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는 ‘국익’을 내세우며 파병을 연장하려 한다. 그러나 파병 연장은 노동자와 민중의 이익과 어긋난다.

자이툰은 이라크 재건을 돕고 있지 않다

자이툰은 이른바 ‘재건’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자이툰 예산 중 거의 90퍼센트가 자이툰 자체 무장과 쿠르드족자치정부의 민병대와 정보 요원들을 훈련시키는 데 쓰인다.
쿠르드 민병대와 정보 요원들은 미군을 도와 저항세력을 탄압하는 데 앞장서면서 종파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자이툰은 이라크 점령과 저항세력 탄압 집단을 돕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이 테러의 표적이 됐다

자이툰이 미군과 부역 세력을 도우면서 한국인들은 테러의 표적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을 되돌아 보라.

더구나, 현직 대통령과 지지율 1위 대선 후보가 노골적으로 석유를 위해 자이툰 파병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것은 간 큰 부시도 감히 하지 못한 말이다. 이라크인들이 이 말을 들으면 어떻게 생각할까? 2004년 4월 스페인 마드리드, 2005년 7월 영국 런던의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테러가 서울에서 재연될 지도 모른다.

파병은 돈 낭비다

지금까지 자이툰 파병 비용으로 쓴 돈이 7천억 원을 넘는다. 파병이 연장된다면 추가비용 4백46억 원이 필요하다. 서울 시내 노숙자 수는 파악된 것만 5천여 명이다. 전국적으로 결식아동이 20만 명 이상이다. 자이툰 1년 예산이면 식사 지원, 직업 교육 등 이들의 처지를 월등히 개선하는 조처를 취할 수 있다.

국방장관 김장수는 국정감사에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자이툰 파병을 연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라크 점령과 학살을 돕는 것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파괴하는 짓이다. 우리의 아까운 세금이 이런 데 낭비되도록 좌시해선 안 된다.

이라크 점령은 고유가를 낳았다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정이 심해지면서 2003년 하반기 이후 만성적인 고유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이란 확전 논란이 불거지면서는 배럴당 1백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결국 전 세계적으로 보통 사람들의 삶이 더 팍팍하게 됐다.

한국에서도 이미 서민들이 사용하는 난방용 면세 경유 가격이 2년 만에 리터당 3백 원에서 7백 원으로 급등했다. 가난한 사람들은 연탄으로 난방을 바꾸고 있다. 반면 국내 5대 정유사들은 역대 최고 이윤을 기록하고 있다. 자이툰 부대가 이라크 주둔 미군을 돕고 이란 확전 가능성이 더 커질수록 석유값도 더 오를 것이다.

민주주의를 파괴한다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이라크 점령을 계속 지원하려면 대중의 요구를 무시하고 불만을 억눌러야 한다. 민주적 권리 침해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점령 참가 정부들은 이주민들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분류하고 마녀사냥했는데 미국은 9.11 이후 무려 1백60만 명을 체포하고 23만 명을 구금했다.

한국에서는 최근 테러방지법 제정 논의가 다시 시작될 조짐이다. 노무현은 지난 9월 21일 국가정보원을 방문해 “테러방지법 추진 과정에서 국정원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이 테러 대상이 된 것은 한국 정부가 제국주의 점령에 동참해서다.

테러방지법은 이런 테러 위협 증가는 막지 못하면서 시민적·정치적 권리 억압만 강화할 것이다. 영국은 ‘테러 선전 간행물’ 보급을 금지하는 새로운 대테러법을 4월부터 시행하고 있는데, 기준이 워낙 모호하기 때문에 촘스키의 책도 ‘테러 선전 간행물’로 취급할 수 있다. 테러방지법은 진보 운동을 탄압하는 전가의 보도로 쓰일 수 있는 것이다.

이라크 전쟁을 도와서 한반도 평화를 얻을 수는 없다

이라크 전쟁의 궁극적 목적은 중동 석유를 통제해 중국·러시아·유럽 등 잠재적 경쟁자들을 단속하는 것이다. 이라크 침략은 일종의 전초전인 셈이다.

만약 미국이 중동 전쟁에서 성공한다면 더 높은 자신감과 더 많은 군사적 여유가 생길 것이다. 이는 미국이 다른 지역에서 제국주의 경쟁자들을 노린 또 다른 군사 행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짐을 뜻한다. 미국이 중국과 경쟁하는 동아시아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한반도도 여기에 휘말릴 수 있다.

최근 미국이 북한과 일시적 대화에 나선 것은 중동에서 이라크 수렁에 발이 묶여 있기 때문이지 한미공조 덕분이 아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라도 자이툰 파병 연장에 반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