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지난 1월 19~20일 한국을 방문해 두 차례 공개 강연을 했다. 이 글은 그가 1월 19일 강연한 ‘2008년 세계경제와 정세’를 녹취한 것이다.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3년 만에 한국에 다시 돌아와 기쁘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전에 고려대학교에서 연설한 적이 있다”며 “여전히 대학 당국의 공격을 받고 있는 고려대 출교생들의 투쟁에 연대를 보내며, 그들의 투쟁이 승리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알렉스 캘리니코스가 1월 20일 강연한 ‘라틴아메리카의 새로운 좌파 정부들’도 본지가 곧 녹취해 실을 예정이다.

현재 세계경제 위기 상황과 그 파장

저는 오늘날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경제적·지정학적 불안정에 관해 말하려고 합니다. 경제적 불안정과 지정학적 불안정이 상호작용하면서 지금 신자유주의 제국주의 체제가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먼저 경제적 불안정을 살펴보겠습니다. 선도적 신자유주의 국가인 미국과 영국에서는 지난 8월 이후 금융체제의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비록 이 위기가 금융체제에서 시작됐지만, 이것의 여파로 미국이 심각한 불황에 빠질 확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국이 불황에 빠지면 전 세계가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특히 전 세계경제 호황을 이끌어 온 신용시장에 큰 타격을 입힐 것입니다.

현재 위기의 근원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미국 자본주의는 동시에 두 방향에서 타격을 입었습니다. 

하나는 IT와 전화통신 산업에서 주로 발생한 투기적 붐인 이른바 ‘닷컴 붐’이 붕괴한 것이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9·11 공격이 초래한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이런 충격 뒤에는 미국 자본주의가 1970년대 이후 빠져 나오지 못한 장기적 위기가 배경으로 깔려 있었습니다. 그것은 낮은 이윤율의 문제였습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다른 주요 국가들의 중앙은행들은 이런 위기에 직면해 이자율을 대폭 삭감하고 세계경제에 값싼 신용을 대량 공급하는 방식으로 대응했습니다. 

그들은 대출을 쉽게 하면 사람들이 그만큼 더 많이 대출하고 더 많이 소비할 것이고, 덕분에 경제가 되살아날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이 정책은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었습니다. 특히 미국 경제가 되살아나는 데 큰 구실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로 새로운 부문 ― 부동산 시장 ― 에서 투기 열풍이 발생했습니다. 미국, 영국과 기타 주요 경제들에서 주택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고, 이것이 단기적으로 경제 성장을 도왔습니다. 특히 중간계급 주택 소유주들은 자신이 소유한 주택의 가치가 상승하자 더 많은 돈을 대출해서 소비하는 데 썼습니다.

이런 소비 확대로 중국과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의 공업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었습니다. 미국 경제의 부활과 중국 경제 호황 사이의 상호작용 덕분에 세계 자본주의가 지난 몇 년 동안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미국 경제는 전 세계를 상대로 엄청난 규모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게 됐습니다. 특히 동아시아 경제와의 무역에서 큰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미국 경제는 이 적자를 지불하기 위해 중국과 다른 동아시아 경제로부터 갈수록 많은 돈을 빌려야 했습니다.

미국 경제와 중국 경제의 상호작용

전체 상황을 정리해 보면, 중국과 동아시아 경제들이 공업제품을 미국에 수출했고, 그들은 수출로 번 돈을 미국에 다시 빌려줘 미국이 중국과 동아시아의 공업제품을 계속 구입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중국의 호황은 나머지 세계경제의 성장률을 향상시켰습니다. 독일, 일본, 한국 같은 공업 국가들은 기계류와 하이테크 제품들을 중국에 수출하는 데 집중했고, 중국은 그 제품들을 사용해 미국에 수출할 상품을 만들었습니다. 동시에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 같은 ‘제3세계’ 국가 경제들도 중국에 천연자원을 수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경제 성장은 미국 경제에 지속적으로 값싼 신용을 제공하는 것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역사를 보면 비슷한 사례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런 사례들은 투기적 대출이 확대되면서 결국 금융체제가 붕괴하고 경제 위기가 발생하는 것으로 끝나곤 했습니다.

