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새로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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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새로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이수현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성큼 다가온 듯하다. 미국은 그 동안 다른 제국주의 열강과의 생각 차이, 아랍 각국의 반발 등을 우려해 이라크 공격을 미뤄 왔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나 이집트 같은 전통적인 미국의 우방이 군사 기지 제공을 거부했기 때문에 전쟁 준비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쿠웨이트나 요르단 같은 나라들을 이라크 침공의 발판으로 삼으려 한다. 쿠웨이트는 1990년 8월 이라크에게 침략당했다가 이듬해 미국이 일으킨 제2차 걸프전을 통해 ‘해방’된 나라다. 요르단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반대해 왔다. 여느 아랍 국가와 마찬가지로 요르단 내에서도 미국에 대한 반감이 드높다. 요르단 인구 5백여만 명 중에 60퍼센트 이상이 팔레스타인계다. 7월 11일에도 요르단 정부는 요르단이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위한 전초기지로 이용될 것이라는 보도를 강력히 부인했다.
그러나 요르단 정부는 대중의 압력에 떠밀려 마지못해 그럴 뿐이다. 7월 13일치
요르단 국왕 압둘라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국을 지지했다. 부시는 그 대가로 요르단에 대한 군사·경제 원조액을 두 배로 늘려 5억 달러까지 증액했고, 추가로 1억 달러를 의회에 요청해 놓았다. 7월 말에 압둘라는 워싱턴을 방문해 부시와 여섯번째로 만날 예정이다. 사담 후세인의 명운이 다했다고 생각한 압둘라가 지금이야말로 이라크의 반정부 조직들과 연계를 맺을 적기라고 판단한 듯하다.
지난 6월 16일 부시는 사담 후세인을 암살하거나 생포할 수 있는 미국 특수부대의 작전명령서에 서명하면서 이라크에 대한 전면적인 군사 공격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그래서 6월 17일치
중동 “평화안”부시가 제시한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의 첫째 조건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작년 10월 2일 부시는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건설이 중동에 관한 미국의 미래상 가운데 일부”라며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물론 이는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앞두고 아랍 각국 민중의 반발을 무마하려는 술책이었다. 정확히 엿새 뒤인 10월 8일 부시는 아프가니스탄을 공습했다.
지금 부시는 이라크 침공이라는 ‘과제’를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11월 중간 선거도 얼마 남지 않았다. 부시로선 결코 여유부릴 때가 아니다. 7월 10일 부시 행정부의 핵심 관료들은 부시와 백악관 참모들이 미군 중부사령부에서 마련한 이라크 공격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미 프랭크스 중부사령부 사령관은 이런 작전 계획을 이미 지난 5월에 백악관과 국방부에 제출했다. 이 대규모 전면 공격 작전에는 약 20만 명에 이르는 5개 지상군 사단을 비롯해, 해병 2개 사단, 공군 전폭기 15개 편대 등이 참여할 계획이다. 미국은 이라크에 육해공군 삼면 입체 공격을 감행하려 한다. 미국은 최대 10개국에 있는 공군 기지들에서 발진한 수백 대의 폭격기로 이라크를 공습할 것이다. 또, 영국 지상군 2만 5천여 명도 참여할 계획이다. 그래서 이번 이라크 전쟁에 동원될 지상군의 총 병력 규모는 25만 명에 이른다. 그 전쟁 계획의 세부 내용이 워낙 세밀해서 전문가들은 그것이 단순한 예비 단계를 훨씬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계획들은 사담 후세인이 무기 사찰을 받아들이건 말건 미국은 이라크를 공격할 태세가 돼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지난 6월 말 미국 부통령 딕 체니는 “방어만으로는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우리는 적과 전투를 해야만 한다”고 말하면서 전쟁 분위기를 더욱 고취한 바 있다.
자본과 전쟁에 반대하는 각국의 반자본주의·반전 운동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반대하는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영국의 반전동맹
부시는 이란·이라크와 함께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했다. 가뜩이나 서해 교전으로 냉전 분위기가 고조돼 있는 우리 나라에서도 대중적인 반전 운동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