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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과학 서점 사찰:
이명박은 ‘좌파 적출 수술’의 메스를 드는가?

각종 개악과 반동, 추문들 때문에 집권하자마자 지지율이 추락한 이명박이 이른바 ‘신공안 정국’을 준비하는 듯하다. 국가보안법에 의한 구속자가 늘고 있고, 경찰이 대운하 반대 교수들을 사찰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최근에는 서울지역 인문사회과학 서점에 대한 사찰까지 시작했다. 성균관대 앞 ‘풀무질’ 서점과 서울대 앞 ‘그날이오면’ 서점에 경찰과 공안기구 요원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이 극좌파 단체들의 간행물들을 무더기로 사 가고 있다.

풀무질 서점 대표 은종복 씨는 “수집 간행물 목록에는 《사회주의 노동자》, 《사회주의자》, 《실천》과 더불어 〈맞불〉도 포함됐다”고 말했다.

사회과학 서점 사찰은 주로 군사독재 정권과 김영삼 신한국당 정부하에서 벌어졌던 일이다. 탄압이 강화됐던 1997년 4월에는 ‘풀무질’, ‘그날이오면’, 고려대 앞 ‘장백서원’ 대표가 남영동 대공분실로 연행되기도 했다.

당시 경찰청 보안과는 서점 대표들이 좌파 단체들의 간행물을 서점에 단순히 비치해 놓았다는 이유로 이들에게 국제사회주의자 조직원 혐의를 씌우려 했다고 한다. 그러나 증거를 찾지 못해,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 판매죄로 구속했다.

당시 이적표현물로 규정된 책들에는 《전태일 평전》, 《태백산맥》, 《말》 등이 포함됐다.

극좌파

은종복 씨는 당시 수사관들에게 “이런 책들은 대형서점들도 모두 파는 책인데, 그곳 대표는 왜 조사하지 않느냐?” 하고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수사관들은 “그들은 단지 판매를 위해서 책을 파는 것이고 당신들은 불온한 사상을 전파하고 북한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 그러는 것 아니냐?” 하고 호통을 쳤다고 한다.

그들은 국가보안법 제7조 1항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문구를 들이대며 위협했다. 정(의도)이 있는지 없는지는 자기들 멋대로 판단할 수 있다.

1997년은 IMF 경제 공황으로 나아가고 있는 시기였고, 노동법·안기부법 개악에 맞선 민주노총 파업의 결과 김영삼 정권이 총체적 위기에 빠진 시기였다.

당시 김영삼 정권은 친북 혐의를 씌워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규정하기도 했지만, 국제사회주의자 조직과 같이 친북과 무관한 사회주의 단체들을 겨냥한 공격도 병행했다. 더불어 인문사회과학 출판사와 서점에 대한 사찰과 탄압을 통해 사상·표현의 자유에 대한 전반적인 공격을 감행했다.

지금 세계경제 위기 속에서 한국 경제도 후퇴하고 있고, 이명박은 임기 초부터 위기에 빠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는 극좌파들을 속죄양 삼으며 사상·표현의 자유에 대한 전반적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 인문사회과학 서점에 대한 사찰은 이러한 위험을 보여 주고 있다.

진보진영이 사상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국가보안법에 맞서 단결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