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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라운드는 아쉽게 끝났지만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
프랑스 노동자 파업의 교훈

대통령 사르코지의 연금 ‘개혁’에 반대하며 9일 동안 파업을 벌였던 프랑스의 철도·지하철 노동자들이 지난주 표결 끝에 투쟁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철도·지하철 노조가 정부 요구안을 놓고 협상하는 데 동의했기 때문이다.

다른 공공 부문 노동자들은 지난주 화요일 전국에서 70만 명이 참가한 시위 이후 임금·일자리 삭감에 반대하는 투쟁을 지속하고 있고, 고등교육 사유화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투쟁도 계속되고 있다.

프랑스 재무장관에 따르면, 이번 대중교통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하루 평균 2억 9천만 유로(약 4천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프랑스 노동계급 가운데 가장 전투적이고 잘 조직된 부문에 속하는 철도·지하철 노동자들의 투쟁 중단은 분명히 운동의 후퇴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철도 노동자들은 자신만만한 정부와 대결했다. 사르코지 정부는 특별 연금 제도 ― 일부 노동자들에게 다른 노동자들보다 더 일찍 퇴직할 권리를 보장하는 ― 를 폐지할 권한을 국민들에게서 위임받았다고 주장했다. 사르코지는 지난 봄 대통령 선거 때 이를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고,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프랑스 국민의 다수가 연금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아페리티프

파업 노동자들은 또, 사회당 지도부와 노조 지도부의 반대를 거슬러서 투쟁해야 했다. 지난주에 사르코지의 대변인은 공공 부문 노동자 전면 공격에 노조 지도자들이 협조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 연금 제도는 아페리티프[식욕 촉진을 위해 식전에 마시는 술]일 뿐이다. 다른 개혁들을 위해서도 우리는 책임있는 노동조합이 필요할 것이다.”

노조 지도자들이 연금 개악 반대 투쟁에 앞장서지 않은 덕분에 정부가 유리한 위치에서 싸움을 벌일 수 있었다. 철도노조의 주요 상급단체인 노동자총연맹(CGT)의 지도자 베르나르 티보는 사르코지에 단호하게 반대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티보가 파업을 계속하는 데 공개적으로 반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지만, 노동자들은 노조 지도자들의 협상 의지를 거슬러서 파업을 지속할 수 없었다.

사르코지의 공세를 [1984년] 영국 대처 정부의 광부 파업 탄압과 비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프랑스 철도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지 않았다. 또, 사르코지는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지난 15년 동안 다양한 노동자 집단이 연금 투쟁에서 패배를 경험했지만, 생계비 상승을 따라잡기 위한 공공 부문 임금 인상은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해에 프랑스인의 다수는 청년들의 일자리를 비정규직화한 법률[최초고용계약법: CPE]에 맞서 싸운 청년들의 성공적인 투쟁을 지지하기도 했다.

물론 그 때 이후 사정이 변하긴 했다. 지난해에는 프랑스 우파들이 분열했지만, 올해 가까스로 우파들을 단결시킨 사르코지는 과거의 패배와 타협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바탕으로 대통령에 당선할 수 있었다.

한편, 공식 야당인 사회당은 취약하고 무능하다. 그리고 우파의 시장 지향 정책들과 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주에 집없는 사람들을 위한 운동을 펼치는 여배우 조지안느 발라스코는 분통을 터뜨리며 이렇게 외쳤다. “도대체 이 사회당 놈들은 뭘 하고 있는 거야? … 우리가 [진정한] 야당이다.”

이번 파업 기간에 프랑스 언론은 신자유주의 반대 운동의 믿을 만한 대변인은 혁명적공산주의자동맹(LCR)의 올리비에 브장스노뿐이라고 보도했다.

프랑스 노동운동의 전통적 기구들은 반정부 투쟁을 지도할 의지도 능력도 없음을 입증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프랑스에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분노가 널리 퍼져 있고 매우 현실적임에도 그런 분노를 모아줄 조직 대안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은 운동의 활력과 전투성을 정치 무대로 전달하고 정부한테서 주도권을 빼앗아 오기 힘들게 만든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운동의 투쟁 능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사르코지는 잠시 철도 노동자들을 무력화시켰다. 이 때문에 의기양양해진 프랑스판 전경련인 프랑스기업운동(MEDEF)은 이제 정부에게 주35시간 노동제도를 폐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사르코지는 아직도 다른 공공 부문 노동자들과 학생들의 상당한 반발에 부딪혀 있다.

학생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 있음을 아는 사르코지 정부는 재빨리 경찰 병력을 대학 곳곳에 주둔시켰다.

지난 15년 동안 프랑스 정치를 좌우해 온 계급투쟁은 사라지지 않았다. 최근 세계경제포럼은 세계에서 작업장의 노사 대립이 가장 첨예한 나라로 프랑스를 꼽았다.

조직 대안

사르코지 집권 후 처음으로 벌어진 주요 투쟁은 그가 중요한 세력들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고 그 세력들은 분노를 효과적인 행동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그러나 노동운동이 승리하려면 자신의 지도부에 도전할 수 있는 정치적 수단도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그런 일이 일어날 때까지는 사르코지가 계속 주도권을 쥐겠지만, 앞으로 더 많은 전투가 벌어질 것이다.

짐 울프리스는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 당원이고, 런던대 킹스칼리지에서 프랑스 정치사를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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