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3일 대법원은 이른바 ‘일심회’ 사건에 대해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의 판결은 모순과 위선으로 가득 찬 원심을 그대로 확인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검찰과 국정원은 ‘일심회’를 “6·15 선언 이후 최대 간첩단” 운운하며 실체적 진실을 조작·왜곡해 사회적으로 공포심을 조장했다. 

그러나 1심과 2심에서 법원은 ‘일심회’가 “실체가 없는 것”이라고 시인해야만 했다. 검찰이 “국가기밀”이라고 우기며 제출한 증거의 대부분도 무죄 판결했다. 게다가 유죄로 판결한 증거물조차 “국가 안보를 위협할 만큼 중대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인정했다.

그도 그럴 것이 유죄 판결한 증거물조차 대부분 민주노동당 사업계획이나 ‘자민통 서울모임’ 내부 회의 자료뿐이다.

그런데 법원은 모순이게도 “간첩죄”를 적용해 피고인들에게 3년 6개월~7년에 이르는 중형을 선고했다. 이런 법원의 어이없는 판결은 국가보안법의 본질이 무엇인지 분명히 보여 준다. 지배자들이 ‘적을 이롭게 한다’는 것을 빌미로 내부의 적을 단속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속죄양

‘일심회’ 사건은 북한이 핵실험을 한 시점에서 터져 나왔다. 우익들은 이를 틈타 사회의 급진화 분위기를 차단하려 했고 노무현은 ‘일심회’를 속죄양 삼았다.

특히, 지배자들은 기성 정치의 위기에서 민주노동당이 득 보는 것을 막으려 했다. 대법원 판결이 대선을 바로 앞둔 시점이라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일심회’ 사건은 전형적인 마녀사냥이자 진보정당 탄압이었다.

이 점에서 민주노동당 안의 우파 사민주의 그룹인 ‘자율과 연대’가 마녀사냥에 맞서기는커녕 오히려 피해자들을 공격하는 것은 매우 한심한 일이다.

이들은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일심회’ 사건에 대해 사과하지 않아 친북정당 이미지를 갖게 됐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민주노동당 최기영 전 사무부총장을 “출당시키고 생계비 지급도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서명운동까지 하고 있다. 탄압받는 동지를 방어하기는커녕 등에 칼을 꽂는 셈이다.

그러나 실체적 진실을 조작해 “친북” 이미지를 들씌우려 한 것은 검찰과 국정원, 그리고 조중동이지 마녀사냥의 피해자들이 아니다. 오히려 당시 문제는 당 지도부가 피해자들을 적극 방어하길 회피했던 것에 있다.

물론 ‘친북 정당’ 이미지는 분명 당의 발전에 도움이 되질 않는다. 민중을 착취·억압하는 북한 체제를 지지하는 것도 옳지 않다. 그러나 북한 체제가 진보적이라고 오인하는 좌파와도 공동투쟁은 가능하고 무엇보다 그들이 탄압받을 때는 방어해야 마땅하다. ‘자율과 연대’처럼 북한에 우호적인 좌파를 남한 지배자들이 탄압하는 것에 동조하는 것은 남한 지배자들에게 보내는 충성 메시지와 다를 바 없다.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은 “반국가 활동을 규제해 국가의 안전을 확보하려는 목적을 가진 국가보안법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앞으로도 국가보안법을 이용해 민중 운동을 탄압하고 사회 분위기를 단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 심재철은 ‘대선 승리’ 이후에 “좌파 적출 수술을 하겠다”며 살기등등하게 말했다. 보수 우익들은 심화하는 정치 위기 속에서 국가보안법을 이용한 마녀사냥을 강화하려 들 수 있다. 우파와 국가보안법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투쟁을 강화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