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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는 지금 경제 위기에 직면했는가?

흔히들 경제 위기를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자본주의 체제의 일시적 일탈로 설명한다. 크리스 하먼이 최근 신용 경색의 기원과 영향을 살펴보고, 왜 경제 위기가 자본주의에 고유한 특징인지 설명한다

“이제 투자자들은 특정 은행의 현금 보유량이 충분한지 아닌지를 걱정하지 않는다. 그들은 미국의 경기 침체나 심지어 세계 경제의 침체를 걱정한다.” 지난 1월 18일 〈파이낸셜 타임스〉는 자본가들의 이윤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의 우려를 그렇게 요약했다.

주류 경제 평론가들이 동의하는 것이 하나 있다. 지난해 여름 금융계 일각에서 시작된 위기가 이제 자본주의 체제 전반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 미국 재무장관 로런스 서머스는 미국이 이미 경기 후퇴에 빠져들었을지 모른다고 말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중앙은행] 의장을 지낸 앨런 그린스펀은 미국의 경기 후퇴가 진행중일 가능성이 50퍼센트라고 생각한다. 유엔 보고서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둔화하다가 거의 정체할 수 있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을 경고한다.

그린스펀의 후임자인 벤 버냉키는 약간 더 밝은 전망을 내놓으려 한다. 그는 올해 성장률이 둔화하겠지만 경기 후퇴까지는 아닐 것이라고 예측한다. 1930년대 대공황기 화폐의 구실을 다룬 학술 논문들의 저자인 버냉키는 자타가 공인하는 공황론 전문가이다. 그러나 지난해 여름 그는 위기가 금융 시스템을 강타할 것이라는 점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버냉키의 예측이나 자본주의를 지지하는 주류 경제학자들의 예측은 별로 신뢰할 수 없다. 그들은 자본주의가 부당이득자들에게 돈을 안겨 주는 기계나 다름없다고 여기고 자본주의를 맹목적으로 신뢰하기 때문에, 상황이 갑자기 나빠지기 전까지는 거의 항상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어쨌든 걱정이 커진 버냉키는 금리를 낮췄고, 조지 부시는 긴급 감세 정책에 동의하도록 의회를 압박했다. 그들은 그런 조처들로 경기 둔화가 불황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한 가지 명백한 사실이 있다. 세계 경제에 대한 지극히 낙관적인 전망 ― 겨우 1년 전만 해도 대다수 주류 경제 평론의 특징이었다 ― 이 완전히 틀렸음이 입증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 전망’에서 “세계 경제는 순조로운 흐름을 이어가며 2007년과 2008년에도 건실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예측한 게 대표적이었다.

자유시장의 경이로움에 완전히 매료된 고든 브라운[영국 총리], 재무장관 앨리스테어 달링, 영국은행 총재 머빈 킹은 지난해 8월 중순 위기가 폭발한 뒤에도 사태의 심각성을 무시했다. 킹은 런던 금융계에서 일하는 친구들의 금리 인하 요청을 거부했고, 브라운과 달링은 노던락[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여파로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벌어진 영국 은행] 사태가 저절로 해결되도록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약속만 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들은 결국은 납세자들의 막대한 돈이 들어갈 것이라는 점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자본주의 체제의 혼란에 직면한 그들은 지도·나침반·키도 없이 항해에 나서는 사람들과 비슷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그들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정설 ‘신고전파’ 경제학을 신봉하고 그것이 자본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입증해 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학설은 자본주의 체제가 위기로 빠져드는 경향을 결코 설명할 수 없었다.

자본주의 체제는 수천 개의 다국적기업들과 수십 개 남짓 되는 주요국 정부들의 비(非)계획적 상호작용에 의존한다.
그것은 마치 차선, 도로 표지판, 교통 신호등, 속도 제한 등이 없는 교통 체계와 비슷하다. 심지어 도로에서 같은 방향으로 차를 운전해야 한다는 분명한 교통 법규조차 없는 것과 비슷하다. 따라서 체제를 감독해야 할 사람들이 금융 부문의 폭락이 훨씬 더 심각한 사태로 번지는 것을 막기가 매우 힘들다. 그리고 그들이 혹시 그렇게 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기껏해야 최후의 심판을 2~3년 더 연장하는 일시적 성공에 불과하다.

