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에 억류됐던 마부노호 선원들(조선족 선원 포함)이 1백74일 만에 석방됐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일본 화물선 골든 노리호 소속 한국인 선원들은 여전히 억류중이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해적과 협상은 없다”며 피납 선원들을 나 몰라라 방치했다. 보다 못한 해상노련 등 평범한 사람들이 자발적 모금 운동을 벌이고 정부를 비판하는 여론이 들끓고 나서야 정부는 본격적 협상에 나섰다.

외교부는 “[도움을 준] 미국과 소말리아 과도정부에 고마움을 전한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과 소말리아 과도정부는 선박 납치의 원인 제공자다.

이 지역에서 선박 납치 행위가 일어나는 이유는 전쟁이 낳은 불안정과 빈곤 때문이다.

1970년대 소말리아는 미국과 소련의 제국주의 패권 경쟁이 낳은 내전으로 갈갈이 찢겨졌다.
1992년에는 아예 미국이 직접 소말리아를 침공했고, 한국군은 PKO를 명분으로 미국의 점령과 학살을 도왔다. 

지옥같은 내전 상태는 2006년 이슬람법정연합이 소말리아 남부를 장악하면서 출구가 보이는 듯했다. 소말리아 민중은 이슬람법정연합이 지긋지긋한 내전을 끝내 주길 바랐다.

그러나 소말리아 민중의 염원은 미국의 사주를 받은 에티오피아가 소말리아를 불법 침공하면서 산산조각났다.

미국은 소말리아를 이슬람법정연합에 내 줄 생각이 없었다. 소말리아는 홍해를 사이에 두고 아라비아 반도를 마주 보는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석유 물동량의 4분의 1이 이 해역을 경유한다. 미국이 소말리아 바로 위에 있는 지부티에 아프리카 최대의 미군기지를 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 북한 대홍단호를 지원하며 과시한 미국함대의 경찰 행위의 배경에도 이런 맥락이 있는 것이다.

중국의 주간지 〈환구보〉는 “최근의 소말리아 내전은 미국이 ‘아프리카의 뿔’을 통한 홍해와 인도양 통로에 대한 통제, 이 지역 석유의 확보, 지중해-중동 포위의 전방위적 강화라는 꿈을 버리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하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의 이라크 점령과 마찬가지로 에티오피아의 소말리아 점령도 실패하고 있다.

최근 저항세력은 소말리아 최대 도시인 모가디슈에서 공세를 강화했다. 지난달에는 점령군의 꼭두각시인 과도정부 군장성이 모가디슈 시내에서 사살되기도 했다. 학생들의 반점령 시위도 벌어졌다.

최근 특히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아프리카 자원 쟁탈전이 확대되면서 아프리카의 비극적 불안정이 심해지고 있다. 나이지리아에서 빈번한 정유회사 습격사건이나 다르푸르의 비극 등이 그 예다.

아프리카의 석유와 패권을 노린 제국주의 국가들의 무력 개입, 자원 약탈, 이로 인한 빈곤과 전쟁이 지속되는 한 선박 납치 같은 사건은 계속 벌어질 것이다.

선박 납치 같은 불행한 사건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제국주의 패권에 반대하고 피점령국 민중의 저항을 지지해야 한다.

당장 반전 운동 세력이 이라크 파병 재연장을 막는다면 미국 제국주의가 세계 곳곳에 개입할 능력을 감퇴시킬 수 있다. 이것은 소말리아 등 아프리카 민중의 반제국주의 투쟁에도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