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9일 명동성당에서는 여러 이주 노동자 상담소 실무자들과 이주 노동자들 4백여 명이 모여 '외국인 노동자 인권 보고 대회'를 열었다. '외국인 노동자 차별 철폐와 기본권 보장을 위한 공동 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주최한 집회였다.

이주 노동자들은 'Abolish Trainee System'(연수제 철폐), 'Enact Work Permit System'(노동허가제 쟁취)라고 적힌 노란 깃발을 하나씩 들고 있었다.

이주 노동자들은 사업장내 폭행, 감금 노동, 여권 압수 등 자신들이 당하는 고통을 새겨 넣은 박스를 하나하나 쌓아 탑을 만들었다. "연수제도 철폐하라"고 외치며 그 탑을 무너뜨리고 박스를 짓밟는 퍼포먼스는 이주 노동자들의 가슴 속에 맺인 한과 울분을 잘 보여 주었다.

안산 외국인노동자센터 박천응 소장은 "외국인 노동자를 짐승같이 마구 때리고 월급도 제대로 주지도 않는 잘못된 법·제도를 고치고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고 밝혔다. 박천응 소장은 이주 노동자들이 얼마나 폭력에 시달리는지를 펜치, 장갑, 파이프를 직접 가져 와 실감나게 보여 주며 말했다.

"펜치는 드라이버 돌릴 때나 철사를 끊을 때 사용한다. 그런데 그 펜치로 외국인 노동자의 머리를 때려 머리통이 깨져서 14바늘을 꿰매고 병원에 입원했다. 이런 일이 있어서 되겠는가? 장갑은 일할 때 끼는 것이다. 그런데 장갑을 낀 손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얼굴을 때린다. 또, 이 파이프는 방에 불을 잘 때게 하는 거다. 이걸로 사람 때리면 되는가? 외국인 노동자가 짐승인가? 이주 노동자들은 밥을 먹고 살아야 하는데 욕을 먹고 산다."

박천응 소장이 '때리지 마! 욕하지 마!'라는 구호를 외치자 인도네시아 이주 노동자 두 명이 피켓을 들고 '맞아 맞아'라며 큰소리로 맞장구를 쳤다.

박천응 소장이 "이러한 연수제도를 고집하는 이유가 뭡니까?"하고 묻자 한 이주 노동자는 "떼돈 버니까요."하고 외쳤다.

"맞다. 산업연수생은 에이전시에 매월 꼬박꼬박 2만 4천 원을 낸다. 산업연수생이 이 나라에 8만 명이니까 1년 동안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이 자그마치 30억이나 된다. 그렇기 때문에 연수제를 철폐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이주 노동자들은 '나쁜 놈들', '에라! 도둑놈아' 하며 사후관리업체와 중기협을 비난했다.

이주 노동자들은 비참하기 짝이 없는 노동조건에서 혹사당하고 있다.

"작업 시간이 끝난 후 나에게만 청소를 시켰다. 바람이 불어 나뭇잎이 계속 떨어지니까 다시 청소를 하라고 했다. 그래서 과장에게 너무 춥고 힘드니까 한 명만 더 청소를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더니 무자비하게 폭행했다. 멱살 잡힌 채 1층에서 3층까지 끌려가며 맞다 기절했다."(샤니, 방글라데시)

"한국인에게는 7시 반까지만 일을 시키면서, 우리들에겐 새벽 2시까지 일하라고 한다. 그러나 나와 우리 친구들 5명은 3∼4개월치 임금을 못 받고 있다. 노동부에 8번이나 왔다갔다 했는데,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미네르, 방글라데시)

"96년부터 한국에서 일하던 중 두 차례에 걸쳐 임금체불을 겪었다. 또,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던 중 차가 인도로 넘어와 큰 교통사고까지 당했다. 그러나 경찰들은 불법체류자라며 수갑을 채운 채 병원으로 데려갔다. 그러나 치료도 못 받고 감옥 생활을 24일이나 했다."(이봉용, 중국)

"한국에 온 지 3일째 되는 날 프레스 사고를 당해 한 쪽 손목이 잘렸다. 그러나 살이 썩어가는데도 강제로 퇴원시켰다. 회사에서는 보상도 해 주지 않는다. 다친 지 3년이 넘었는데, 계속 아프다."(최춘복, 중국)

방글라데시인 이주 노동자 비두 씨는 이렇게 말한다. "이주 노동자들은 사람이 아니라 물건 취급 당한다.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널려 있는 힘없는 물건과 같다. 우리는 하루에 보통 12∼14시간 일하고 야근도 한다. 친구 생일 파티를 하거나 아파서 병원에 가고 싶어도 그렇게 할 자유가 없다. 아파서 일하고 싶지 않아 요청을 하면 사장은 이렇게 말한다. '너희들! 내가 사 가지고 왔는데, 왜 일 안하냐'고. 어떤 친구는 맹장이 너무 아파서 호소했더니 사장은 괜찮다고만 했다. 결국 수술을 했는데, 수술하자마자 열흘 후에 곧바로 일해야 했다."