똑같은 일이 지금 발생하고 있습니다. 대표적 사례가 미국의 이른바 ‘서브프라임모기지’ 시장의 성장과 붕괴입니다. 서브프라임모기지는 신용이 불량한 가난한 사람들이 자기 집을 살 수 있도록 대출해주는 시장을 말합니다. 

그런데 1년 전에 이 시장이 붕괴했습니다. 문제는 갈수록 많은 신용이 공급되고 투기가 확산되면서 전 세계 금융기관들이 부채상환이 불확실한 차용자들에게 돈을 대출해 준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미국 주택 시장의 위기가 전 세계 금융시장의 위기로 확산됐습니다. 예컨대, 영국에서는 노던록이라는 은행이 미국 주택 시장 위기 때문에 파산하면서 예금 대량 인출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노던록에 돈을 예금해 둔 사람들이 은행 밖에 길게 줄을 서서 예금 인출 순서를 기다렸습니다. 영국에서 이런 광경은 마르크스가 《자본론》을 집필하던 1860년대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이런 위기의 결과로 세계 금융체제가 혼란에 빠졌습니다. 대형 은행들은 지난 몇 년 동안 자신들이 빌려준 대출금 중 상당한 양의 상환이 불가능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들 대형 은행들이 입을 손실은 4천억~8천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금융위기와 실물 경제

일부 사람들은 이것이 단지 금융체제의 문제에 불과하다고 주장합니다. 공업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실물 경제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다는 것이죠. 그러나 이것은 완전히 잘못된 주장입니다.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자본주의에서 신용체제가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신용은 자본축적이 한계에 도달했을 때, 일시적으로 그 한계를 뛰어넘어 자본축적이 지속될 수 있도록 돕는 구실을 합니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동시에 그 한계가 곧 다시 나타날 수밖에 없음을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금융체제는 예전에 발생할 수 있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위기를 초래합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1990년대에 일본에서 은행들의 위기가 발생해서 일본 경제는 그 뒤로 10년 동안 혼란을 겪었습니다. 

물론 미국에서 똑같은 일이 발생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거의 모든 사람들이 미국 경제의 성장률이 낮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경제는 세계경제의 25퍼센트를 차지하기 때문에, 미국 경제의 후퇴는 아시아와 유럽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럼 중앙은행들이 5년 전에 했던 조처를 다시 취해 돈을 경제에 쏟아 부으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중앙은행들은 부분적으로 그런 조처를 취했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들은 수백 억 달러를 금융체제에 제공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2000~2001년에 취한 정책을 똑같이 반복해 이자율을 대폭 삭감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물가상승률이 그 당시보다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입니다. 지난 몇 년 동안의 경제성장의 여파로 석유, 천연가스, 각종 천연자원, 식량 가격이 크게 올라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199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게다가 지난 몇 년 동안 투기 활동이 전반적으로 활발했기 때문에 중앙은행들은 당장 이자율은 크게 낮추는 것을 꺼리고 있습니다. 그들은 낮은 이자율이 경제활동을 너무 활성화해서 물가상승률이 1970년대 수준에 접근할까 봐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달러화의 가치 하락

우리가 지금껏 말한 경향들이 결합돼 1970년대 같은 심각한 경제 불황이 발생할지 아니면 단지 1~2년 동안의 경기 후퇴에 그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현재 경제 위기가 전 세계를 좀더 불안정하게 만들 것은 분명합니다. 예컨대, 자본가 계급 사이의 경쟁을 더 치열하게 만들 것입니다. 지난 몇 년 사이 미국 달러화의 가치가 다른 주요 국가들의 통화에 비해 20퍼센트 가량 하락했습니다.

이것은 엄청난 양의 달러화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동아시아 지배계급들에게 큰 문제입니다. 중국은 1조4천억 달러의 외환자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제 달러화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외환보유고의 가치도 하락하고 있습니다. 중국 지배자들이 그런 상황을 좋아할 리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아랍 지배자들은 석유 가격 상승을 기뻐하지만, 석유 가격을 매기는 달러화의 가치가 최근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기도 합니다.

