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 폐지 이후 호적법을 대체한 새로운 신분등록제(‘가족관계등록 등에 관한 법률’)가 2008년 1월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 원칙이 반영”됐다는 대법원의 홍보와 달리, 가족관계등록법은 시행되자마자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우선, 개인의 비밀과 프라이버시가 전혀 보호되지 않는다. 가족관계등록부는 사용 목적별로 5종의 증명서(가족관계증명서, 개인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 입양관계증명서, 친양자입양관계증명서)로 나뉘어 발급되는데, 여기에 드러나는 정보가 호적과 거의 차이가 없다.

두 아이를 입양한 한 여성은 아들의 기본증명서에 ‘버려진 아이’였다는 사실이 기록돼 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일다〉). 가족관계증명서에는 혈연관계를 중심으로 부모와 자녀 관계가 기록돼 입양 사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또, 친권이나 양육권이 없어도 결혼 전에 낳은 아이나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까지 기재된다. 혼인관계증명서에는 과거 혼인경력도 기재된다.

아버지 성을 따라야 하는 원칙도 여전하다. 물론 혼인신고 시 부부가 협의했을 때는 자녀가 어머니의 성을 따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 자녀가 어머니의 성을 따르거나 재혼한 아버지의 성을 따르려면, 재판을 청구해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배우 최진실이 법원에 낸 자녀 성 변경 신청이 1차 기각된 데서 보듯이, 법원의 판결은 보수적인 편이다. 재혼한 남편의 성으로 자녀의 성을 변경한 경우에도 재혼한 남편이 아내의 자녀를 친양자로 입양하지 않으면 가족관계증명서에 친부가 기재된다.

성평등과 다양한 가족에 대한 차별 해소, 정보인권 보호라는 원칙에 기초한 목적별 신분증명제도 도입을 요구했던 사회운동단체들(‘목적별신분등록법제정을위한 공동행동’)이 지적했듯이, 가족관계등록법이 호주제 아류에 불과하다는 점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