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 기업 모델의 파산
〈노동자 연대〉 구독
미국식 기업 모델의 파산
강철구
“세계 어느 나라보다 투명한 것으로 알려진 주식회사 미국은 알고 보니 기업들의 가짜 보고서 천국이었다.” 미국의 대기업들이 저지른 추잡한 부패 행위가 연일 도마 위에 오르자 많은 사람들이 미국 기업의 깨끗하고 투명한 이미지에 대한 환상을 내던지고 있다. 1997년 동아시아에 경제 위기가 닥쳤을 때 국제통화기금
미국에서 장거리 전화업체 2위인 월드컴은 네트워크 장비 보수에 들어간 38억 달러
사기와 부패의 체제
작년
일련의 분식 회계 사건들은 체제가 더 깊은 위기로 빠져드는 징후다. 작년 미국에서 기업이 2백57개 파산했다. 분식 회계는 투자자들이 기대한 것과 실제 이윤 사이의 격차를 메우기 위한 시도였다. 투자의 광란이 과잉생산과 이윤율 저하로 이어진 정보 통신, 에너지 거래업체, 바이오테크 등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린 분야에서 분식 회계 규모가 컸다. 경제 위기의 대가는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떠넘겨진다. 미국 여론 조사 기관 퓨는 2001년 말 미국 최고 CEO의 평균 연봉이 1천45만 달러
반면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은 계속 하락해 왔다. 미국 최고 CEO의 평균 연봉은 일반 노동자들 임금의 4백10배고, 육체 노동자의 5백31배다! 미국 최고 경영진들은 노동자들이 가져가야 할 몫을 강탈해서 거대한 부를 쌓았다. 그런데 이제 자신들이 추구한 이윤 경쟁으로 회사가 위기에 처하자 애꿎은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월드컴 경영진들은 회사가 위기에 처하자 전체 직원의 20퍼센트인 1만 7천 명을 감원하겠다고 선포했다. 미국 인터넷 업계에서만 지난 2년간 15만 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었다.
자본주의 체제는 이윤 경쟁에 기초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체제는 이윤 지상주의를 조장하고 정당화한다. 체제를 운영하는 자들이 더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해 온갖 사기 행각을 벌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부패와 사기가 ‘후진국병’이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의 풍토병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