달러화의 하락에 따른 매우 중요한 변화로, 유럽연합의 공식 통화인 유로의 가치가 달러에 비해 급격히 상승하면서 유로가 세계 금융체제의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20세기 전반기에 발생했던 전 세계적 통화 불안정이 다시 나타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당시에 영국의 파운드화를 대신해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로서 자리를 굳혔습니다. 만약 그런 일이 또 발생한다면, 그것은 전 세계적인 경제력의 이동을 보여 주는 사건이 될 것입니다. 

전 세계적 경제력의 이동을 보여 주는 또 다른 증거로, 동아시아와 아랍의 기업들이 월스트리트 금융기업들의 주식들을 대거 사들이고 있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이것은 단지 경제력의 이동을 보여 줄 뿐 아니라,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도전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지금 월스트리트를 사들이고 있는 동아시아와 중동의 이른바 ‘국부 펀드들’은 국영기업들이기 때문입니다.    

또, 몰락한 영국 은행인 노던록도 국유화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유화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일어나서는 안 될 일입니다. 모든 것은 사유화돼야 하고, 국가는 경제에 개입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갑자기 정반대의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조지 부시조차 미국 경제를 구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1천5백억 달러를 투입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미국의 헤게모니, 지정학적 전선에서도 도전받다

오늘날 미국의 헤게모니[패권]는 단지 경제 전선에서뿐 아니라, 지정학적 전선에서도 도전받고 있습니다.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은 미국이 군사력을 이용해 미국 자본주의의 세계 지배를 확고히 하려는 시도였습니다.

그러나 ‘테러와의 전쟁’의 결과로 북동아프리카에서 서아시아의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활 모양의 불안정 지역이 형성됐습니다. 이곳에서 미국과 그 동맹들은 풀기 어려운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전선은 물론 이라크입니다. 미국은 이른바 ‘증파’ 정책으로 더 많은 미군을 바그다드 지역을 중심으로 집중시킬 수 있었고, 상황을 잠시 안정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정치적 해결책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라크를 미국식 자본주의적 민주주의 국가로 변화시킨다는 구상은 완전히 파산했습니다.

부시는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을 통해 주도권을 되찾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두 달 전에 미국 정보 기관들이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그 내용은 이란이 몇 년 전에 핵무기 개발을 종결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CIA와 미국 국방부가 부시 정부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것이었습니다. 부시가 이라크 같은 재앙을 또 다시 반복하는 것을 막기 위한 행동이었습니다. 부시 같은 전쟁광이 자기 첩자와 장군 들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는 확실히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부시는 다른 곳에서도 곤경에 처해 있습니다. 활의 양쪽 끝에 해당하는 파키스탄과 케냐의 상황을 보면 그 점을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성탄절 직후에 파키스탄인민당(PPP) 당수 베나지르 부토가 암살됐습니다. CIA는 알카에다가 범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것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부토의 암살은 부시 정부에게 엄청난 타격을 입혔습니다. 무샤라프 군사 독재 정부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이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을 돕는 핵심 동맹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아프가니스탄의 불안정이 파키스탄으로 확산되면서 무샤라프 정부가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부시 정부는 부토가 총리가 돼서 무샤라프 정부에 정당성을 확보해 주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부토의 암살로 그 계획은 물거품이 됐고, 미국 정부는 현재 대안이 될 만한 인물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활의 다른 쪽 끝인 북동아프리카를 봅시다. 미국 국방부는 북동아프리카가 ‘테러와의 전쟁’에서 중요한 전선이라고 지적했습니다. 1년 전에 미국 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을 돕는다는 미명 아래 에티오피아가 소말리아를 침략하는 것을 공공연히 지원했습니다. 지금 불안정에 시달리는 케냐는 소말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습니다. 케냐의 키바키 정부는 아프리카에서 미국과 영국 정부의 핵심 동맹 중 하나입니다. 미국 정부는 케냐에 미군 기지를 건설했고, 미국과 영국 정부와 국제금융기구들은 케냐에 많은 돈을 지원했습니다.

