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정부들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승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언론 보도를 자세히 살펴보면, 전투에서 계속 패배하고 있고 이제 ‘테러와의 전쟁’의 새로운 국면이 막 시작됐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주에 ‘안전한’ 도시라는 카불에서 국제 구호단체 직원들, 보안경비업체 직원들, 외교관들의 사교장인 세레나 호텔이 자살 폭탄 공격을 당했다.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이제 “파티는 끝났다”며 아프가니스탄 수도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비꼬았다.

세레나 호텔 공격은 7년간의 점령에도 불구하고 아프가니스탄의 치안이 확보되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이 때문에 아프가니스탄을 지배하는 서방 군사 동맹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마비됐다.

지난해 말 미국 국방장관 로버트 게이츠는 나토 회원국들에게 아프가니스탄 점령을 지원하기 위해 더 많은 지상군을 파병하라고 요구했다.

게이츠는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방법은 ‘소규모 증파’뿐이라고 말했다. 나토 회원국 장관들은 게이츠의 말에 동의했지만, 자국 내의 반전 정서가 커질까 봐 두려워 낡은 폴란드 헬기 두 대를 보내는 데 그쳤다. 이에 실망한 게이츠는 이라크 주둔 미군 3천2백 명과 장갑차 5백 대를 아프가니스탄으로 전환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그런 뒤에 게이츠는 나토 동맹국들이 “쓸모없다”고 쏘아붙였다.

나토가 이렇게 분열하는 핵심에는 ‘의지의 동맹’ 일부의 인식, 즉 점령군이 저항세력을 분쇄할 수 없으므로 현지 탈레반 사령관들과 거래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최근 영국 해외정보국은 이런 전략을 추구하다 굴욕을 당했다. 지난해 12월 영국 총리 고든 브라운은 동맹국인 미국 몰래 탈레반과의 협상을 추진했다. 그것은 신노동당이 말하는 “부족 끌어들이기” 전략에 따른 것이었다.

파키스탄

유럽연합 외교관으로 가장한 영국 해외정보국 요원 두 명이 탈레반 지도자들과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이 해외정보국 요원임을 알아챈 카불 정부가 그들을 아프가니스탄에서 쫓아냈다.

미국 정부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승리하길 바란다. 그러나 이 전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증파’는 매력적인 전략으로 보일 수 있다. 수천 명의 병력을 투입하면 외관상의 승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군대가 진격하면 저항세력들은 눈 녹듯이 사라지고 ― 보통은 국경을 넘어서 파키스탄으로 간다 ― 당분간 점령군은 지역을 평정하고 진전을 이뤄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저항세력의 전술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은 국경을 넘어 파키스탄 영토 안에서도 저항세력들을 추적할 수 있는 권리를 요구했다.

파키스탄의 독재자 페르베즈 무샤라프는 파키스탄 군대가 그 일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며 미국의 요구를 거절했다. 무샤라프는 불안정한 접경 지역에 수십만 명의 군대를 투입했지만, 알카에다와 탈레반을 고립시키기는커녕 오히려 현지 부족들의 대규모 반란을 촉발했다.

무샤라프가 투입한 군인 수백 명이 살해당했다. 무샤라프 정권에게 더 우려스러운 일은 수천 명의 군인들이 반란을 일으키거나 탈영했다는 것이다.

이에 무샤라프는 이슬람 종교 학교(마드라사)들을 공격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그는 종교 학교들이 자신과 미국의 동맹을 반대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파키스탄으로 전쟁이 확산되자 미국에서는 경고등이 켜졌다.

〈뉴욕 타임스〉는 페샤와르[아프가니스탄과의 접경 지대인 파키스탄 북서변경 주(州)의 도시]에서 “극단주의자들이 활개치고 있다. 그들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렸고 경찰의 목숨을 위협해 벌벌 떨게 만들었다” 하고 보도했다.

최근에는 파키스탄의 국경 검문초소가 저항세력에게 점령당하고 군사기지가 로켓포탄의 집중 공격을 받기도 했다. 여러 도시들이 점차 전쟁에 휘말리기 시작했고, 페샤와르의 일부 지역들은 이미 “파키스탄의 탈레반”이 지배하고 있다는 보도들도 나온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승리하기는커녕 파키스탄의 변경 지방조차 잃을 위험에 처해 있다. ‘증파’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점차 휘청거리고 있는 미국의 필사적 도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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