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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영화 〈4개월 3주 … 그리고 2일〉을 보고

여성의 날 1백 주년을 맞고, 낙태 합법화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요즘 눈길을 끄는 영화가 있다. 〈4개월 3주 … 그리고 2일〉은 차우세스쿠 독재정권이 낙태를 불법화한 루마니아에서 은밀히 낙태를 하려는 가비타와 이것을 돕는 친구 오틸리아에 대한 이야기다. 이 영화는 낙태에 대한 여성들의 심리를 불편할 정도로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낙태 시술자는 둘의 절박한 상황을 이용해 악질적인 요구를 하지만, 가비타와 오틸리아는 시술 장소인 호텔을 빌리기도 돈을 마련하기도 어렵다. 세상은 가혹하게 차가운데 가비타의 남자 친구는 그림자도 비치지 않는다.

카메라는 숨막힐 만큼 불안한 오틸리아의 심리를 끈질기게 쫓아간다. ‘왜 오틸리아는 처절하게 희생하며 가비타를 돕는 걸까?’ 하는 의문은 오틸리아가 자기 남자 친구에게 자신이 임신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추궁하고, “적어도 가비타는 날 도와주겠지” 하고 말하는 모습에서 쉽게 풀리고 만다.

1960~1980년대 루마니아에서는 불법 낙태시술로 여성 50만 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공식적으로는 낙태가 존재하지 않았던 때다.

낙태에 대한 사회적 해결이 절실한 오늘도 또 다른 가비타와 오틸리아가 비밀리에 병원을 찾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