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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한나라당 단일화’는 말도 안 된다

2007년판 ‘비판적 지지론’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가장 최근의 것은 삼성 비자금 폭로와 이회창 대선 출마 선언 직후에 나왔다.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이하 실천연대)는 ‘긴급진단 이회창 출마, 어떻게 볼 것인가’(11월 6일)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반부패·반보수 대연합을 실현하여 한나라당과 친미보수 세력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해서 힘을 모아야 한다. … 범여권 후보단일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여 친미보수정권의 등장을 반대하는 국민적 열망에 부응해야 한다.”

이보다 조금 앞서 주한미군철수운동본부가 “반한나라당 3자 연대로 연립정부 구성하자!”는 성명을 발표했고, 이수호·함세웅·이장희·정해구 등이 참여한 ‘나라의희망과미래를준비하는시민사회단체협의회’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누르고 대선 승리를 이끌어내기 위해 범여권 후보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10월 31일).

정대화 교수도 ‘연합정부론’을 폈고(‘정동영, 권영길, 문국현... 연합정부로 가라’, 〈오마이뉴스〉 10월 26일치) 김기원 교수도 노골적인 ‘비지론’을 내놨다(〈한겨레21〉 679호).
이런 주장들은 모두 공통점이 있는데 그 첫 번째는 정동영과 문국현, 권영길 사이에 반부패 등 모종의 공통점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태평양

그러나 정동영은 지난 대선 때 삼성에서 흘러들어간 비자금에서 전혀 자유롭지 않고 파병에 찬성했었고 지금도 기회주의적으로 반전 여론에 올라타려 할 뿐 언제든 여론이 바뀌면 파병 연장에 찬성할 수 있다고 한 자다. 비정규직 악법을 통과시킨 당의 의장 출신이고 이랜드 노동자들을 찾아가 “노동자도 권리를 일부 양보해야 [한다]”고 한 자다.

문국현은 국민들의 건강보다 ‘미국 쇠고기 업자 차별’을 더 못마땅해 하고 “전투병만 아니라면” 파병을 지지할 수 있다고 했다. 비정규직 투쟁에 침묵으로 일관해왔고 민주노동당에게 “기업에 대한 배려”를 요구한 것도 문국현이다.

오로지 권영길 후보만이 일관되게 신자유주의와 전쟁에 반대해왔고 노동자 투쟁을 지지해왔다. 요컨대 이명박과 정동영, 문국현 사이에 놓인 간극이 실개천 같은 것이라면 이들 모두와 권영길 후보 사이에 놓인 간극은 태평양 같은 것이다.

두 번째,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하늘이 무너지기라도 하는 듯한 위기감을 갖고 있다. 물론 이명박이나 이회창은 군부독재의 유산을 물려받고 국가보안법을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우익들이다. 이들이 집권하면 즉시 노동자들과 진보 운동에 대한 탄압에 열을 올릴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실이 반드시 운동의 패배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우파인 시라크 집권 당시 프랑스판 비정규법인 CPE를 좌절시킨 거대한 투쟁이 벌어지고 사르코지 집권 하에서도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저항이 거세게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수 세력의 집권과 운동의 성패가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실천에서는 보수 세력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사이비 ‘개혁’ 세력에 대한 의존과 지지는 그들의 배신에 맞서 싸우기 힘들게 만들뿐이다. 김대중 집권 초기와 노무현 집권 초기의 경험이 바로 그랬다.

반대로 민주노동당이 당선하지는 못하더라도 의미 있는 지지를 획득한다면 최소한 수백 만 명의 독립적인 진보 세력을 단결시킬 수 있고 누가 당선하든 이 세력을 무시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지금은 민주노동당과 진보 진영에게 좋지 않은 상황이 결코 아니다. 혼란스럽긴 하지만 여전한 대중적 급진화가 있고, 비록 이명박이 반노무현 정서의 수혜를 듬뿍 받고 있었지만 보수 세력 전체는 이런 아래로부터의 분노와 불만에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분열하고 있다.

사이비 개혁 세력은 백 년은커녕 5년도 못 가 파산했고 한미FTA 반대 운동, 비정규직 철폐 운동, 반전평화 운동 등 거대한 잠재력을 가진 운동들이 꿈틀대고 있다. 삼성의 핵심 간부 출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는 이 운동에 휘발유를 붓고 있다.

따라서 민주노동당과 ‘진정한’ 진보 진영은 힘을 결집해 보수 세력뿐 아니라 사이비 개혁 세력에서도 독립적인 운동과 세력을 성장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민주노동당과 진보 진영은 ‘반부패’ 운동을 건설하면서도 정동영 등의 본질을 폭로하는 데 소극적이어선 안 된다.

정동영은 문국현과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에게 ‘반부패 회동’을 하자고 하는 데, 권영길 후보는 부패의 장본인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어떤 회동이나 만남에도 응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정동영은 ‘반부패 회동’을 범여권 단일화의 고리로 삼으려 한다.

민주노동당은 개혁사기꾼들과 분명한 선을 그면서 독립적으로 한미FTA 반대, 비정규직 철폐, 반전평화 등 진정한 진보를 위한 운동을 강화하며 대선에 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