활 모양의 불안정 지역

그 과정에서 그들은 키바키 정부의 부패 행위에 눈감았고, 케냐 대중이 겪는 끔찍한 빈곤을 무시했습니다. 1년 전에 저와 제 옆에 있는 한국어 통역자는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열린 세계사회포럼에 참석했습니다. 우리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슬럼가 중의 하나인 키바나에서 도시 중심가까지 행진했습니다. 당시 우리는 지금 부정 선거에 항의하는 시위대들이 지난 몇 주 동안 매일 통과하려 애쓴 행진로를 따라 걸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운이 좋아 그 길을 따라 행진할 수 있었지만, 지금 케냐 시위대들은 폭동진압 경찰들의 방해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많은 언론들은 부족들 간 갈등 때문에 정치적 폭력이 발생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심지어 CNN조차 케냐에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라는 두 부족밖에 없다고 솔직하게 인정했습니다. 

케냐의 상황은 신자유주의 하의 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 줍니다. 지배자들은 부패하고 대중을 탄압하며, 대중은 빈곤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지난 몇 주 동안 케냐에서 발생한 사건들은 몇 십 년 동안 축적된 갈등과 증오와 분노가 폭발한 것이었습니다. 케냐에 관한 대부분의 언론 보도들을 보면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케냐 대통령이 재선되려고 부정 선거를 자행하다니 참으로 끔찍하지 않는가?” 하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케냐 정부는 아프리카의 안정을 위해 중요한 구실을 해 왔고 서방의 소중한 동맹인데 그런 불안정이 발생하다니 끔찍하지 않는가?” 하고 말합니다.

케냐와 파키스탄의 불안정은 전 세계적 제국주의 전쟁몰이와, 개별 국가의 투쟁과 갈등이 결합된 결과입니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자본주의가 세계체제이며 국제적으로 부자와 노동자·빈민 대중 사이의 양극화를 초래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오늘날 그런 경향이 아주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고 앞서 말한 위기들에서도 그것을 볼 수 있습니다.

경제적 불안정과 지정학적 불안정이 서로 결합되면서 지금 세계 지배계급은 매우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에 조지 부시는 황제처럼 전 세계를 호령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부시의 중동 순방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는 이제 꼴사납고 우스운 인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부시는, 빌 클린턴이 말년에 그랬듯이, 느닷없이 팔레스타인 문제가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아무도 그의 말을 진지하게 듣지 않습니다. 부시가 다녀간 직후 이스라엘 총리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선언했습니다. 진정으로 ‘평화 프로세스’에 참가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말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급진 좌파 정당들의 위기, 그러나 좌파 혁신은 여전한 과제

지금까지 지배계급이 직면한 문제들을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우리는 신자유주의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대안이 과연 존재하는가도 물어야 합니다.

케냐의 사례를 다시 살펴보면, 과연 누가 키바키 정부에 대한 대중적 불만에서 이득을 보고 있습니까? 야당 지도자 오딩가는 지배계급의 일원으로 키바키처럼 부족 정치를 악용할 만반의 준비가 된 사람입니다. 이것은 오늘날 전 세계적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고 있습니다.

오늘날 좌파들은 대중의 상상력을 사로잡고 대중 행동을 주도하면서 대안을 제공할 위치에 있지 못합니다. 좌파가 그런 수준에 가장 근접한 곳은 라틴아메리카, 그 중에서도 특히 볼리비아와 베네수엘라입니다. 이에 관해서는 내일 연설할 예정입니다. 

제가 사는 유럽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새로운 급진 좌파의 등장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단지 우익에 맞선 대안만이 아니라, 이른바 ‘사회자유주의’에 맞선 대안 제시를 목표로 새로운 좌파 정당이 등장하거나 기존 좌파 정당들이 재편됐습니다. 사회자유주의를 추구하는 정당들 중에는 기존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이 많은데, 그들은 집권 후 신자유주의 정책을 집행했습니다. 그것을 가장 잘 보여 주는 최악의 사례가 바로 토니 블레어의 영국 신노동당 정부였습니다.

