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후보는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며 고등학교를 ‘다양화, 정상화’하겠다고 한다. 이것은 망상이다. 한국인이 가고 싶어하는 고등학교는 입시명문고이지 다양하거나 정상적인 고등학교가 아니다. 고등학교 다양화는 반드시 입시명문고의 등장, 즉 고등학교 서열화로 귀결된다. 명문대에서 노동자의 자식이 배제되는 것처럼 명문고에서도 노동자의 자식은 배제된다.

이 정책이 특히 악랄한 것은 어차피 자기 자식이 배제당할 걸 알면서도 노동자로 하여금 사교육비를 쓰게 한다는 데 있다. 노동자·농어민·지방민·강북민이 자식을 일류대에 보낼 수 없다는 걸 남도 알고 당사자도 안다. 그러나 혹시 기적이 일어날까 싶어 모든 소득을 사교육비로 쏟아 넣는다.

명문고를 만들면 혹시나 자기 자식이 명문고에 들어가서 장차 명문대에 좀더 쉽게 들어갈 수 있을까 싶어 더 일찍부터 더 많이 사교육비를 쓰게 된다. 다행히 자식을 명문고에 들여보낸 집안은 지금까지 들인 공이 아까워서라도 사교육비를 더 쓰게 되고, 못 보낸 집안에선 불이익을 보충하려고 사교육비를 더 쓰게 된다.

이명박 후보의 정책은 ‘공교육을 정상화·내실화해 사교육 수요를 흡수하고, 공교육을 다양화해서 창조성을 기른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어디서 많이 듣던 말 아닌가? 바로 참여정부에게서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말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국민의 정부, 더 나아가 문민정부에게서도 들었던 말이다. 이명박 후보의 공약은 사실 전혀 새롭지 않은 재탕 삼탕 정책이다.

재탕 삼탕

공교육 정상화로 사교육 수요를 흡수한다는 말이 언뜻 들으면 매우 좋은 말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이것은 ‘사기’다. 공교육은 사교육을 흡수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사교육은 실제로는 입시 사교육을 일컫는 말인데, 공교육이 입시교육을 해선 안 된다.

또 그렇게 하려고 해도 공교육은 영원히 사교육을 흡수할 수 없다. 왜냐하면 사교육은 남보다 앞서려고 돈을 주고 맞춤교육을 받는 것인데, 공교육은 모든 국민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이어서 영원히 사교육을 따라잡을 수 없다.

중고등학교 공교육 제도를 바꿔 사교육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환상에 기초를 두고 만든 것이 특목고나 자립형 사립고 같은 것들이다. 이 학교들이 너무나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자 참여정부는 ‘개방형 자율학교’로 바꿔서 여전히 ‘공교육 정상화’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학교들이 생겨나면 그 다양성에 자기 자식을 맞춰 줄 수 있는 건 결국 부자들뿐이다. 자립형 사립고든 특목고든 중상층 자녀들만 가게 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공교육 정상화라는 좋은 말이 왜 한국 사회에선 이런 식으로 작동하는 것일까? 바로 대학서열체제라는 기괴한 제도 때문이다. 이 대학서열체제에서 모든 교육은 입시교육으로 수렴되므로 그 어떤 교육개혁을 해도 사교육비만 커지게 된다. 그러므로 노동자·농어민·민중은 공교육 정상화라는 주술에 홀릴 것이 아니라 대학서열체제 혁파를 요구해야 한다.

지금 대선 후보 중에서 대학서열체제를 끝장내겠다고 나선 이는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후보가 유일하다. 오직 권영길 후보만이 참여정부와 그 전 정권들에서 이어진 교육정책을 거부하고 있으며, 오직 권영길 후보만이 전 국민을 사교육 고통에서 해방시킬 정책을 공약하고 있다.

사교육 공화국에서 사교육을 없앤다는 것은 일종의 혁명이다. 이것을 일개 대선 주자가 혼자 할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이것은 민중 자신의 힘으로 쟁취해야만 한다. 11월 24일에 ‘공교육 정상화 사기’를 고발하고 건국 이래 최초로 대학평준화를 요구하는 행사가 열린다. 이날 나라 안의 온 민중이 참가해 사교육 지옥 폐쇄를 결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