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통령이 되고 싶어 안달인 버락 오바마는 옛 민권 운동 지도자 마틴 루터 킹 목사의 후계자를 자처한다. 그러나 오바마 선거 운동의 내용은 킹 목사의 급진주의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오바마는 킹 목사가 주도했던 운동에 빚을 지고 있다. 흑인 정치인이 미국 대통령 후보로 고려되는 사실 자체가 민권 운동의 성과다. 

오바마의 선거 운동은 현재 미국인들의 변화 열망을 이용하고 있다. 민주당 예비 후보 경선과 코커스 들의 출구 조사를 보면, 오바마는 여성·빈민·청년·흑인·이주민 등 이전에는 투표에 참가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광범한 지지를 얻고 있다.

오바마는 자신의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대통령 오바마가 아니라 대중 스스로의 힘을 믿으라고 호소했다. 또, 오바마는 대선 예비 후보 중 처음으로 인종차별주의에 관해 발언했다.

그러나 오바마는 킹 목사의 스타일을 흉내내고 있지, 그의 입장을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오바마는 민주당의 기업 친화적인 정책들을 분명하게 지지한다. 거의 모든 핵심 쟁점들에서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 사이에는 큰 차이가 없다.

오바마는 2백만 명의 개인들이 [선거 자금에] 기부했다고 자랑하지만, 그의 선거 운동은  주로 기업과 부유층의 기부금에 의존하고 있다. 오바마는 지금까지 약 1억 4천만 달러를 모았는데, 그 중 상당 부분은 금융 엘리트에게서 받은 것이다. 오바마의 주요 자금조달 창구 중 17명은 헤지펀드나 사모펀드 운영자들이다. 그 중 한 명인 케네스 그리핀은 초기부터 오바마 선거 운동에 뛰어 들었는데, 그는 미국의 펀드 운영자 중 두 번째로 많은 보수를 받는다.

모순된 행동

오바마는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다수의 미국인 편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이려 한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처음부터 이라크 전쟁에 반대했음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그러나 말년에 미국 제국주의에 단호하게 반대했던 킹 목사와는 달리, 오바마는 이라크 전쟁에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길 수 없기’ 때문에 반대한다. 

오바마는 이라크 점령에 무제한의 예산을 지급해 달라는 부시의 요구를 상원에서 거듭 승인했다. 또, 오바마는 아프가니스탄 병력 증파를 요구할 뿐 아니라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을 지지하고 이스라엘의 행동을 옹호한다.

오바마는 모순된 행동을 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변화를 절실히 갈망하는 대중에게 어필하려 애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당선 가능하게’ 보이려고 노력하면서 자신이 절대 평지풍파를 일으키지 않을 후보임을 기업 후원자들에게 증명하려 한다.

그래서 오바마는 인종차별주의에 반대하는 발언을 하면서도 자신의 옛 담임 목사인 제레미아 라이트의 인종차별주의와 제국주의에 관한 급진적 관점을 비판했다. “[제레미아는] 미국에 백인들의 인종차별주의가 광범하게 퍼져 있고, 중동의 분쟁들이 사악한 급진 이슬람의 이데올로기 때문이 아니라 이스라엘 같은 용감한 동맹들의 행동 때문에 일어나고 있다는, 미국에 대한 왜곡된 관점을 대변하고 있다.”

오바마는 계급 문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다운사이징, 아웃소싱, 자동화, 임금 정체, 고용에 기초한 의료와 연금 제도의 해체, 청년들이 세계경제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기술을 가르쳐주지 못하는 학교 등 흑인과 라티노[스페인어를 쓰는 라틴아메리카계 이주민과 그 후손들]가 당면한 문제들은 백인을 괴롭히는 문제들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그러나 동시에 오바마는 1990년대에 전 대통령 빌 클린턴이 추진했던 빈민 복지 공격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바 있다. 오바마는 2006년 발간된 자서전 《담대한 희망》[국역 《버락 오바마 담대한 희망》]에서 “[클린턴] 이전의 복지 체제에 대한 보수주의자들과 빌 클린턴의 의견이 옳았다” 하고 썼다. 

대안 운동

빌 클린턴과 그의 1990년대 복지 ‘개혁’을 지지한 데서 볼 수 있듯이, 오바마의 정책들은 거리의 급진 운동보다는 민주당 주류나 기업과 훨씬 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만약 오바마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된다면, 좌파는 그동안 민주당이 저지른 잘못과 상관없이 민주당을 지지해야 한다는 압력을 크게 받게 될 것이다. 좌파가 그런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대안 운동을 건설하기가 그만큼 힘들어질 것이다. 킹 목사를 포함해 1960년대 운동의 지도자들은 바로 이런 압력에 저항했다.

말년의 킹 목사는 미국 지배자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그러나 지금 미국 자본 중 오바마의 당선 가능성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부류는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미국의 보통 사람들은 급진적 변화가 필요한 상황에 처해 있다. 미국 경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노동시간을 연장하고 노동강도를 강화해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노동자들은 먹고살기 위해서 발버둥쳐야 했고, 미국 경제는 노동자들이 진 빚으로 굴러갔다. 

이제 빈민들이 금융위기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2007년에만 1백50만 채의 집들이 회수됐고, 2009년까지 추가로 2백만 채가 더 회수될 예정이다.

인종차별주의는 일상적 현실이다. 흑인 실업률은 백인보다 두 배나 높다. 20~34세 사이의 흑인 아홉 명 중 한 명이 감옥에 갇혀 있다. 또래의 평균은 서른 명 당 한 명이다. 

자본주의 체제에 타협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도전하는 운동만이 그런 근본적인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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