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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악’ 논리와 단절하기

‘차악’ 논리와 단절하기

김인식

대선 후보를 둘러싼 민주당내 암투가 살벌하다. 민주당의 격렬한 분열은 노무현으로는 정권 재창출 가망이 없다는 불안감에서 비롯한다. 민주당내 보수파들은 노무현을 대선 후보로 선출한 지 넉 달도 안 돼 제거하려 한다. 권력 투쟁이 빚어 낸 자해성 상처는 심각하다. 분열이 분당으로 이어지는 것은 시간 문제인 듯하다. 김대중 정권의 위기는 노동 계급의 기대와 노동 계급의 가장 기본적인 요구조차 들어줄 수 없는 정권의 무능력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에서 비롯했다. 노무현이 잠시 이 간극을 메울 수 있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오래 가지는 못했다. 민주당 내 보수파들이 노무현을 제거하려는 것도 노무현의 유용성이 다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노무현이 보수파에 의해 제거될 위험에 처하자 중간 계급 자유주의자들이 노무현 ‘지키기’에 나섰다. 그러나 자유주의 부르주아지의 실패가 또 다른 부르주아 자유주의자에 의해 극복될 수는 없다. 노무현은 보수파에 의해서만 용도 폐기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 계급한테서도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한나라당이 노동 계급에 위안을 주는 것도 아니다. 이회창은 아들 병역 비리 폭로 때문에 곤경에 처해 있다. 이 때문에 점점 더 많은 노동자들이 진보적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문화일보〉 여론 조사에 따르면,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의 지지도는 4.4∼5.1퍼센트다.(〈문화일보〉 8월 12일치.) 〈한겨레〉 여론 조사에서는 7.5∼8퍼센트의 지지율을 기록했다.(〈한겨레〉 8월 12일치.) 권영길 대표가 국민승리 21 후보로 출마했던 1997년 대선 때 획득한 지지율은 1.2퍼센트(30만 6천26표)였다. 〈문화일보〉는 권 대표의 출마가 다른 후보 “당락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무현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의 약진은 모순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우파 정당의 집권을 막기 위해 진보 정당이 부르주아 개혁 후보(노무현)를 지지해야 한다는 압력이 형성될 수 있다. 이른바 ‘차악’ 논리가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이 올라갈수록 득세할 수도 있다. 이 점에서 한총련의 8·8 재보선 지침은 우려스럽다. 한총련은 지침에서 주되게 반이회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회창이 아닌 대안에 대해서는 모호함으로 일관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경기도 학생위원회는 질문 형식을 통해 한총련의 지침을 옳게 비판했다. “한총련의 지침은 이런 민중의 정서와 동떨어져 김대중 정권의 부패 비리는 비켜나가고, 한나라당만 비판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이런 태도는 당연히 민주당 지지로 받아들여진다.”한국노총의 독자 정당 움직임도 썩 개운치 않다. 한국노총은 지난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과 정책 연합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 시도는 2년이 지나지 않아 실패로 끝났다. 이런 경험 때문에 한국노총 지도부는 부르주아 정당과의 정책 연합을 내놓고 말하기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다. 그래서 독자 정당을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여전히 부르주아 개혁 분파와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그러나 권영길 대표는 대선 출마 선언을 통해 “후보 중도 사퇴나 비판적 지지는 절대로 없다”고 못박았다. 이번 대선에서 기성 정당의 “개혁” 후보 지지가 아닌 진보 진영의 독자 후보 출마가 역사의 진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