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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운하가 일자리를 늘릴 수 있을까?

대선 전만 해도 10퍼센트에 불과하던 이명박의 대운하 지지율이 40퍼센트를 넘기고 있다.

이명박의 공약들은 지지하지 않으면서도 그에게 투표한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이 이번에도 ‘일자리라도 생기는 게 어디야’ 하는 심정이 반영된 듯하다. 특히 대운하가 통과하는 수도권 외 지역 주민들의 기대가 높다.

만연한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확대, 양극화로 고통받아 온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이런 실낱같은 희망조차 없애버린 ‘잃어버린 10년’이 저주스러울 것이다.
이런 절박한 심정 때문에, 정보화 시대에 뒤떨어진 ‘삽질’ 경제라는 이회창의 냉소도, 사상 최대 규모의 생태계 파괴가 뒤따를 것이라는 환경운동가와 학자 들의 경고도 귀에 다가오지 않을 수 있다.

실업

박정희 정권 시절의 높은 경제 성장률과 당시에 추진된 대규모 건축·토목 사업이 연상돼 이것이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를 회복시킬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것이기도 하다. 1930년대 대공황 당시 미국 대통령 로즈벨트가 추진한 뉴딜 정책이 미국 경제를 공황에서 구출했다는 신화도 이런 기대에 한몫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의 대운하 건설이 그런 기대를 채우기는 어려울 듯하다.

먼저 중국과 미국에 대한 수출에 성장의 대부분을 의존하는 한국 경제는 현재 고유가와 중국 경제 성장 둔화, 미국 금리 인상이라는 트리플 악재 때문에 성장은커녕 “일시적 경기 후퇴도 각오해야” 하는 처지에 있다.(〈조선일보〉 1월 8일치)

당시보다 월등히 커진 경제 규모와 해외의존도 때문에 사상 최대 규모의 토목 사업으로 인한 경기 부양 효과는 설사 그것이 있더라도 대단히 작고 불안정할 것이다.

그래서 이명박도 당선 직후 7퍼센트에서 6퍼센트로 경제 성장 목표치를 급히 수정해야 했다.

또 대규모 토목 사업이 대체로 “초기에는 수익률이 낮거나 아예 손실이 나[기]” 때문에 이런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서 “기업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투자를 늘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내 금리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고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이미 지난 2004년에 노무현 정부가 연기금을 쏟아 부어서라도 ‘한국형 뉴딜’을 추진하겠다고 했을 때 한나라당은 국회 예결위와 법사위를 무산시키면서까지 격렬히 반대했다. 다른 경우에도 종종 그렇듯 이들에게 정부의 시장 개입 반대라는 신자유주의 논리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일 뿐이다.

흔히 알려진 신화와 달리 1930년대 미국의 뉴딜 정책도 그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그래서 “1937년 8월 미국 역사상 가장 급격한 경기 후퇴가 시작돼 1932년 이후 여러 지표에서 나타난 성공의 절반이 사라졌다.”(이수현, 격주간 〈다함께〉 43호)

5년 동안의 경제 성장조차 실업자들에게 긴급 원조를 제공하고 농민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을 쉽게 하는 노동조합법을 만드는 등 소비 수요 증대 노력과 1백10억 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정부 투자 덕분에 가능했다.

그러나 이명박은 정반대로 연금을 삭감하고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을 억제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 투자는커녕 민간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낸 세금과 연기금으로 기업주들의 배만 불려주겠다고 하고 있다.

게다가 이명박은 아주 자그마한 성장의 열매조차 노동자들과는 나눌 생각이 없다. 노무현보다 더 강도 높게 신자유주의를 추진하겠다는 이명박 정권 하에서 고용 불안과 비정규직화는 더 심화할 것이고 토목 사업으로 생겨나는 일자리도 대부분 비정규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노무현 정권 하에서도 건설 경기가 반짝 호황을 누린 지난 2002∼2003년에 토목건설업에 1만 2천여 개의 일자리가 생겨났지만 토목건설업 전체에서 정규직은 오히려 5천 명이 줄었다. 그 결과 이 부문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이 48.9퍼센트에서 55.4퍼센트로 크게 늘었고 50인 미만의 영세 건설업체에 고용된 사람의 비중이 전체의 31.3퍼센트에서 37.8퍼센트로 늘었다(통계청).

뉴딜

무엇보다 임기 내에 완공하건 10년이 걸리건 기업주들은 비정규직 ‘보호’법을 핑계로 2년마다 이들을 대량 해고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일자리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한 노동자들은 그 뒤에 더 나은 일자리에 취업할 기회를 갖지 못할 것이다.

대운하 건설에 수반될 어마어마한 규모의 생태계 파괴와 부동산 투기 광풍은 수많은 사람들의 삶의 터전을 허물고 더 나은 삶을 살 기회 자체를 박탈하게 될 수도 있다.
반면 민주노동당이 대선 때 공약으로 제출한 것처럼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늘리고 노동자들의 임금을 늘리고 복지를 확대하면 이런 피해 없이도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얼마든지 나아지게 할 수 있다.

물론 이명박은 어지간한 투쟁으로는 이런 요구에 콧방귀도 안 뀔 것이다. 이명박의 대운하 건설에 반대하고 연금 삭감, 한미FTA 체결, 비정규직 확산 등 신자유주의 조처에 맞선 투쟁을 확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