그 이유를 알려면 위기가 어디서 비롯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지금은 모두 동의하듯이, 위기의 직접적 원인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였다. 손쉽게 돈을 버는 데 혈안이 된 금융업자들은 예전 같으면 가난하다, 안정된 직장이 없다, 기존 대출금 상환 능력도 없다는 이유 등으로 신용불량자로 분류됐을 사람들에게도 돈을 빌려 주기 시작했다. 집값이 오르고 있었으므로, 돈을 빌려간 사람들이 돈을 갚지 못하더라도 담보로 잡은 집을 경매 처분해 상당한 이윤을 남길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이 있었다. 그런 대출 자체가 다시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효과도 냈다.

금융업자들은 흔히 자기 돈이 아니라 남의 돈을 빌려다가 대출해 주었고, 그 남들은 또 다른 곳에서 돈을 빌렸다. 각 단계마다 금리는 조금씩 차이가 났고, 복잡한 단계를 거쳐 막대한 거액이 거래되는 과정에서 손쉽게 엄청난 이윤을 남기는 것처럼 보였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은행들이 거의 모두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들은 자금 대출을 위해 돈을 빌리는 특수 금융기관들을 설립해 온갖 종류의 대출 상품들을 패키지로 묶어 만든 이른바 [파생]‘금융상품’들을 판매했다. 한동안 만사형통인 듯했고, 금융업자들은 서로 상대방의 통찰력과 탁월한 기업가 정신을 칭찬했다. 노던락은 1년 전만 해도 “런던 금융계에서 혁신적인 금융기법으로 칭찬이 자자했던 유망 기업”이었다. 고든 브라운 같은 정치인들은 이런 평가에 진심으로 동의했다.

만사가 형통하지 않다는 첫 조짐은 18개월 전에 나타났다. 미국 경제 성장률이 둔화하면서 금리를 감당할 수 없게 된 주택담보대출자들이 급증했고, 그래서 경매로 넘어가는 주택들이 증가했다. 그러나 금융상품을 거래하는 업자들은 가난한 미국인들의 문제보다 계속 이윤을 얻는 데 관심이 더 많았다.

그러나 집값이 떨어지자 주택담보대출 업체들은 주택 1백만 채를 경매 처분하더라도 자신들이 빌린 돈을 갚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에게 기꺼이 돈을 빌려 주었던 은행들도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됐다는 것을 갑자기 깨달았다. 상황을 훨씬 더 악화시킨 것은 ‘금융상품’들이 워낙 복잡해서 특정 은행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다. 금융기관들은 다른 금융기관에 돈을 빌려 줬다가 돌려받지 못할까 봐 서로 대출을 꺼리게 됐다. 이것이 이른바 ‘신용 경색’이었다.

중국 ‘저축’

현대 자본주의의 일상 활동은 자금의 차입과 대출에 의존한다.(아래 ‘은행과 신용’ 기사 참조) 모든 기업은 특정 상품을 외상으로 구입하고 자신이 만든 상품이 팔릴 때까지 현금 지급을 미룰 수 있기를 바란다. 신용 경색은 심장마비에 비유된다. 심장마비에 제때 대처하지 못하면 전체 신진대사가 마비된다. 그래서 자유시장 개입을 기피하는 철학을 가진 정부조차 황급히 시장에 개입해서 민간 기업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그 돈으로 자금 순환이 재개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많은 평론가들은 거기서 상황이 종료된다고 본다. 보통 그들이 끌어내는 교훈은 금융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것뿐이다. 따라서 그동안의 사태 전개를 둘러싼 모든 논쟁은 정확히 얼마나 많은 규제가 필요한지를 둘러싼 논쟁으로 바뀌고 만다.

