속여 5만2천 원에 팔아 이득을 챙겼다. 노동자들은 상여금을 담보로 회사에서 대출까지 받아 자사 주식을 샀다.

그러나 주가가 폭락해 노동자들은 상여금을 고스란히 떼이고 빚더미에 올랐다. 그런데도 그는 이듬해에 노동자들을 약올리듯 1만9천 원이라는 헐값에 주식을 다시 사들였다.

작년 현대중공업은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7조 4천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런데도 정씨 일가를 구제하느라 하이닉스와 현대아산에 내부 지원을 해줘 7백81억 원의 적자를 냈다. 게다가 문어발식 기업 확장을 위해 1천억 원 상당을 투자해 9천2백억 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삼호중공업을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정몽준이 ‘깨끗하다’는 것은 그가 스포츠를 자신의 이미지 관리에 적극 이용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몽준의 월드컵 유치 성공 신화도 거대한 로비가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한국과 일본의 월드컵조직위원회는 국제축구연맹(FIFA)에 각각 1억 달러(1천2백억 원)씩 상납했다. 정몽준은 또 FIFA 부회장이 되기 위해 1993년 아시아 각국의 축구협회 대표들을 매수했다. 그는 축구 협회 대표들에게 성적 향응을 베풀고 네팔 축구협회 대표에게 현대자동차 네팔 총대리점 영업권을 주는 등 각종 이권을 제공했다.

죽음의 조선소

정몽준은 반노동자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흘린 피와 땀을 거름 삼아 대기업주로 성장했다. 현대중공업이 세계 제일의 조선회사로 성장하기까지는 지난 30년 동안 산재 사망자 3백26명, 산재 사고 1만6천77건에 이르는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었다.

“산재 사고가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고, 자고 나면 누가 갑판 위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소식이었다. 갑판 위에서 떨어져 그 자리에서 즉사한 동료, 대형 블록에 깔려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오징어포가 된 동료의 시신을 수습하면서 현대 노동자들은 분노의 눈물을 씹었다.”(이수원, 《현대 그룹 노동운동, 그 격동의 역사》, 대륙)“죽음의 조선소” 현대중공업에서는 아직도 해마다 7∼8명이 산재로 죽는다. 올해만 벌써 5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도 정몽준은 작업 환경을 개선하는 데 조금도 투자하지 않는다.

대신 작업 환경을 개선하라고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저항에 무자비한 테러로 맞섰다. 1988년부터 1989년까지 1백28일 동안 진행된 파업 때 정몽준은 1천여 명의 구사대를 조직해 노동자들을 폭력으로 짓밟았다. 급기야 1989년 1월 8일에는 곡괭이, 야구방망이, 각목 등으로 노조 지도부를 습격했다. 같은 해 2월 21일에는 파업 노동자들에게 식칼 테러를 저질렀다.

1992년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할 때는 “높은 임금 수준 때문에 우리 기업들이 국제 경쟁력을 급격히 잃”을 것이 우려된다며 고작 5퍼센트(3만4천 원)만 인상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 해 대선에서 정주영이 국민당 후보로 출마하자 정몽준은 선박 수출대금 등을 빼돌려 6백67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

정몽준은 결코 ‘깨끗하고 온화한’ 사람이 아니다. 부패·노동자 착취가 ‘월드컵 성공’에 가려져 있는 그의 진짜 본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