한국인과 결혼한 이주 노동자도 차별받기는 마찬가지다. 거주권과 노동권을 제대로 보장해 주지 않는다.

"나는 방글라데시 사람과 결혼한 한국 여자다. 결혼한 지 8년이 넘어 벌써 9년째다. 그러나 지금 남편은 영국에 가 있다. 남편과 같이 살고 싶은데 이게 무슨 개 같은 경우인가! 국제 결혼한 사람들은 이 나라에서 제대로 일할 수 없다. 국제 결혼한 사람들의 생존권과 행복할 권리를 보장해 달라"며 억울하고 원통한 심정에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이주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심정을 담아 'We are not slaves/animal(우리는 노예/짐승이 아니다)', 'Give us Freedom(자유를 달라)', 'Don't bit us(때리지 마)'라고 손수 쓴 피켓들을 들고 있었다.

대다수 이주 노동자들은 지금껏 당해 온 여러 고통 때문에 산업연수생 제도 철폐를 적극 환영한다. 불법체류자들이 많이 양산되는 이유도 산업연수생들의 끔찍한 노동 현실과 관계 있다. 그러나, 고용허가제가 이주 노동자들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지 않는다는 데 대체로 공감했다.

비두 씨는 "산업연수생들이 대부분 불법 체류자가 된다. 너무 힘들고 임금을 적게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산업연수생 제도를 없앤다니 너무 좋다. 그러나 고용허가제는 이주 노동자들이 그리 기뻐할 일은 아니다. 사장이 이주 노동자가 마음에 안 들어 짜를 경우, 14일 이내에 강제 출국 당한다. 그리고 회사가 마음에 안들어 다른 회사로 옮기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이런 점만 고쳐 준다면 굉장히 기쁠 것이다." 하고 말했다.

필리핀 이주노동자공동체 카사마코에서 일하는 마크 씨도 이렇게 말한다. "이주 노동자의 권리를 향상시키려는 노력을 환영한다. 연수생제를 폐지하고 이주 노동자들을 합법적인 노동자 신분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기쁜 일이다. 그러나 이주 노동자들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것 같아 크게 환영하기 어렵다. 고용허가제의 몇 가지 조항은 우려할 만하다. 첫째, 1년마다 계약이 갱신되기 때문에 지위가 불안정하다. 둘째, 해고 당하면 출신국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노동자가 원치 않는 고용주에게 묶여 노동할 수밖에 없다. 셋째, 자유로운 직장 이동의 자유가 없다. 넷째, 고용허가제는 이주 노동자들을 보내고 받아들이는 양 정부간 쌍무협정에 의해 이루어지지만, 고용상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 다섯째, 불법체류자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조항이 없다. 정부가 처음에는 불법체류자들을 다 본국으로 돌려보내 다시 합법적인 노동자를 제한적으로 받아들이겠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에 온 지 2년 미만이 되는 불법체류자들은 남아 있게 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 많은 불법체류자들이 또다시 많은 비용을 들여 들어오려 하겠는가? 여전히 불법체류자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마크 씨는 이러한 이주 노동자들의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민주노총과 이주 노동자들이 함께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 노동자들은 한국의 계약직 노동자들과 비슷한 처지에 있다. 신자유주의는 노동자들에게 더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하도록 만든다. 사회보장제도와 직업을 제대로 보장해 주지 않는다. 또 1년마다 재계약을 맺는다. 이주 노동자와 한국 노동자들은 똑같은 처지에 있기 때문에 함께 싸울 수 있다. 그래서 민주노총과 대화를 추진중이다."

버마, 태국, 인도네시아, 중국, 방글라데시, 네팔, 파키스탄 등지 출신인 이주 노동자들 몇몇은 "노동자 연대에는 국경이 없습니다" 라고 적힌 빨간 머리띠를 매고 있었다. 또 "Korean Workers & Migrant Workers, We are one"(한국 노동자와 이주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피켓도 눈에 띄었다.

공대위는 11월 25일부터 12월 18일을 '이주 노동자의 달'로 선포하고, 이 기간에 연수제 철폐와 이주 노동자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모든 노동자들의 권리가 보장되길 원하는 사람들은 이주 노동자 투쟁을 지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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