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한국 남성과 결혼한 스물 두살 베트남 여성 쩐띠란은 자기 아파트 14층에서 뛰어내려 죽었다. 고향에 간절히 돌아가고 싶어 했던 그녀는 결혼 1개월 만에 뼛가루가 돼서야 베트남의 어머니에게 돌아갈 수 있었다.

지난해 7월에는 베트남 여성 후앙마이가 남편에게 맞아 갈비뼈가 18개나 부러진 채로 죽은 지 8일 만에 발견됐다.

이 비극은 결혼 이주 여성들의 고통을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 준 사례다. 결혼 이주 여성들의 상당수가 ‘사 온’ 물건 취급받으며 남편과 시어머니의 냉대와 폭언, 폭력, 성적 학대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 통계로도 결혼 이주 여성의 12.5퍼센트가 심각한 가정 폭력을 경험했다. 통계로 드러나지 않는 실제 비율은 훨씬 높을 것이다. 조선족을 제외한 이주 여성들은 말도 잘 통하지 않아 더욱 고통스런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

국제결혼을 광고하는 현수막들은 이주 여성 인권의 현주소를 보여 준다.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 초혼, 재혼, 장애인 환영”,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 “만남에서 결혼까지 7일”, “염가제공” …

‘염가 제공’

이주 여성들을 이토록 고통스러운 국제 결혼으로 내모는 것은 바로 지긋지긋한 빈곤이다.

“[베트남에서] 가족 위해 나는 고생스러운 일을 많이 했지만, 월급은 적었다. 어느 땐 냉동식품에서 일하고, 어느 땐 가구공장에서 일하고 … 일 없으면 남의 논밭에서 일했다. … 힘든 일 많이 했지만, 생활비로 다 쓰고, 남은 돈이 없었다.” (후앙마이의 일기)

결혼 이주 여성들의 출신국들은 모두 심각한 양극화와 빈곤의 문제를 안고 있다. 캄보디아에서는 국민의 35퍼센트가 절대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동안, 외국인과 부자들을 위한 고급 아파트가 급증해 땅값이 치솟고 있다. 필리핀은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1천8백만 명이나 된다.

이런 현실 때문에 이들 나라의 여성들은 이주를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특히, 결혼을 통한 이주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체류를 보장받는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그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주 여성과의 결혼이 전체 결혼의 10퍼센트나 차지하고 있다.

빈곤 탈출을 위해 한국 남성과의 결혼에 필사적인 아시아 여성들의 맞은 편에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희생자인 가난한 한국 남성들이 있다.

사람들이 다 떠나가고 하루에도 몇 명씩 음독자살하는 농촌의 남성들, 도시 빈민, 빈약한 사회복지로 고통받는 장애인 등 ‘정상적인’ 연애와 결혼이 힘든 남성들이 국제결혼을 선택한다. 농촌의 경우 국제결혼 비율이 무려 41퍼센트에 이른다.

결혼 이주 가정의 52.9퍼센트가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으로 살고 있고, 대부분 차상위 빈곤계층이다.

이러한 결합이 행복한 결혼 생활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와 꿈은 쉽게 깨질 수밖에 없다. 빈곤에 찌들고 말까지 통하지 않는 관계에서는 갈수록 냉대와 폭력,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인 가정에서도 경제적 어려움이 심할수록 가정 폭력과 불화가 심하다.

결혼 이주 여성들의 결혼 생활을 비극으로 내모는 근원에는 무엇보다 한국 정부의 잔인한 이주 정책과 국제결혼 정책이 자리잡고 있다.

한국의 지자체들은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사업을 하며 국제결혼을 부추겨 왔지만 정작 국제결혼 가정의 안정적 결혼 생활을 지원하는 데는 무관심하다.

정부는 결혼 이주 여성을 저출산·저혼인 시대에 한국으로 시집와서 아이를 낳고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며 노동력 재생산을 맡아 줄 수단으로 여길 뿐 이주 여성들의 행복이나 인권에는 관심이 없다.

이런 이해타산 때문에 정부는 결혼 이주 여성의 자유로운 이동과 안정적인 한국 정착, 이혼의 완전한 자유를 허용하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1998년 한국 정부는 결혼과 동시에 국적을 부여하던 기존 국적법을 개정해 2년 이상 결혼 생활을 잘 유지해야만 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했다. 이주 여성들은 2년 동안 어떤 일을 당하든 참아야만 한국에 계속 체류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 들어 남편의 책임으로 결혼이 파탄 난 경우 등에는 결혼 2년이 되기 전이라도 국적 취득이 가능하도록 국적법이 개정됐지만, 결혼 파탄에 책임이 없음을 이주 여성 본인이 직접 입증해야만 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한국말이 서툴러 기본적인 사회생활도 힘든 이주 여성에게 이것은 그냥 참고 살라는 말일 뿐이다.

더구나 귀화시험에서 한국어 필기시험을 포함시켜 국적 취득을 더 어렵게 했다. 이 때문에 전체 결혼 이주 여성 중 국적을 취득한 여성은 38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국적법은 결혼 이주 여성들을 남편의 부속물로 취급하고 있다. 체류를 위한 비자 갱신과 국적 취득을 위해서는 3천만 원 이상의 보증금이 있어야 하고(남편이 마련해 줘야 가능한 돈이다) 남편이 반드시 동행해야 한다.

‘인신매매’

이주 여성들은 국적 취득 전에 결혼이 잘못되면 합법적으로 일자리를 구할 수도 없다. 결국 빈곤과 가정 폭력, 남편과의 불화에 시달리는 결혼 이주 여성 대부분이 참고 살아가고 있다.

도저히 견디지 못해 가출한 여성들은 불법체류자가 되거나 본국으로 강제 출국당한다. 가스총, 그물총, 전자충격기까지 사용해 불법체류자들을 인간 사냥하는 사회에서 이들에게 선택의 여지는 별로 없다.

이러한 한국 정부의 반인권적 국제결혼 정책은 국제결혼 브로커들이 ‘인신매매’나 다름없는 결혼중개업을 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후앙마이와 쩐띠란의 죽음과 같은 비극을 막으려면 정부의 비인간적 이주 정책이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결혼 이주 여성들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신고만으로도 국적과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성의 자유는 경제적 독립 없이 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이주 여성들에게 자유로운 취업을 전면 보장해야 한다. 또, 한국어 교육을 비롯한 사회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이주자들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모든 이주 규제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 그래야 단지 경제적 이유 때문에 애정과 인간적 교류 없이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팔려 가’ 결혼하는 비극이 더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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