사실, 새로운 유럽 좌파들은 새로운 저항 운동에 고무돼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이 운동은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운동으로, 1999년 미국 시애틀 WTO 반대 시위와 2001년 이탈리아 제노바 G8 반대 시위에서 시작됐습니다. 또, 나중에 이라크 전쟁 반대 운동으로 이어져 2003년 초에 엄청난 규모의 시위가 일어났는데, 2003년 2월 15일 시위가 그 정점이었습니다.

이런 운동들은 좌파들에게 새로운 전망을 열어 줬고, 좌파들은 21세기에도 자신들이 여전히 긍정적 구실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줄 기회를 잡았습니다. 그러나 슬프게도, 2003년 2월 15일 대규모 반전 시위 이후 거의 5년이 지난 오늘날, 유럽 급진 좌파들은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두 가지 사례만 들겠습니다.

전략의 중요성

이탈리아 재건공산당은 2001년 제노바 G8 반대 시위와 2002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린 첫 번째 유럽사회포럼을 조직하는 데 매우 깊숙이 개입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급격히 우경화했습니다. 재건공산당은 프로디의 중도좌파 정부에 입각해서 이탈리아 정부의 아프가니스탄 파병 연장 결정을 지지했습니다.

영국의 리스펙트는 2003년의 대규모 반전 운동으로부터 탄생한 정당입니다. 제가 속한 SWP(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 같은 혁명적 사회주의자들과 조지 갤로웨이 같은 노동당 출신 의원, 그리고 무슬림공동체의 사람들 등 매우 다양한 사람들이 리스펙트로 결집했습니다. 불행히도 지난해 말에 리스펙트는 분열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갤로웨이가 기회주의적 선거 전략을 추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밖에 유럽의 다른 급진 좌파 정당들도 현재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왜 유럽 급진 좌파 정당들이 지금 위기에 직면했을까요? 시애틀, 제노바와 대규모 반전 시위의 성공에 따른 초기의 도취감이 사라진 후에 이 정당들은 급진화를 더 진행시킬 방법에 관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에 직면했습니다. 이제는 거리에 나서서 “우리는 전쟁과 신자유주의에 반대한다”고 소리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신자유주의와 전쟁에 반대하는 투쟁을 전진시키려면 그것에 걸맞는 전략들을 개발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전략을 개발하는지는 급진 좌파 정당들의 정치에 따라 달랐습니다. 

특히 급진 좌파 정당들 내에서 개량주의적 정치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경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우경화하는 것으로 대응하기 쉬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현재 급진 좌파 정당들의 위기가 이들이 성숙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급진 좌파 정당들이 위기에 처했다고 해서, 좌파 혁신 계획 자체를 포기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은 혁명적 사회주의 전통에 굳건히 뿌리를 내린 채 급진 좌파 정당들이 우경 기회주의적 정책을 택하지 못하도록 막는 구실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종파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시애틀에서 그랬듯이 우리는 신자유주의와 전쟁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사람이 개량주의적 정치 배경을 가졌건 혁명적 사회주의자건 혹은 아무런 정치가 없건 상관없이 말입니다.

제가 앞서 분석했던 경제적·지정학적 불안정의 규모를 생각해 볼 때, 좌파를 혁신하기 위한 투쟁은 여전히 매우 중요합니다. 경제 위기의 대가를 치를 사람들은 위기에 책임이 있는 은행 자본가들이 아니라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될 것입니다. 금융위기의 근원지인 월스트리트 대형 은행들은 2007년에도 어김없이 경영자들에게 엄청난 보너스를 지급했습니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고, 임금 삭감을 겪을 것입니다. 사회복지도 축소될 것입니다. 물가상승에 고통받을 것입니다.

평범한 노동자들에게는 자본주의 체제가 아닌 다른 대안이 필요합니다. 그들의 이익을 분명히 대변하고 기존 체제에 도전할 수 있는 진정한 정치 세력이 필요합니다.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은 그들이 대안을 발전시키는 과정을 도울 의무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 과제를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정리 발언

1. 진정한 사회주의의 의미가 무엇이며, 왜 사회주의가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플로어에서 훌륭한 답변이 있었습니다. 저는 혁명적 사회주의자가 너무 ‘약자들’에게만 신경 쓴다는 지적에 이렇게 답하겠습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그렇습니다. 혁명적 사회주의자는 부산의 노동자든 케냐 나이로비의 빈민이든 상관없이 억압받는 사람, 착취받는 사람 들과 일체감을 갖습니다. 우리는 억압받는 사람, 착취받는 사람, 가난한 사람 들이 세계를 변화시킬 힘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말하는 사회주의는 ‘아래로부터의 사회주의’입니다. 착취받는 사람, 억압받는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도 노동계급이 자기 해방의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회주의는 자본주의 체제의 민주주의보다 훨씬 더 민주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옛 소련을 사회주의가 아니라 오히려 그것의 정반대로 봤고, 그것의 몰락을 환영했습니다.

