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간한 입시 전문가가 아니면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우리 나라의 입시 제도. 해방 이후 총 16번 바뀌었다고 한다. 그 변화의 흐름 속에 한 가지 변하지 않는 본질이 존재한다.

입시 제도가 자주 바뀌면 바뀔수록, 입시 제도가 복잡해지면 복잡해질수록 부유층 자녀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빠른 변화·복잡한 제도에 고액의 사교육과 각종 정보를 통해 체계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부유층이기 때문이다.

20년 전쯤에는 ‘학력고사’, ‘선지원 후시험’ 제도가 시행됐다. 과외는 금지됐고, 시험은 교과서에서만 출제됐다. 그래서 그 때는 ‘개천에서 용 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고액의 사교육으로 내신·수능·논술을 모두 준비해야 하고, 한번쯤은 해외 유학을 다녀와야 하고, 각종 대회 수상 경력이나 고득점의 TOEIC 성적이 있으면 더더욱 유리해지는 입시 제도의 관문을 노동자·민중의 자녀가 통과하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그런 점에서 입시 제도는 철저히 계급 차별적 속성을 지니고 있다. 최근 서울대·연대·고대 신입생 중 서울 강남, 특목고 출신이 3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죽음의 트라이앵글’로 불리는 2008학년도 입시안은 사상 최악의 입시안이다. 여기에는 ‘학교별 평가(내신)’, ‘전국단위 일제고사(수능)’, ‘대학별 본고사(논술 및 면접)’ 등 이질적인 평가 방식이 모두 결합돼 있다. 게다가 대학별로 학생 선발 방식을 따로 마련하도록 돼 있으며 수시·정시·일반전형·특별전형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저주받은 89년생

쉽게 말해 전국의 모든 대학이 두세 가지 선발 방식을 각각 따로 채택하고 있는 셈이다. 학생들은 혼란에 빠지고 사교육은 더욱 번성한다.

‘저주받은 89년생’이라 불리는 지금의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입학하자마자 ‘내신 등급제’라는 괴물 때문에 ‘친구를 적으로’ 만드는 가혹한 경쟁체제를 교실 안에서 접하게 됐다.

이들은 2학년이 되자 갑자기 ‘논술’이 당락을 결정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5지 선다형 ‘찍기’ 문제에 씨름하던 이들은 이제 느닷없이 ‘창의력 신장’의 깃발을 높이 들고 논술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들이 3학년에 올라오자마자 주요 대학들이 수능 비중을 높인다는 소식을 접하게 돼 다시금 ‘창의력 신장’의 깃발을 내리고 EBS 수능 강의에 접속하기 시작했다.
참교육은 온데간데없고, ‘창의력’이니 ‘경쟁력’이니 하는 온갖 요란한 깃발만 나부끼고, 아이들은 ‘합격’이라는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림이 없다.

입시 제도가 바뀔수록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사교육 시장은 더욱 팽창하고 아이들의 고통은 더욱 커져 갔다. 예비고사, 학력고사, 본고사, 내신, 수능, 논술, 면접 등 나올 것은 다 나왔다. 신자유주의는 입시 제도를 매개로 경쟁 이데올로기를 온 국민에게 내면화하며, 부모의 부와 권력이 자녀에게 대물림되는 계급 불평등 현실을 재생산한다.
변하지 않은 것은 오직 한 가지, 서울대를 정점으로 하는 대학서열체제다. 대안은 오직 한 가지, 대학평준화다. 대학평준화만이 아이들의 입시 고통, 노동자·민중의 사교육 부담을 없앨 수 있다. 승자독식의 야만적인 신자유주의 경쟁체제를 넘어 아름다운 연대 사회의 새로운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노동자·민중이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운동에 전면적으로 나서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11·24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전국동시다발 범국민대회

일시: 11월 24일(토) 오후 5시  |  장소: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수도권)
홈페이지: http://www.edu4al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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