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말 이혼의 자유를 공격하는 민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이번주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은 협의이혼시 자녀가 있는 경우 3개월, 없으면 1개월의 숙려기간을 도입하고(‘이혼숙려제’) 자녀양육 계획에 대한 합의가 없으면 이혼을 불허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이혼숙려제’는 2005년부터 시범 실시하다 이번에 법제화했다. 그동안 법원은 이혼숙려제를 통해 ‘충동적’ 이혼을 막고 이혼에 따른 문제점을 숙고할 수 있다고 선전해 왔다. ‘이혼숙려제’ 입안자들은 시범 실시 기간 동안 이혼 철회율이 증가한 것을 그 근거로 내세운다. 그러나 단기간의 추이로 ‘이혼숙려제’의 효과를 일반화하기는 힘들다. 오히려 더 뚜렷한 장기적 추세는 이혼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결혼과 이혼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바뀌고 있다. 결혼 연령이 높아지고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출산율도 갈수록 떨어져 한국은 여성 한 명이 평생 동안 낳는 아이의 수가 1.13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지난 33년간 한국의 출산율 감소폭은 주요 선진국의 3~8배나 된다.

많은 남녀들이 ‘무슨 일이 있어도 참고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더 나은 삶을 위해 이혼을 선택한다. 한국의 이혼증가율은 지난 36년간 무려 6.5배나 늘었다. 이혼 증가는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이혼이 증가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그저 ‘충동적’으로 이혼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심사숙고한 끝에 이혼을 결심한다. 여전히 이혼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크고, 자녀가 있는 경우 이혼 후 자녀양육 문제가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이혼가정에 대한 사회적 지원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

많은 여성단체들이 이혼숙려제가 “이혼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유포”하고 “어렵게 이혼을 결심한 사람들에게 고통만 연장할 뿐”이라고 반발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고통의 연장

이혼 절차가 까다로워지는 것은 사람들의 삶을 더욱 고통스럽게 할 뿐이다. 성격이 맞지 않거나 애정이 식는 등 다양한 이유로 결혼관계 유지를 원치 않는 사람들에게 결혼관계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이혼이 증가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는데,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경제적 독립성이 증가한 것이 주된 이유다. 불행한 결혼을 유지하기보다 과감하게 이혼을 선택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물론 이혼 이후의 삶이 장밋빛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혼 뒤 삶이 더 힘들어지기도 한다. 특히 혼자서 자녀를 키워야 하는 상황이 그렇다. 이 경우 사람들의 생활수준은 많은 경우 이전보다 하락하고, 이 때문에 버려지는 아이들도 많다.

이혼숙려제 도입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이혼 뒤 자녀양육의 어려움 때문이다. 자신이 이혼을 했다 해도 ‘쉬운 이혼’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러나 미성년 자녀 양육 계획과 관련한 합의가 없으면 이혼 자체가 불가능하게 하는 것은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이혼 뒤 아이들이 겪을 심리적 충격을 최소화하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국가가 적극 지원해 줘야 한다. 

현재 자녀양육비 지급에 합의해도 실행되는 비율이 낮은데, 이는 단순히 개인들의 이기심 때문이 아니다. 자녀양육에 대한 막대한 재정적·정신적 부담이 버려지는 아이들을 낳는 주된 이유다. 한부모 가정에 대한 사회적 지원을 확대하지 않고 개인들에게 책임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

이혼 절차 강화는 체제가 자녀양육에 들어가는 막대한 부담을 개인들에게 떠넘기고, 보수적 이데올로기를 확산하기 위한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이혼하는 것이 결혼을 유지하는 것보다 더 낫다’는 결론을 내린 당사자들의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 이혼의 자유를 제약하는 제도는 사라져야 한다. 재정적·심리적 압박 없이 이혼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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