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은 “영어 과외를 안 받아도” 대학가고 외국인과 충분히 대화할 수 있도록 영어 공교육을 바꾸겠다며 여러 방안들을 쏟아 놓고 있다. 이를 통해, 사교육뿐 아니라 조기유학도 줄여 ‘기러기 아빠’ 문제도 해결할 것이라고 했다.

물론 국제 교류가 증가하는 요즘, 10년 넘게 영어에 매달려도 말 한마디 못하게 만드는 영어 교육에 누구나 불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식 대책을 믿고 “과외를 안 받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학생·학부모는 거의 없다. 학원들은 환호하며 투자를 늘리고 있고, 이 때문에 세계적인 주가 폭락 와중에도 사교육 업체의 주가는 단 하루만에 15퍼센트 가까이 올랐다.

인수위는 2~3년 안에 학교에서 영어 말하기·쓰기 교육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인수위가 주요 대책으로 내놓은 ‘영어수업교사 자격증 제도’와 ‘영어교사 삼진아웃 제도’는 교사 개인에게 영어 수업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고 능력이 안 되면 구조조정하겠다는 것일 뿐이다.

이등 국민

영어 말하기·쓰기 교육을 위해서는 원어민 강사 채용, 교사 신규 채용과 재교육, 학교 시설 마련 등에 엄청난 돈을 들여야 한다. 그러나 인수위는 5년간 4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하면서도, 작은 정부와 세금 감면을 추진하는 동시에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특히 학급 당 학생수가 40명 가까이 되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말하기·쓰기를 효과적으로 가르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학생들은 늘어난 학교 영어 교육을 따라가기 위해 사교육에 의지해야 한다.

모든 과목을 영어로 수업한다는 ‘몰입 교육’은 설사 가능하더라도 큰 문제를 낳을 것이다. 어려서 유학을 다녀오거나 비싼 영어 유치원 등을 다닌 학생들은 영어 수업을 이해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한국말로 가르치는 학원에서 학교 수업 내용을 다시 배워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반발 여론이 크자 “국가 차원에서는 실시하지 않겠다”고 급히 번복했지만, 결국 자사고·특목고 등 일류 학교에서 ‘영어 몰입 교육’이 이뤄질 공산이 크다. 그렇게 되면 학교 수업을 영어로 배운 ‘일등 국민’과 그렇지 않은 ‘이등 국민’이 뚜렷이 나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명박의 ‘영어 공교육 강화’는 ‘입시지옥’ 강화와 연결돼 있다. 수능에서 영어 과목을 없앤다지만, 상시적인 영어 인증시험으로 영어 읽기·듣기에 말하기·쓰기까지 추가되는 것이라 입시 부담은 더 늘어날 것이다.

‘입시지옥’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조기유학을 보내는 부모가 대다수임을 고려하면 ‘기러기 아빠’는 되레 더 늘어날 것이다.

진정으로 영어 공교육의 질을 높이려면, 입시 경쟁과 연결시키지 말고 획기적인 투자로 양질의 교사와 교육 시설을 대폭 늘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