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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심상정 비대위는 일종의 쿠데타를 추진하고 있는가?:
최기영ㆍ이정훈 제명 기도 철회하라

이 글은 〈맞불〉 74호에 실린 논설(“민주노동당 심상정 비대위는 최기영·이정훈 당원 제명 기도를 중단해야 한다”)의 수정판이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비대위는 최기영 전 사무부총장과 이정훈 전 중앙위원을 제명하기 위해 당기위에 회부했다. 심상정 비대위는 두 당원의 제명을 위한 당기위 회부가 “종북”이나 “편향적 친북” 행위 때문이 아니라 당직자 인적사항을 외부 세력에 넘긴 것이라고 둘러대고 있다. 이정훈 당원의 경우는 법원도 인정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당원 정보 유출 문제라면 〈조선일보〉 인터넷 웹사이트에 ‘타도 주사파’라는 블로그를 만들어 각종 당내 동향과 정보를 알렸던 ‘사회민주주의를 위한 자율과 연대’ 회원 켄타우르스(필명)야말로 당기위에 회부돼야 할 것이다. 대중 운동과 좌파를 끊임없이 마녀사냥하는 우익에게 정보를 유출한 것이 진정한 문제인데도 비대위는 이 당원은 문제 삼지 않는다.

필사적으로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심지어 비대위는 대법원에서 확정된 최기영 당원 판결문을 공개하는 야비한 짓마저 서슴지 않았다.

물론 3백34명의 당직자 성향 분석 자료에 부정적으로 언급된 당원들의 경우 매우 불쾌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북한 정권에 전달됐다고 하니 더더욱 불쾌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최기영 당원이 1월 30일 “당원 동지들에게 드리는 글”에서 “[당직자 성향 분석] 자료를 작성하거나 수집·전달하지 않았”다고 말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는 “또한 저의 컴퓨터나 각종 저장장치에서 이런 자료가 일체 나오지 않았고, 또한 직접적 증거로 채택되지도 않았”다고 했다. 그는 북한 인사와 접촉하지도 않았고, 또 그랬다는 증거도 없다고 했다.

날조

다른 누군가가 만든 파일을 공안기관이 심었을 수도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굳이 강기훈 씨 ‘유서대필’ 사건을 들지 않더라도 다른 많은 경험이 입증하듯이, 우리 나라에서 마녀사냥을 집행하는 공안당국이 문서 변조와 위조를 자행하곤 하는 일은 결코 드물지 않았다.

심지어 서구의 자유주의적 민주주의 하에서도 그랬다. 영국의 정보기관 MI5는 블레어의 이라크 전쟁 참전을 통렬하게 비난한 조지 갤러웨이 의원이 사담 후세인한테서 돈을 받았다는 증거 조작을 했다.

1970년대 초 노동계급 투쟁 물결이 영국을 휩쓸 때 MI5는 당시 노동당 정부 총리 해럴드 윌슨과 상당수 장관들이 소련 간첩이라는 망상적 의심에서, 군 정보장교 콜린 월러스가 지휘한 “오렌지 시계장치”라는 명칭의 작전을 통해 노동당 리플릿을 날조했다. 북아일랜드의 민족 해방 항쟁 사건인 “피의 일요일”을 기념하는 리플릿을 날조함으로써 마치 노동당이 “피의 일요일”을 배후조종한 것처럼 보이려는 것이었다. “피의 일요일” 사건으로 비무장 아일랜드 민간인 14명이 영국 공수부대에 의해 살해당했었다.

MI5와 또 다른 영국 정보기관 MI6는 1974년 노동당 부대표 에드워드 쇼트가 스위스 은행에 비밀 계좌가 있다는 문서 날조를 자행하기도 했다.

맥락

누군가가 심은 듯한 “3백34명의 당직자 성향 분석 자료는 A4 5~6장 정도의 엑셀 파일로 된 인명수첩 수준이었고 누구나 알 만한 자료였다.”(최기영) 실제로, 당직자 성향 분석 자료는 대부분 ‘운동권 뒷담화’ 수준의 얘기들이다.

심상정 비대위는 최기영 당원이 그 자료를 작성해 북한 당국자에게 전달한 양 아예 기정사실화하고 그것이 인권 침해 문제라고 주장한다. 그리고는 그 ‘문제’를 ‘종북’ 논란이라는 그것의 구체적 맥락에서 떼어 내 처리할 수 있는 양 주장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일 뿐이다.

민주노동당 내에서 두 당원 제명 얘기는 바로 지난해 말부터 엄청나게 부풀려져 제기되고 있는 ‘종북주의’ 문제라는 맥락 속에서 나왔다. 그리고 심상정 의원 자신이 국회 연설과 모든 언론 인터뷰에서 두 당원 문제를 “친북 편향” 문제로 규정했고, 민주노동당 비대위 지지자들을 제외한 이 사회의 모든 사람들이 이 논란의 맥락 속에서 그 문제를 보고 있다.

형이상학적 사고를 하는 사람만이 맥락을 추상하려는 심 비대위의 시도에 속을 수 있다. 사실이라는 것은 상대적이며, 만약 사실이 그 상대적인 위치에서 벗어나면 더는 사실이 아닌 경우가 흔하다. 마르크스 말대로 “흑인은 흑인이다. 오직 특정한 조건에서만 그는 노예가 된다.” 또, “놀라우리만큼 비슷한 사건들이라도 서로 다른 역사적 상황에서 일어나면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

두 당원의 구속 자체가 북한 핵실험의 여파 속에서 공안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국정원이 내사중이던 사건을 서둘러 집중적으로 기획 조사해 터뜨린 사건이었다. 당시 자리 보전을 위해 부심하던 국정원장 김승규는 계속 언론에 정보를 유출했다. 전형적인 마녀사냥이었다. 마녀사냥은 “무언가로 비난받고 있는 특정 집단을 찾아내 벌주려는 시도로, 흔히 그들은 실제로 잘못한 일이 없는데도 단지 그들의 견해 때문에 그런 일을 당하곤 한다.”(사전의 정의)

연막 전술

마녀사냥 때마다 겪었듯이 우익은 ‘아님 말고’ 식으로 좌파를 모략한다. 최기영 당원이 구속된 사건에 권영길 의원이 연루된 양 넌지시 암시한 〈조선일보〉의 보도가 그런 것이었다. 영국의 〈더타임스〉 등 우익 신문들은 위대한 마르크스주의 역사가 크리스토퍼 힐(2003년 작고)이 제2차세계대전 중에 소련 간첩 노릇을 했었다고 터무니없이 주장하곤 했다.

최기영 당원 구속 당시 당 지도부는 그를 직책에서 해임하고 대국민 유감을 표현했다. 그러므로 “편향적 친북당 이미지”는 당내 평등파들이 자신의 목적을 위해 만들어 낸 성격이 짙다. 그리고 당직자 정보 대북 유출을 비난하는 것은 국가보안법이라는 국제적으로도 악명 높은 마녀사냥 도구를 이용한 남한 국가의 탄압 문제를 숨기고 당원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게 만들기 위한 기회주의자들의 교묘하고 능청스러운 연막 전술이다.

그것은 아쉬운 대선 결과의 책임을 당권 경쟁자들에게만 떠넘기고 다가올 총선과 이후 선거들에서 주류 사회의 환심을 사겠다는 기회주의적 선거 전략의 일환이다.(특히, 자주파의 주요 리더로, 비슷한 보안법 사건의 관련자인 김창현 전 사무총장의 비례대표 후보 선정 저지를 겨냥하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