그러나 더 깊이 들여다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동안의 사태 전개 방향을 가장 우려한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 〈파이낸셜 타임스〉의 마틴 울프였다.(그가 그렇게 심층 분석을 하게 된 것은 아마 10년 전 아시아 경제 위기가 시작됐을 때 단순한 “딸꾹질”로 치부하며 상황을 완전히 오판한 실수 때문인 듯하다.) 울프는 최근 다음과 같이 썼다. “지금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금융 시스템의 취약성이 그로 인해 내부자들이 치러야 할 엄청난 대가와 맞물려 전 세계적으로 훨씬 더 중요한 것 ― 시장경제 자체의 정치적 정당성 ― 을 파괴하는 것이다.”

울프 같은 평론가들이 지적하는 것은 7년 전의 경기 후퇴 이래로 미국의 경제 성장이 상당 부분 가계 부채와 정부 재정 적자라는 부채 증가 덕분이었다는 것이다. 그런 부채가 없었다면 미국 기업들이 생산한 많은 제품은 팔릴 수 없었을 것이고, 따라서 가계와 정부의 차입이 지속되지 못하면 불황은 필연적이다. 그 여파는 미국 기업들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이 세계 경제 성장의 한 축이었다면 다른 한 축은 중국이었다. 그리고 중국의 경제 성장에서 결정적 구실을 한 것은 연간 수천억 달러에 이르는 대미 수출이었다.

어려움을 더 가중시킨 것은 ―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는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을 더 골치 아프게 만든 것은 ― 미국 소비자들이 중국산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빌린 돈이 대부분 중국에서 건너온 자금이었다는 것이다. 중국이 미국에 제품을 수출해 번 돈이 태평양을 건너와 미국에서 중국산 제품을 구매하는 데 사용됐다. 울프가 썼듯이, 미국 소비자는 “세계 경제를 지탱하는 최후의 구매자”이다.

3년 전 IMF의 후원으로 작성된 세계 경제 조사 보고서는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보여 준다. 중국 ‘저축’(전통적인 이윤 계산 방식에 따른)의 약 10퍼센트는 신규 투자로 사용되지 않고 남겨졌다. 이렇게 남는 돈은 대부분 미국 경제로 대출됐다. 다른 동남아시아 나라들이나 산유국들의 ‘저축’도 똑같은 경로를 거쳤다. 심지어 미국 기업들도 투자보다 ‘저축’이 더 많았고, 이렇게 남는 돈을 은행들에 빌려 주면 은행은 이 돈을 또 소비자들에게 빌려 줬다.

중대한 함의

이것은 중대한 함의가 있다. 자본주의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려면 체제 전반에서 생산되는 제품이 모두 팔려야 한다. 그러나 세계의 노동자와 농민 들이 그런 제품들을 구매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그들의 생활수준은 자본가들의 이윤을 위해 억제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나머지 제품들을 자본가들이 소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자본가들의 개인적 소비를 위해(자본가들은 국가가 군대와 무기 등에 지출하는 것도 그들 자신에게 필수적인 소비로 여긴다) 또는 미래의 이윤을 위한 생산적 투자에 사용돼야 한다.

투자가 저축보다 낮아지면 이미 생산된 것과 현재 판매되는 것 사이에 차이가 벌어진다. 일부 기업들은 생산품을 모두 판매할 수 없게 되고, 수지를 맞추기 위해 노동자들을 해고한다. 이 때문에 판매 시장이 더욱 위축되고, 마침내 불황이 찾아온다.

이런 일이 지난 5년 동안 일어나지 않은 이유는 미국 소비자들이 가외(加外) 시장 구실을 하면서 잉여 생산품을 흡수했기 때문이다.

신용 경색으로 이 과정이 중단됐고, 미국의 주택 건축과 자동차 판매는 이미 타격을 받고 있다. 은행들이 서로 신뢰를 회복해 상호 대출을 재개하더라도 아주 높은 신용 등급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다시 대출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래서 경기 후퇴 전망이 그토록 높은 것이고, 미국 이외의 경제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큰 것이다.

