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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전술을 결정한 이랜드 노조 총회

3월 9일 이랜드 노조가 총회를 열어 이남신 수석부위원장의 진보신당 총선 비례후보 출마를 재확인했다. 이미 3월 4일 총회에서 찬성 60퍼센트로 같은 결정은 내린 바 있다.

이랜드 노동자들은 애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김경욱 위원장)으로 총선 전술을 고민했다. 총선에서 이랜드 투쟁을 쟁점화하고 투쟁의 불씨를 이어가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진보정당의 분열 상황이 이랜드 노조를 힘들게 했다. 먼저 민주노동당 천영세 비대위는 비례후보 전략공천에서 이랜드 노조를 배제했다. 국민 70퍼센트의 지지를 받은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을 배제하면서 ‘외연 확대’를 말하는 천영세 비대위의 태도는 납득할 수 없다.

민주노동당 비례후보 출마가 좌절된 이랜드 노조는 진보신당 비례후보 출마를 검토하게 됐고 3월 4일 총회에서 출마를 결정했다.

물론,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분열 후유증이 이랜드 투쟁에 고스란히 투영돼 혼란이 가중되고 연대 투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런 우려 때문에 이랜드 노조는 결국 총회를 다시 한 번 소집했다.

3월 9일 총회에서 민주노총 지도부와 서비스연맹 지도부는 이랜드 노조의 결정을 되돌리려고 안간힘을 썼다. 김경욱 위원장이 보고한 바에 따르면,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은 ‘현대차노조 대의원대회에 직접 찾아가 이랜드 생계비를 걷어오겠다’고 약속했고 ‘언제든지 찾아와서 투쟁 계획을 논의하라’고 했다. 3개월째 면담이 성사되지 않아 왔는데 말이다.

서비스연맹은 총선에서 이랜드 이슈화, 홍콩 원정 투쟁, 이랜드 거래 금융권 압박, CMS를 통한 생계비 보장, 투쟁사업장 공동 집중 투쟁 등 기대할 만한 투쟁 계획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런 제안이 왜 지금 시점에 제시되는지 의구심을 낳았고 부당한 압력으로 느껴졌다. 한 조합원은 “왜 진작에 이런 계획을 내놓지 않았느냐”며 서운해 했고, “진보신당으로 출마하면 이 계획들은 없어지는 거냐”고 묻기도 했다.

서비스연맹 김형근 위원장은 “이랜드 동지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존중하겠다. 어떤 것을 해야 연대하겠다는 건 아니다”고 했지만, “마음이 떠날 수는 있다”고 했다.

민주노동당 이해삼 전 최고위원의 발언은 실망스러웠다. 그는 “이랜드 노조가 조직적으로 결정해 민주노동당에 비례후보 공천을 요구하지 않았다”며 공천 탈락의 책임이 이랜드 노조에 있다는 투로 말했다. 그러나 김경욱 위원장이 후보로 추천한 이남신 동지를 설득력 없는 이유로 탈락시킨 것은 바로 민주노동당 천영세 비대위다.

그러면서 “연대단위에 금이 가는 결정”을 하지 말라고 지난 총회 결정의 폐기를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을 얻기 어려웠다. “감옥 갈 각오로 연대하겠다”, “전당적인 생계비 모금을 하겠다”고 했지만 말이다.

상급단체와 연대단위 들의 발언을 들은 후 이랜드 노동자들은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이랜드 순천지부 동지들은 지난 총회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고통스럽게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정을 뒤집을 수 없다는 정서도 컸다.
마지막 두 조합원의 발언으로 총회장은 눈물로 젖었다. “우리가 왜 이런 고민을 해야 하나. 너무 가슴이 아프다. 피눈물 나는 투쟁을 하는 동안 조금만 더 연대해 줬다면 이렇게 안 됐을 것이다. 모두가 한마음이면 좋겠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왜 이제 왔나?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은 왜 우리를 이용하려 하나? 정말 원망스럽다. 내 아들 대학 들어갔는데 등록금도 없다. 우리 아줌마들 매일 울고 있다. 우리 투쟁하게 그냥 나둬 달라.”

결국 투표 결과 조합원 53퍼센트가 진보신당 후보로 나가는 지난 총회 결과를 지지했다. 결과가 나온 후 김경욱 위원장은 “이제 누구도 이랜드 조합원들을 압박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 연대 투쟁 약속들을 모두 시행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논란은 없어야 한다. 후보는 내지만 우리는 어느 쪽 선거운동도 하지는 않겠다. 투쟁 중심으로 갈 것이다” 하고 말했다.

치열한 토론 끝에 내린 이랜드 조합원들의 자주적인 결정은 존중돼야 한다. 조합원들은 투쟁의 돌파구가 생기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랜드 투쟁은 비정규직 차별에 맞선 투쟁의 희망과 미래를 제시해 왔다. 상급단체와 각 연대단위들의 연대 투쟁은 흔들림 없이 계속돼야 한다. 이번 총회에서 민주노총과 서비스연맹, 민주노동당 등이 약속한 계획도 빠짐없이 이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