또 다른 분은 신자유주의가 최소한 인권을 유린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하셨습니다. 이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신자유주의의 수도는 미국인데, 미국 정부는 관타나모 수용소와 기타 비밀 감옥을 운영하고 고문 자행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또, 신자유주의 제2 수도인 영국의 정부는 누군가 테러 활동과 연관됐다고 자체적으로 판단하면 그 사람을 재판 없이 가둘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웹사이트에 접속하거나 시를 창작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신자유주의가 최소한 인권을 보호한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2. 어떤 분은 동아시아가 전 세계적 불안정의 초점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셨습니다. 저는 단기적으로는 그 주장이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미국과 그 동맹들은 중동에서 큰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중동은 여전히 가장 많은 석유가 매장돼 있는 지역이고 중동 석유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또, 중동은 매우 불안정한 지역으로 미국과 그 동맹들에 맞선 저항이 진행중입니다. 따라서 미국은 계속 이 지역에 개입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미래에 동아시아가 더 불안정한 지역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 이유는 동아시아가 세계 자본주의에서 가장 역동적인 지역이고, 그 덕분에 새로운 열강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동아시아 지역에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남북한 사이에 갈등이 존재합니다. 여기에 덧붙여 미국의 개입에 따른 긴장이 존재합니다. 미국은 지역 열강을 서로 반목하게 만들어 이 지역의 패권 세력으로 남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을 이용하고 인도와 동맹 관계를 맺었습니다. 이것은 앞으로 몇 십 년 동안 문제가 될 것입니다. 이런 갈등이 세계 자본주의의 가장 역동적인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자본주의가 안정과 평화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을 잘 보여 줍니다.

3. 케인스주의 경제 정책들이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도 있었습니다. 사실, 케인스주의에는 일말의 중요한 진실이 담겨 있습니다. 케인스주의는 국가가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경제 위기의 충격을 경감하는 조처를 취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것은 사실이고, 국가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으니 시장을 맹신하라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박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케인스주의에는 치명적 한계가 있습니다. 먼저, 케인스주의는 경제에 개입하기 위해 국민국가를 필요로 합니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국민국가를 넘어선] 세계체제입니다. 둘째, 일자리를 늘리고 보통 사람들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는 경제 정책은 기업들의 이해관계를 건드리기 때문에 그들의 도전을 받을 것입니다. [그런데] 국가는 그런 기업들에 맞설 수 없습니다. 기업들을 상대하려면 노동계급의 집단적 힘이 필요합니다.

4. 여기서 자연스럽게 ‘정규직 대 비정규직’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정규직 노동자가 비정규직의 빈곤과 고통으로부터 이득을 얻는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말이 되지 않습니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임금을 더 많이 받는 이유는 그들이 하는 노동의 종류, 높은 생산성, 그리고 그들이 사장들을 위해 창출하는 이윤의 양 때문입니다.

만약 누군가가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근본적인 갈등이 존재한다고 믿는다면, 이 생각의 논리적인 결론까지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그런 사고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가 더 열악해지고, 그들의 노조 조직률과 임금이 더 하락할수록 정규직의 지위는 그만큼 더 좋아져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실업률이 높고 비정규직의 비율이 더 높아질수록,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더 약해질수록, 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가 더 나아진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전혀 말이 안 됩니다. 실업률이 높아지고 비정규직을 늘리기 더 쉬워지면, 사장들은 정규직 일자리를 저임금 노동자나 비정규직 일자리로 대체하겠다고 협박하면서 좀더 쉽게 정규직의 임금 수준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비정규직 일자리 확대와 조직 노동자에 대한 공격이 동시에 진행됐습니다. 대처 정부에서 광부 노동자, 부두 노동자, 자동차 노동자 등 가장 잘 조직된 노동자들의 운동이 철저하게 분쇄됐습니다.