그러나 마틴 울프 등의 주장은 완전하지 않다. 그들은 왜 세계 경제가 미국 소비자에게 그토록 의존하게 됐는지 설명할 수 없다. 이 문제에 답하려면 온갖 종류의 주류 경제학보다 훨씬 더 깊이 파고 들어가, 1970년대 이후 세계 경제가 앓고 있는 병을 살펴봐야 한다.

자본가들에게 투자의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이윤의 절대적 수준만이 아니다. 투자 대비 이윤의 비율인 ‘이윤율’도 중요하다. 이윤율은 1940년대 말부터 1960년대까지 대체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그래서 당시는 투자도 계속 증대하고 호황도 지속되면서, “자본주의의 황금기”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1960년대 말부터 1982년까지 이윤율이 계속 하락해 그 전 20년간 평균치의 거의 절반까지 떨어졌다.(아래 ‘마르크스와 이윤율’ 기사 참조) 1970년대 중반과 1980년대 초의 심각한 경기 후퇴는 이렇게 이윤율이 하락한 결과였다.

흔히 주류 경제학자들은 당시의 경기 후퇴를 갑작스런 유가 인상 탓으로 돌린다. 그러나 이윤율이 그토록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면 체제가 유가 인상[의 충격]을 쉽게 흡수했을 것이다.

이윤율은 1980년대 중반과 1990년대 중반에 부분적으로 회복될 수 있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노동자들의 임금을 억제한 덕분에 전체 국민 소득에서 총 이윤의 몫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도처에서 장시간 노동의 압력과 사회복지 서비스(이른바 ‘사회 임금’)에 대한 공격이 증대했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 초부터 1990년대 말까지 실질임금이 하락하고 노동시간이 대폭 증가했다. 유럽에서는 미국만큼 실질임금이 하락하지는 않았지만, 영국에서는 노동시간이 증가했고(특히 많은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의 운명인 무급 연장근로를 포함하면 분명히 그렇다) 지금 유럽의 주요 나라들은 영국의 선례를 따라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일부 대자본가들은 다른 자본가들의 파산에서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 루퍼트 머독은 15년 전에 로버트 맥스웰의 미디어 제국 붕괴에서 이득을 얻었고, 항공업계의 파산 소용돌이는 영국항공처럼 살아남은 기업들의 이윤 증대에 도움이 됐고, BAe[유럽 최대의 방위산업체인 영국 항공회사]는 GEC-마르코니[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군수산업체였는데 1999년에 BAe에 합병됐다]의 곤경을 이용해 득을 봤다. 비슷한 사례는 아주 많다.

노동자 구매력 하락

그러나 이윤율은 과거 수준의 절반 이상으로 회복되지 못했고, 호황은 1987년 10월 주가 폭락이나 1997년 아시아 위기를 계기로 갑자기 난관에 봉착하곤 했다. 두 경우 모두 미국 연준과 영국은행의 대책은 금리 인하와 대출 장려였다. 그런 조처들 덕분에 호황은 연장될 수 있었고, 그 때마다 평론가들은 자본주의가 끝없이 성장하는 새 시대가 열렸다고 떠들었다. 그러나 경기 후퇴는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2~3년 더 연장됐을 뿐이었다.

2001~2002년의 경기 후퇴는 미국 경제에 특히 위협적이었다. 제너럴모터스(GM) 같은 거대 기업들은 9·11 공격 전에 이미 손실을 기록하고 있었고, 그래서 겁에 질려 있던 기업 경영자들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터진 9·11 사태를 겪으며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졌다. 미국 정부가 황급히 나서서 부자들의 세금을 감면하고 군비 지출을 늘리는 동안, 연준은 전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자금 차입을 장려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했다. 그래서 경기 후퇴가 불황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사실, 일부 주류 경제학자들은 경기 후퇴 자체가 아예 없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당시 미국 정부와 연준의 대응은 지금 자본주의 체제가 직면한 문제들의 씨앗을 뿌린 셈이었다.

