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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이야기 마당에 다녀와서

세계 여성의 날 1백 주년을 맞아 개최된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이야기 마당에 다녀왔다. 여기서 이랜드 노동자, 간병인 노동자, 기륭 노동자들이 자신의 삶과 투쟁과 희망에 대해 억눌렀던 얘기들을 쏟아 냈다.

보육교사인 나는 생리 현상조차 인간답게 해결할 수 없는 노동현장에서 매일매일 닮은 꼴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동지임을 느꼈다. 이날 우리는 여성으로 자라 온 삶과 투쟁을 통해 변해 가는 삶, 다른 세계를 함께 꿈꾸며 만들어 가는 우리의 삶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우리는 일하는 곳이 어디든, 몸의 상태가 어떻든 항상 웃어야 한다. 방광염을 앓는 이랜드 노동자는 배를 쥐어 잡고 있으면서도 카운터 앞에서 고객들에게 부드럽게 웃어 보여야 한다.

하루 몇 차례나 군인 출신 관리소장으로부터의 ‘집합!’ 호출을 받고 줄 맞춰서 지시를 받으며 학교의 온갖 허드렛일을 하는 청소미화용역노동자도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해 학생들 앞에서 어머니의 미소를 보여야 한다.

쉼 없이 12시간 노동을 한 뒤에도 늦게 아이를 데리러 온 부모에게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 듣지 못한 채 천사처럼 웃어 보여야 하는 게 보육노동자의 사명이기도 하다.

우리는 여성의 삶이 어떤 부분에서는 변했지만 어떤 부분은 1백년 전과 전혀 다름없다는 것을 날마다 확인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 자리에 모인 여성 노동자들은 투쟁 속에서 행복과 신명을 느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그 목소리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으로 인해 쌓인 분노와 잠재된 폭발력이 이제 굉음을 내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였다.

한때 나는 여자인 것이 싫었고,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다며 그렇게 사는 건 개인의 잘못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남자들에게 어떻게든 이겨 보이고 싶었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혜택이 역겹다고 한 적도 있었다. 내 동료들은 그저 애 보는 사람으로 평가받기 싫어, 생활임금도 못 받으면서 ‘알파걸’처럼 보이기 위해 루이비통과 MCM, 부르조아와 랑콤, 아가타와 스와치를 몸에 치장하기도 한다.

어떻게 해야 우리 여성들이 해방될까? 의회에 진출한 여성 몇몇이 여성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는 없다. 남성들의 ‘혜택’을 가져오는 것도 해결책일 수 없을 것이다. 남녀 노동자의 단결된 투쟁을 통해 평등으로 향하는 길을 보여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레이디’가 아닌 ‘프롤레타리아’로서 사회변혁의 주체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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