그것이 저임금 노동자들의 처지를 개선했을까요?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저임금에 기반한 경제가 형성됐고, 노동조건이 악화됐습니다. 착취받는 사람들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는 단결과 연대입니다. 우리는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는 그런 잘못된 주장을 단호히 거부해야 합니다. 이런 분열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돕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 수 있습니다.

5. 이 맥락에서 어떻게 더 단결되고 더 강력한 노동자·억압받는 사람 들의 운동을 건설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문제가 제기됩니다. 여기서 정치가 매우 중요합니다. 어떤 분은 저와 영국의 제 동지들이 1980년대 영국 광부 파업에 책임이 있다는 듯이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광부들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영국 노동운동 내에서 혁명적 좌파 정치와 전투적 노동계급 투쟁을 지지하는 정치가 너무 약했습니다. 결국 사장들과 노동자들 사이에서 타협을 추구하는 정치가 노동운동 안에서 영향력이 더 강했기 때문에 광부 노동자들의 투쟁이 고립과 패배를 겪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노동계급 운동이 장래 투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더 강력하고 원칙적인 좌파를 건설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노동운동의 산물인 민주노동당을 분열시키려는 일부 사람들의 시도는 용서할 수 없는 범죄 행위인 것입니다. 게다가 분당을 바라는 사람들 중 일부는 북한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문제라는 우파 이데올로기를 근거로 분당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냉전이 종식된 지 20여 년이 지났고, 게다가 전 세계 사람들 대부분이 세계평화를 가장 위협하는 존재가 평양이 아니라 워싱턴에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스스로를 좌파로 칭하는 사람들이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저는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어떤 분이 주장하신 것처럼 블로그 활동에 몰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 개인적 경험을 보더라도, 블로그는 진정한 토론의 기회를 제공하기보다는 토론이 진행중이라는 환상을 줄 뿐입니다. 심지어 진지한 정치적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진행하더라도 말이죠. 

우리는 자신이 속한 대학이나 작업장에서, 혹은 동료 활동가들을 만날 수 있는 곳에서 사회주의 노동계급 정치 원칙에 관해 토론해야 합니다.

6. 마지막으로,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청년에 대한 질문에 답하겠습니다. 흔히 사회주의 사상은 대학교에 있고 책임질 일을 할 필요가 없을 때나 사회주의 사상에 몰두하는 것이지, 졸업하고 일자리를 얻으면 사회주의 사상을 버려야 한다고들 얘기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저 같은 사람은 확실히 정신나간 사람일 것입니다. 저는 그런 주장이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라는 현실에 직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경쟁과 개인주의와 착취로 가득한 세계입니다. 이제 당신은 그것에 투항하거나 맞서 싸워야 합니다. 만약 당신이 그것에 맞서 싸우기로 결정한다면 어떤 원칙이 매우 중요해집니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제가 이미 언급한 연대의 원칙입니다. 억압받는 사람과 착취받는 사람 들은 분열을 거부하고 억압자에 맞서 서로 단결해야 합니다.

사실, 사회주의의 기초도 연대에 기반한 세상에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신자유주의 개악에 맞서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방식과 사회주의 사회가 조직되는 방식 사이에는 직접적인 유사성이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사회주의가 단지 멋진 이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신자유주의 시대에 우리가 진정으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비주의와 경쟁에 투항하는 것은 진정한 삶이 아닙니다. 진정한 삶이란 저항하는 삶입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투쟁하는 삶입니다. 우리 주위를 둘러 봅시다. 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진정한 삶을 살기 위해 일어서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저항하고 있습니다. 투쟁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여기 계신 분들 중 아직 이 투쟁의 일부분이 아닌 분이 계시다면 우리와 함께 할 것을 권합니다. 착취와 전쟁과 고통과 불의를 함께 끝장냅시다. 감사합니다.

녹취·정리 김용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