한동안 기업들은 인력을 대폭 감축해서 이윤율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제조업 노동자 2백70만 명이(여섯 명 가운데 한 명꼴로) 일자리를 잃었다. 25년 만에 처음으로 1990년대 말에 상승했던 실질임금이 다시 떨어졌다. 그럼에도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로버트 브레너가 계산한 바에 따르면, 2005년에 이윤율이 최고치를 기록했을 때조차 1970년대 중반 이후의 경제 위기 직전 수준에 불과했다. 2006년에 미국 최대 기업 월마트는 이윤이 감소했다고 발표했고, 미국의 거대 자동차 회사인 GM과 포드는 모두 기록적인 손실을 입었다. 바로 그 때 경제 성장률 둔화가 많은 빈민들의 주택담보대출금 상환 능력에 타격을 가했다.

이윤율 상승이 충분치 않아서 투자는 과거 수준만큼 늘지 않았다. 브레너의 계산에 따르면, 투자 증가율은 과거 50년간의 경제 회복기와 비교했을 때 최저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윤을 늘리다 보니 노동자들이 자신의 임금으로 소비재를 구입할 수 있는 능력이 잠식당했다. 그래서 개인 대출의 중요성이 커져, 국내총생산의 9퍼센트라는 기록적인 수준까지 개인 대출이 증가했다. 자본주의가 생산하는 제품을 모두 구매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었다. 대출 시스템이 붕괴하면 경기 후퇴는 필연적이다.

이것은 단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의 높은 경제 성장률 덕분에 나머지 세계 경제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 성장은 상당 부분 대미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만약 미국 경제가 위기에 빠지면, 중국 경제도 난관에 봉착할 것이다.

각국의 자본주의 정부와 중앙은행은 대출을 지속시킬 방안을 필사적으로 찾았다. 그런 방안 가운데 하나는 금리를 인하해서 은행에 돈을 풀고 은행이 사람들에게 대출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마틴 울프는 이 방안을 헬기에서 돈을 뿌리는 것에 비유했다. 또 다른 방안은 정부 차입을 늘리는 것이다. 이것은 부시가 세금 감면과 함께 제안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국가가 금리를 인하하기 위해 또는 감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돈을 찍어내면 항상 문제에 부딪힌다. 그런 방법이 때로는 단기적으로 경기를 부양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단기 처방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임금 삭감으로 시장을 위축시키지 않고도 이윤을 늘려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 하는 근본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 국가는 1990년대 내내 사실상 제로 금리를 유지했음에도 일본 경제는 여전히 옛날 수준만큼 회복되지 않고 있다.

반자본주의 정서

미국과 유럽 각국의 정부는 그런 조처들이 경기 후퇴를 막지도 못한 채 물가만 인상시켜(이미 유가와 곡물 가격이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1970년대 말의 스태그플레이션처럼 불황과 물가오름세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이 닥칠까 봐 두려워한다. 미국에서는 금융 위기와 저금리가 맞물려 국제 외환 시장에서 달러화 가치가 급락하자 그런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달러화 가치 하락은 미국의 국내 물가를 상승시킬 뿐 아니라 미국 지배계급의 세계 경제 권력도 약화시킬 것이다.

그럼에도 그런 조처들이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말에 그랬듯이 위기를 지연시킬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그 이상은 할 수 없을 것이다.

영국 경제는 미국과 똑같은 문제들을 일부 안고 있다. 영국의 대출 문제는 미국보다 훨씬 더 심각해서,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미국은 137.3퍼센트인 반면 영국은 162.9퍼센트이다. 부동산 투기 광풍도 훨씬 더 거세서, 지난 12년 동안 평균 집값이 네 배나 올랐다. 이미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경매 처분이 늘고 있다는 조짐이 나타났다.

