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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는 마르크스 경제학 전공 교수를 채용하라

서울대 경제학부 대학원생 전원은 퇴임하는 김수행 교수의 후임으로 마르크스 경제학 전공 교수를 채용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뉴라이트 계열의 대표적 학자인 서울대 경제학부장 이영훈은 마르크스 경제학 전공자 채용을 이미 거부한 바 있다.

당장 마르크스 경제학을 전공하는 석·박사 과정의 학생들이 지도교수를 구하지 못한 채 ‘학문적 사망선고’를 받게 된다.

무엇보다 대학원생들의 행동에는 대학의 신자유주의화에 대한 반감이 깔려 있다. 신자유주의의 대학 지배가 기업 이윤에 필요한 학문만 ‘특성화’해서 키우고 그렇지 않은 학문들은 고사시키기 때문이다.

택시기사

서울대 경제학부의 한 학생은 마르크스 경제학이 필요한 이유를 간명하게 밝혔다. “[주류 경제학] 교수들은 수식과 모형에 대해 이야기했지 왜 택시기사가 자기 몸을 불태우는지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러한 일 자체를 직접 설명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지 않았다.”

서울대 경제학부에서 마르크스 경제학 전공 교수 자리가 없어지게 될 지경에 이른 과정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1년 넘게 끌어 온 이 과정에서 김수행 교수가 일찌감치 자신의 후임을 마르크스 경제학 전공자로 할 것을 경제학과 교수들에게 더 강력히 요구했더라면 상황은 지금보다 훨씬 유리했을 것이다.

김수행 교수의 공공연한 문제제기와 공론화 작업이 일찍부터 진행돼 아래로부터의 행동과 결합됐다면 주류 경제학 교수진들이 이를 거스르기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물론 대학원 사회에서 교수가 무소불위의 권위를 가지고 있고, 철저한 도제식 관계로 대학원생들의 진로를 좌지우지할 권력을 가지고 있어 대학원생들이 교수들을 상대로 더 진전된 집단행동을 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서명운동은 좋은 출발이지만 여기서 멈춘다면 자신들의 요구가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진 모두가 주류 경제학자들이고 그들은 마르크스주의 전공자를 뽑는 데 매우 적대적이거나 기껏해야 미온적이다.

따라서 대학원생들의 행동은 공개적인 집회, 수업거부 등으로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이 점에서 20년 전 김수행 교수가 서울대에 임용할 수 있던 힘이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의 수업거부였다는 경험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경제학부 학부생들도 대학원생들의 요구를 지지하며 즉각적인 행동에 돌입해야 한다. 학부생들의 행동은 대학원생들에게 커다란 힘이 될 것이다.

아울러 경제학부 교수들이 대학원생들의 요구를 왜곡해 얼버무리는 식의 ‘해결책’을 낼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채용 대상자를 ‘정치경제학’ 전공자 정도로 물타기를 해 케인즈주의 전공자를 뽑는 식의 타협 가능성이 그것이다.

마르크스가 분석한 자본주의의 폐해와 모순이 어느 때보다 심각한 신자유주의 시대에 서울대 경제학부 대원생들의 요구는 완전히 정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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