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시대의 암울한 미래는 하룻밤 사이에 잿더미로 변한 숭례문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동안 전국의 문화재 안전은 문화재청 공무원 단 4명이 관리해 왔고, 사설 경비업체에 ‘공짜’로 맡긴 숭례문 관리 업무에 ‘화재 예방’은 제외돼 있었다.

공공부문 민영화와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필수 업무에 구멍을 내고 기업 고삐는 풀어 줄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부는 숭례문 전소, 태안 기름 오염, 이천 냉동창고 화재 같은 대형 사고를 재촉할 뿐이다. 이미 서울시장 시절 숭례문을 개방하며 기본적인 안전 관리도 보강하지 않았던 이명박의 전력도 드러났다. 그리고는 ‘국민 성금’ 같은 황당한 방식으로 국민들에게 사고 뒤치다꺼리를 다 떠넘기려 한다.

이처럼 이명박과 인수위의 행보는 친기업·친시장 일색이었다. 인수위가 내놓은 국정과제는 친기업 정책의 종합판이다. 첫 번째 국정지표인 ‘활기찬 시장경제’를 위해 기업 세금 인하와 금산분리 완화, 출총제 폐지, 지주회사 규제 완화 등 재벌들의 구미에 맞춘 정책들이 줄줄이 핵심과제로 꼽혔다.

이명박과 인수위는 “법인세는 생존의 문제”라며 재벌들은 흡족하게 한 반면 ‘서민 생존’을 위해 당장 필요한 신용불량자 사면이나 유류세·통신요금 인하 같은 정책들은 슬쩍 꼬리를 내리거나 백지화해 버렸다.

이명박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는 청와대 수석비서관에는 올드·배드 보이들이 집결했다.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조차 “자주를 노래한 구한말식 사고”라던 김병국이 외교안보수석에, 이명박의 대입 자율화와 고교 다양화(평준화 해체) 공약을 주도적으로 만들고 인수위에서 ‘교육 붕괴’ 정책을 쏟아낸 이주호가 교육과학문화수석에 내정된 것도 어처구니없다. 이주호는 김영삼의 ‘5·31 교육개혁’에 참여해 이 나라 교육 시장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장본인이기도 하다. 경제수석 내정자 김중수는 김영삼 정부 경제비서관 출신으로 철저한 시장주의자다. ‘생태’의 중요성을 주장하던 지리학자에서 대운하 전도사로 변신해 대통령실장에 지명된 유우익은 서울대 동료교수들로부터 “권력을 얻고자 영혼을 팔았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이명박이 추천해 노무현이 임명한 신임 경찰청장 어청수는 아펙 회의 반대 시위, 평택 미군기지 반대 투쟁, 지난해 범국민행동의날 집회를 강경 진압했던 자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불법·폭력시위 엄단’을 운운하며 칼을 갈고 있다.

이 같은 ‘역주행’에 대한 원성도 높아지고 있다. 〈조선일보〉 여론조사에서 인수위가 잘했다는 평가는 겨우 36퍼센트에 그쳐 부정적 평가에 뒤졌다. 이명박 지지율도 한 달 새 10퍼센트나 떨어져 김대중, 노무현의 취임 직전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다.

게다가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오만함에 도취된 한나라당은 당을 쪼개질 위기로 몰고 가는 내부 패싸움까지 벌였다. 이 때문에 극우익 조갑제는 “임계점에 달하면 한나라당에 대한 기대가 배신감으로, 배신감이 분노로 폭발할 것”이라며 “대승 분위기에 취해 있는 사이에 딛고 있는 얼음판이 녹고 있다”고 경고했다. 공천 신청자들의 범죄 경력에 일부 면죄부를 주고 지저분하게 수습한 공천에는 신지호 같은 뉴라이트들, ‘이명박 찌라시’ 출신 기자들, 기업주들로 문전성시였다.

4년 반 만에 부활한 ‘도로민주당’도 호남 공천을 놓고 잠복한 갈등 때문에 잠잠하긴 힘들 것이다. 침몰하던 통합신당을 뛰쳐나간 유재건, 박상돈은 이회창의 자유선진당에 들어갔고, 민주당을 나와 한나라당을 기웃대던 조순형도 이회창의 품에 안겼다. 잡탕 아닌 정당이 없다. 창조한국당은 문국현을 제외한 지도부가 총사퇴하며 아예 붕괴 직전이다.

조갑제의 경고처럼 이명박과 인수위, 한나라당에 대한 불만은 쌓여 가지만, 이 지리멸렬하고 구태의연한 자들이 대안으로 비칠 리 없다. 게다가 한나라당, 자유선진당, 통합민주당 다수는 한미FTA 국회 비준을 2월 안에 하기 위해 힘을 합하고 있다. 진보진영은 이들의 개악 야합에 맞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곧 출범할 이명박 정부에 맞서 전열을 정비하고 투쟁을 준비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