아마 더 중요한 사실은, 지난 11년 동안 고든 브라운[당시 재무장관이었다]이 런던을 세계 금융계의 중심으로 만드는 대가로 제조업 일자리를 계속 감소시키는 정책을 추구해 왔다는 것이다. 그 결과 영국은 금융 위기의 충격이 일자리에 직접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그 어느 나라보다 크다. 그와 동시에, 브라운은 민간 차입 대신 정부 지출로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에서 미국 정부보다 재량의 여지가 작다. 그는 6년 전에 정부 지출을 늘리기 시작했다.(그 전 4년 동안은 정부 지출을 최대한 줄였다.) 선거에서 노동당 지지 기반을 유지하고, 지난 번 미국 경기 후퇴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였다. 지금 그는 정부 지출을 줄이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브라운은 자신이 자본가들을 계속 기쁘게 하면 시장이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대응해 왔다. 그래서 그는 재앙적인 노던락 사태를 해결할 ‘민-관’[협력] 방안을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다. 또, 공공부문 임금 억제를 고집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 불기 시작한 폭풍이 올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면 그런 조처들로는 영국 자본주의를 충분히 보호할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브라운 정부에 대한 불만이 커질 것이다. 또, 이윤 동기에 의해 움직이는 정신나간 경제 체제에 대한 비판적 주장을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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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과 신용

흔히 금융 시스템을 “실물” 경제나 특정 국가에 기반을 두지 않는 “무중력(無重力)의”, “세계적” 시스템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금융은 오래 전부터 자본주의에 아주 중요했다. 어느 때든 일부 자본가들은 투자할 수 없는 여유 자금을 가진 반면, 다른 자본가들은 사업 확장을 원하면서도 필요한 자본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운다.
자본가들은 당장 쓸 수 없는 돈을 은행에 맡기고 그 대가로 이자를 받는다. 또는 돈이 필요할 때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그 대가로 이자를 지급한다.

이것은 자본주의의 윤활유 구실을 하지만, 체제가 잘못되면 체제 전체의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 칼 마르크스가 썼듯이, “따라서 은행과 신용은 자본주의적 생산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자 공황과 사기의 가장 효과적인 매개체 중 하나가 된다.”

미국 연준이나 영국은행 같은 중앙은행들은 금융 시스템에서 핵심적 구실을 한다. 중앙은행이 정부의 통제를 받는 정도는 나라마다 다르지만, 특정 국가에 확고하게 기반을 두고 있다. 이 중앙은행들을 중심으로 더 광범한 금융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중앙은행은 대체로 법정화폐 발행을 독점하고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권한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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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와 이윤율

이윤율(자본가들이 투자한 돈으로 얼마나 많은 이윤을 얻는가를 나타내는 비율)은 자본주의의 동역학에서 핵심적이다. 칼 마르크스는 이 이윤율이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마르크스는 “산 노동”(자본가에게 착취당하는 사람들이 하는 노동)이 이윤의 원천이라고 주장했다. 산 노동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이 가치의 일부는 임금 형태로 노동자에게 돌아온다. 남은 잉여가치에서 이윤이 나온다.

그러나 자본가들은 산 노동을 고용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죽은 노동”(기계·원료 등)도 구입한다. 죽은 노동은 서로 다른 노동자 집단의 과거 노동의 산물이다. 이들 기계나 원료를 만들어 파는 자본가들은 그로부터 이윤을 얻을 수 있지만, 이 죽은 노동을 구입하는 자본가는 그로부터 이윤을 얻지 못한다.

마르크스는 시간이 흐르면 경쟁[의 압력] 때문에 자본가들이 죽은 노동에 점점 더 많이 투자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각각의 노동자가 다루고 처리하는 기계와 원료가 더 많아진다. 그러나 죽은 노동의 총량은 증가하고 산 노동(이윤의 원천)은 그대로라면, 자본가는 더 많이 투자하면서도 이윤은 전과 똑같이 얻을 것이다. 따라서 이윤율은 하락할 것이다.

출처 : 《소셜리스트 리뷰》 2008년 2월 호 (http://www.socialistreview.org.uk/article.php?articlenumber=102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