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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 맞선 투쟁의 2라운드를 준비하자

대한변협이 고영주, 조준웅, 정홍원을 특별검사 후보로 추천했다.

고영주와 조준웅은 박정희·전두환 시절에 ‘빨갱이 잡던 공안검사’ 출신이다. 고영주는 ‘전학련’, ‘삼민투’ 등을 이적단체로 기소하고, 한총련을 최초로 이적단체로 규정했던 자다. 그는 “전교조가 내세우는 ‘참교육’에 이적성이 있다”고 했을 정도로 꼴통 우익이다. 조준웅에게 직접 탄압받았던 장상환 경상대 교수는 그가 “박정희 정권 유지에 맹렬한 사람이었다”고 기억한다. 정홍원은 삼성을 주고객으로 모셔 온 대형로펌 로고스 소속이다.

이들 중 누가 특별검사가 돼도 이건희의 범죄를 은폐하고 면죄부를 줄 능력은 충분해 보인다. 대한변협은 진보·개혁적 변호사 1명 정도를 특검으로 추천하는 구색 맞추기조차 하지 않았다. 노골적으로 “현직 떡값 검사에서 전직 떡값 검사로 바꾸기”(심상정 의원)를 추진하며 철저하게 이건희 구하기에 나선 것이다.

이것은 대한변협에게 특검 후보 추천권을 줄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대한변협은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의 범죄를 폭로하자 징계를 거론한 집단이다. 한나라당과 통합신당은 여론의 압력 때문에 마지못해 삼성 특검법을 통과시키면서 안전장치를 마련해 뒀던 것이다.

이번 사건을 대충 무마하고 싶은 마음에 속이 타던 노무현은 아마 안심하고 이들 중 한 명을 특검으로 임명할 것이다. 자신의 ‘당선 축하금’ 문제도 잘 덮어주길 바라면서 말이다. 노무현이 갑자기 특검 수용 입장으로 바뀐 것도 ‘적당한 사람을 특검으로 임명해 적당히 사건을 덮어 버리자’는 삼성과의 공모 때문이라는 추측이 많았다.

더구나 이건희가 “자신을 살릴 동아줄”로 본다는 이명박이 대통령에 당선해, “‘보수 대반격’ 분위기 속에서 삼성의 비리에 대한 문제제기까지 희석”(김용철 변호사)하려는 시도를 할 것이다.

그러나 삼성의 범죄가 순탄하게 봉합되기는 힘들 것이다. 적당히 덮기에는 워낙 폭로된 사실이 많고 혐의가 구체적인데다, 무엇보다 국민적 분노가 높고 이미 운동이 확산돼 왔다.

수사에 소극적이던 검찰조차 “[수사 결과] 삼성이 관리하고 있는 차명계좌가 1만 개가 넘는”다며 “김 변호사가 제기한 주장들은 대부분 상당한 근거가 있다”고 말했을 정도다.

화학적 결합

삼성과 이미 ‘화학적 결합’ 상태에 있는 이명박도 도마에 오르면 자기 자신의 범죄를 은폐하고 위기를 벗어나기도 바쁠 것이다.

삼성 특검은 수사가 계속될 내년 총선까지 ‘이명박 특검’과 함께 상반기 정국의 뇌관이 될 것이 틀림없다. 삼성에 맞선 투쟁은 이제 본격적인 제2라운드에 돌입한 것으로 봐야 한다.

주류 정치 세력 모두가 삼성의 비리를 덮어버리는 데 나설 것인 만큼 더더욱 삼성에 맞선 대중적 운동 건설 노력이 중요하다. 그리고 ‘삼성 이건희 일가 비자금 조성 및 경영권 승계 불법행위 진상규명 국민운동’(이하 국민운동)의 구실이 중요하다.

사실 삼성에 맞선 운동은 이미 대중 운동으로 확산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민주노총이 두 차례나 삼성본관 앞 집회를 성공적으로 열었고, 국민운동은 삼성에 맞선 다양한 투쟁에 직간접으로 연루된 당사자들과 함께 대중 집회를 주최했다.

이런 국민운동의 활동은 삼성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과 상호작용하며 서로 고무했다. 금속노조 울산지부의 삼성SDI 하이비트 연대 파업도 그것을 보여 준다.

따라서 국민운동은 조직을 더 확대 강화하며, 지속적 활동으로 나가야 한다. 국민운동은 그동안 다소 분산됐던 운동을 연결할 수 있는 구심 노릇을 해야 한다.

바람직하게도 이미 국민운동에서는 특검 이후 운동 방향을 놓고 “상층 정치 사업에 국한된 사업을 국민적 운동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고민이 논의되고 있다. 국민운동과 민주노총이 협력해 여러 부문에서 삼성에게 억압받고 저항했던 당사자들이 참가하는 ‘삼성 피해자 증언대회’도 추진하고 있다.

운동을 더 확산하려면 국민운동의 ‘정당 배제’ 입장은 철회돼야 마땅하다. 심상정, 노회찬 의원을 포함해서 민주노동당은 그동안 삼성에 맞선 투쟁의 중요한 한 축이었다. 삼성 특검법의 통과에도 민주노동당이 중요한 구실을 했다.

다른 한편, 기업비리와 불법로비, 권력형 부정부패 문제를 단지 시민단체들의 과제로만 치부하고는 이 운동에 연루하기를 꺼리는 일부 좌파들의 경제주의적 편향도 극복해야 한다.

삼성의 불법과 비리에 항의하는 대중 운동은 대선 이후, 이명박에 반대하는 투쟁과 함께 결합돼 더욱 강력하게 확대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