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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와 《자본론》 ②:
자본주의 상품 가치의 비밀을 들춰내다

이 글은 《자본론》에 대한 4회 연재 기사의 두 번째 편으로, 상품 가치가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알아본다

저번 기사는 의문을 하나 던지면서 끝났다. 우유 한 팩과 신문 한 부의 가격이 어째서 같은가? 둘 사이에 어떤 공통점이 있기에?

마르크스는 모든 상품이 두 종류의 가치를 지닌다고 주장했다.

첫째는 사용가치다. 마르크스의 설명에 따르면, ‘어떤 물건의 사용가치란 곧 그것의 효용성이다. 그러나 이 효용성은 허공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상품의 효용성은 그 상품만의 물리적 속성을 떠나서는 따로 존재할 수 없다.’

달리 말해 우유와 신문 사이의 공통점은 분명 사용가치가 아니다. 그 둘은 물리적 속성과 용도가 서로 판이하게 다르다.

두 번째 종류의 가치는 교환가치, 즉 한 가지 상품으로 교환할 수 있는 다른 상품의 양이다. 가령 신문 한 부는 우유 한 팩과 교환될 수 있고, 따라서 두 상품은 동등한 교환가치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저번 기사에서 설명했듯이, 이는 단순한 ‘물건’ 간의 교환이 아니다. 상품 하나를 돈 주고 사는 행위는 그 상품을 생산하는 데 관여한 방대한 사회적 관계의 그물에 연결되는 것을 뜻한다.

마르크스는 신문과 우유처럼 언뜻 보기에 서로 무관해 보이는 상품들이 일정한 인간 노동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공통점을 갖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표면적인 교환가치의 밑바탕을 이루는 것이 ‘가치’라고 주장했다.

한 상품의 가치는 그것을 생산하는 데 들어간 노동의 양을 반영하며, 노동의 양은 노동 시간으로 측정된다.

여기서 가치는 천문학에서 만류인력이 하는 것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우리는 만류인력을 눈으로 볼 수도, 만질 수도, 혹은 냄새를 맡을 수도 없다. 그럼에도 만류인력 개념 덕분에 우리는 행성들의 공전 운동을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듯이 만류인력의 효과는 매우 현실적이다.

마찬가지로 ‘가치’의 개념을 통해 우리는 왜 서로 다른 상품들이 동일한 교환가치를 지니는지 이해할 수 있다. 가치를 눈으로 볼 수는 없어도 그 효과는 현실적인 것이다.
물론 구멍가게 주인이 우유 한 팩과 신문 한 부를 그냥 교환해 주지는 않을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제3의 상품인 돈이 보편적 상품 구실을 하면서 교환의 전 과정을 더욱 신비스럽게 포장해 준다.

‘가치’ 개념에 대해서는 당장 두 가지 반론을 떠올릴 수 있다. 첫째는 모든 사람의 노동이 동등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남보다 더 열심히, 더 효율적으로 일하기 때문이다.

산 노동과 죽은 노동

마르크스도 지적했듯이, ‘만약 어떤 상품에 투입된 노동량이 그 상품의 가치를 결정한다면 그 상품을 만든 노동자가 나태하고 미숙할수록 노동 시간이 더 들고 따라서 그 상품의 가치도 더 커질 것이라고 혹자는 생각할 수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사회적 필요 노동시간’, 즉 ‘특정 시기의 평균적 숙련도와 노동 강도’를 적용해 한 상품을 만들어내는 데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해결된다.

두 번째 반론은 보다 근원적인 것으로, 상품을 만드는 것은 단지 사람만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가령 신문 생산에는 기계, 잉크, 종이 등의 비인격적 요소들도 투입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도 상품에 속하며 따라서 선행한 노동의 산출물들이다.

자본주의적 생산 과정에서는 노동자가 직접 투입하는 노동인 ‘산 노동’과 원자재·기계류에 집적된 ‘죽은 노동’이 결합된다.

둘 사이의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마르크스가 말했듯이 산 노동은 최종 산출물에 가치를 새롭게 부가하지만 죽은 노동은 기존에 창출된 가치를 이전시킬 뿐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어떤 신문이 산 노동 1시간(인쇄 기사들의 노동)과 죽은 노동 2시간(소요되는 자재와 마모되는 기계 가치)으로 생산된다고 치자.

그렇다면 그 신문의 총 가치는 3시간의 노동과 같을 것이다.

그러나 신문사 사장은 기계와 원자재 값을 부담해야 하므로 일단 2시간 상당의 노동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오직 산 노동만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데, 이 경우 그 가치는 1시간의 노동이다.

하지만 여기서 또 하나의 의문에 제기된다. 만약 모든 상품이 그 가치대로 교환된다면 과연 산 노동의 가격은 얼마인가?

만약 인쇄소의 노동자가 자신이 창출한 가치를 전부 가져간다면 신문사 사장에게는 남는 게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본가들이 막대한 이윤을 챙긴다는 것쯤은 우리가 경험으로 알고 있다. 다음 글에서는 이 막대한 이윤이 과연 어디서 나오는지 살펴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