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건복지부가 낙태 허용 기준을 완화하는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검토하자, 많은 주류 언론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현행 모자보건법 제14조는 5가지 사유(우생학적·유전학적, 전염상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준강간에 의한 임신, 혼인할 수 없는 혈족·인척간 임신, 모체의 건강을 심하게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만 낙태를 허용한다.   

지난 13일 보건복지부가 개최한 공청회에서 발표된 개정안은 낙태 허용 기준에 ‘사회적 적응’ 사유를 포함할 것을 제안한다. 개정안은 낙태 허용 기간을 현행 28주에서 24주로 단축하는 것과 같은 후퇴도 포함하고 있다.

낙태 반대 운동가들과 우파 언론들은 낙태 허용 기준 완화를 비난하며, 그러면 낙태가 폭증할 것이라고 과장한다.

하지만, 낙태 허용 기준 완화가 곧 낙태율 증가를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낙태율은 낙태가 합법화된 나라보다 더 높다. 한국 가임기 여성의 낙태율은 1천 명당 29.8(2005년)인데 비해, 1967년부터 낙태가 합법화된 영국은 17.8(2004년)이었다. 한국에서 실시되는 낙태의 대부분이 불법이므로, 한국의 실제 낙태율은 더 높을 게 분명하다.

우파 언론들은 ‘태아의 생명 존중’ 운운하며 모자보건법 개정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있다.

연막

그러나 이들의 생명 존중 얘기는 위선일 뿐이다.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라크 전쟁을 굳건하게 지지해 왔고, 수많은 사람들을 빈곤으로 내몰아 자살과 아동 유기 증가 등을 낳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열광적으로 지지해 온 게 이들이었다. 안전하지 못한 불법 낙태로 사망하는 여성이 전 세계적으로 매년 7만 명이 넘는다는 사실도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 

사실, 반낙태주의자들의 ‘태아의 생명권’ 주장은 여성 차별주의를 감추는 연막일 뿐이다. 만약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생명권이 대립한다면, 왜 태아의 생명권이 우선해야 하는가? 태아는 생존을 위해서 여성의 신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아직 의식이 있는 인간이 아닌데 말이다. 여성을 아이 낳는 기계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산모보다 태아의 생명이 더 소중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낙태는 추상적인 생명 윤리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여성이 자신의 신체와 삶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의 문제다. 다시 말해, 여성이 아이를 낳을지 말지 선택할 권리에 대한 문제다.

보건복지부 공청회 개정안 토론에서 한국여성민우회 유경희 대표는 낙태의 허용 기준 완화를 지지하는 옳은 입장에 섰다.

앞으로 법 개정의 가능성이 얼마나 되든, 이제 한국의 여성운동은 그동안의 침묵을 넘어서 낙태 합법화 문제를 적극 제기할 필요가 있다. 여성 해방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여성의 낙태권을 분명히 주장해야 여성 차별주의자들과 성적 보수주의자들에 제대로 맞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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