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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후퇴를 보여 주는 진보신당

진보신당(가칭)이 창당과 총선 준비에 나서고 있다. ‘평등, 생태, 평화, 연대’를 핵심 가치로 제시하고 있는 진보신당은 또 하나의 진보정당으로서 진보의 몫을 확대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그러나 진보신당의 건설 과정은 그렇지 않았다.

우선 진보신당은 민주노동당에 ‘종북주의’라는 멍에를 뒤집어씌웠다. 자신들의 정파적 이익을 위해 〈조선일보〉가 “이제 민노당은 친북·종북 노선의 … 집합소가 돼 버렸다”고 말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다. 민주노동당에 남아 있는, 심지어 자주파가 아닌 사람들까지 모두 졸지에 ‘종북주의자’가 돼 버렸다.

심상정 비대위 일원이었던 오건호 씨도 “종북주의론은 궁지에 몰린 자주계열을 낭떠러지로 몰아넣고, 새로운 신당을 만들려는 사람들에겐 분리 이유를 제공하는 카드였다”고 지적한다. 오건호 씨는 진보신당이 다가오는 총선에서도 “‘구태의연하고 친북적이며 운동권이 몰려 있는’ 민주노동당이라[며 공격할] … 개연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것은 정말 재앙적 잘못이 될 것이다.

민주노동당을 탈당한 단병호 의원은 “신당이 민노당보다 더 우측으로 가는 정당이면 나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진보신당은 명백히 민주노동당보다 더 우측을 향하고 있다. 예컨대 심상정 의원은 “민주노동당이 그동안에 낸 정책 중에 아주 소중한 것이 사회연대전략”이라고 했다.(〈손석희의 시선집중〉)

‘사회연대전략’은 정규직이 자기 몫을 양보해 비정규직을 도와주자는 것이다. 이것은 정규직·비정규직의 단결 투쟁 전략에서 후퇴한 것이고, 투쟁 자제를 수반하며 결국 기업주에 대한 ‘양보’를 낳을 뿐이다.

이 같은 우경적 후퇴는 2월 24일 ‘진보신당 건설 대토론회’에서 정태인 씨가 발표한 ‘진보신당의 국가비전’에서도 드러난다. 여기서 정태인 씨는 “기업은 노동자의 일자리를 보장하고 노동자는 생산성 향상에 노력”하는 “생산성 타협”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것은 기성정당들과 큰 차별성 없는 계급 타협 방안이다.

상층 명망가 위주

계급 타협을 위해 필요한 것은 대중 투쟁보다 의회 내 협상이기 때문에 ‘운동권당’을 비판했던 것이다. 심상정 의원도 [대중 투쟁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스피커로서의 당”보다 “제도정당으로서 국민의 평가와 책임의 원리에 순응”할 것을 강조한다.(〈프레시안〉 인터뷰)

심상정 의원은 지난 4년간 의회 내 협상 위주의 ‘개혁공조’ 등을 추진해 온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 점에서 민주노동당이 “‘개혁공조’ 식 활동”으로 “노무현과 차별화하는 데 실패”했다는 진보신당 쪽의 비판은 이율배반적이다.

진보신당 쪽 인사들이 민주노동당을 비판하며 내건 명분들도 빛이 바래고 있다. 예컨대 조승수 씨는 이주노동자 연대, 국제주의 등을 강조했는데, 진보신당은 ‘여수화재참사 1주년 집회’ 날 창당 대토론회를 했고 3·16 국제공동반전행동 때 창당 대회를 한다.

상층 명망가 위주로 아래로부터 충분한 의견 수렴없이 진행되는 창당 과정도 여러 가지 잡음을 낳고 있다. 민주노총의 민주노동당 배타적 지지를 철회시키려는 진보신당의 계획도 어그러지고 있다. 명분없는 분열에 현장 노동자들이 반발하기 때문이다. 심상정·노회찬 의원이 민주노동당 의원직을 유지해 세비 등을 다 챙기면서 신당을 만드는 모습도 보기 좋지 않다. 여러 가지 면에서 진보신당은 진보정당 운동의 발전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