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는 현실적이다. 그리고 심각한 위협이다. 어느 정도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모두, 심지어 합리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미국 정부조차 이제는 기후 변화의 현실성과 심각성을 인정한다.

지금 당장 기후 변화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면, 지구의 온도는 계속 오를 것이고 그리 오래지 않아 수많은 사람들이 식품 부족, 홍수, 폭풍 등의 재앙으로 죽고 더 많은 사람들이 난민이 될 것이다. 기후 변화가 그 수준마저 넘어서도록 내버려둔다면, 인류뿐 아니라 무수한 생물 종(種)도 상상할 수 없는 참사를 겪게 될 것이다.

그런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에 직면해서 가장 광범하게 나타나는 반응은 기후 변화가 너무 중대하고 너무 절박한, 그래서 정치나 이데올로기를 초월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주류 언론이나 환경 운동가들이 모두 그렇게 말한다.

기후 변화는 결국 인류 전체를 위협하기 때문에 모든 인류가 단결해서 기후 변화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보수주의자들·자유주의자들·아나키스트들·마르크스주의자들은, 특히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저마다 차이를 묻어두고 자신의 주의·주장, 특별한 이해관계, 철학적 목표들을 뒤로한 채 당장 눈앞에 닥친 문제, 즉 지구를 구하는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말은 모두 그럴듯한 상식처럼 들린다. 그러나 그것은 완전히 틀린 주장이다.

그 이유를 알고 싶다면,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해 보면 된다. 우리가 정말로 반쯤이라도 합리적인 세계에 살고 있었다면, 또는 정치적·경제적 권력자들 같은 주요 행위자들의 상당수가 정말로 저마다 차이를 묻어두고 자신의 특별한 이해관계를 뒤로한 채 기후 변화 문제를 다뤘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정부 조처

첫째, 미국·러시아·중국·영국·일본·독일·프랑스 등 주요국 정부는 모두 석유나 석탄 등 탄소를 배출하는 에너지원을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풍력·파력·태양력 같은 에너지원으로 대폭 교체하는 조처들을 즉시 실행했을 것이다.

둘째, 그들은 이런 조처를 보완하는 방법의 일환으로 건물 난방용 에너지를 대폭 절감하기 위해 모든 건물의 단열 효과를 높이는 정부 주도 프로그램들을 실시할 것이다. 그리고 사무실을 비롯한 공공 건물들이 밤늦게까지 불을 켜놓고 에너지를 낭비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 방안들이 마련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탄소를 배출하는 승용차·트럭·비행기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줄이기 위해 친환경 대중교통, 특히 버스와 기차에 막대한 공공 투자가 이뤄질 것이다. 그리고 효율적이고 종합적인 대중교통이 일단 안착되면, 이를 지원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법률적 제재, 예컨대 도심 주행 차량이나 도시간 장거리 운행 등에 대한 법률적 제재 조처들이 시행될 수 있을 것이다.
그밖에도 많은 조처들, 실행 가능하고 마땅히 실행돼야 할 조처들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이 모든 발전들을 정부가 주도하고 법률로 강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중을 겨냥한 교육과 홍보도 필요하지만, 이것은 정부의 조처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지 정부 조처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일들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각국 정부와 지배계급 들이 진지하게 어떤 문제를 다루거나 위협에 대처할 때 항상 하는 일이다. 정부가 은행 강도 대처 방안이랍시고 사람들의 양심에 호소하거나 공공 정신이 투철한 시민들의 개입에 의존하는 정책을 내놓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조지 부시가 ‘테러와의 전쟁’을 시장의 힘에 맡기자고 말한다거나, 이라크 침략 작전은 최대한 많은 미국인들이 자력으로 바그다드까지 가도록 장려하는 것이라고 말한다는 것도 상상할 수 없다. 사실, 어디서나 지배계급들이 자신의 요구를 실현할 국가 기구들을 만든 이유는 바로 중앙집권적이고 효과적인 실행을 담보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우리가 합리적 세계의 합리적 행동이라는 몽상에서 눈을 돌려 실제 현실을 바라본다면, 가장 절실한 일들 가운데 지금 실행되고 있는 것은 거의 없다는 사실과 개인의 태도에 모든 것을 맡기는 해결책 ― 다른 문제들에서는 당장 기각됐을 ― 이 채택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 철저한 실패의 이유는 분명하다. 바로 자본주의의 우선순위와 논리 때문이다.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주요 경제 권력은 거대 기업들이 쥐고 있다. 〈포춘〉지가 선정한 세계 5백대 기업 가운데 상위 10개는 다음과 같다. 1위 월마트, 2위 엑손모빌, 3위 로열더치셸, 4위 영국석유회사(BP), 5위 제너럴 모터스, 6위 도요타, 7위 셰브런, 8위 다임러크라이슬러, 9위 코노코필립스, 10위 토탈. 이 10개의 회사 가운데 9개가 석유·자동차 경제에 절대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경쟁 논리

자본주의의 다른 주요 권력 중심은 주요국의 국가 기구들이다. 그러나 이 기구들도 앞서 말한 거대 기업들과 수많은 끈으로 직간접 연계를 맺고 있다. 더욱이, 이 국가 기구들은 저마다 자국의 자본주의를 위해 다른 나라 국가 기구들과의 경쟁에 몰두한다. 따라서 이 국가 기구들은 기후 변화를 저지하기 위해 필요한 변화들을 원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신의 경쟁자들이 기후 변화 대응 과정에서 이탈해 자신을 앞지르도록 내버려둘 수도 없다.

예컨대, 미국 지배계급은 미국이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는 동안 중국이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지 않고 그래서 중국이 경쟁에서 앞서나갈까 봐 두려워서 탄소 배출량을 감축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그랬다가는 미국 기업들의 이윤이 타격을 받고 미국 경제가 피해를 입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중국 지배계급도 미국이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까 봐 두려워서 탄소 배출량 감축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자본주의 경쟁 논리가 너무 강력하기 때문에서 기업들이든 각국 정부들이든 세계 시장에서 자신의 지위를 잃는 것보다는 차라리 인류 전체와 지구의 미래를 걸고 모험을 하는 쪽을 기꺼이 선택한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사회주의자들이 자신의 분명한 정치를 포기하거나 자신만의 마르크스주의 이데올로기를 뒤로한 채 기후 변화 저지 운동에 나서는 것이 어리석은 이유다. 현실은 오직 마르크스주의의 자본주의 분석만이 기후 변화의 진정한 원인을 규명하고, 훨씬 더 중요하게는, 기후 변화가 재앙적 수준에 이르지 못하게 막으려는 노력을 방해하는 기득권 세력이 누구인지 보여 준다.

그리고 노동계급 대중운동과 연결된 사회주의 정치만이 그런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극복하고 인류를 재앙에서 구하는 데 필요한 변화들을 강행할 수 있는 사회적·정치적 힘을 동원할 수 있다.

존 몰리뉴는 《마르크스주의와 당》(북막스), 《고전 마르크스주의 전통은 무엇인가?》(책갈피), 《사회주의란 무엇인가?》(책갈피)의 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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