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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반대국민행동 진로 논쟁 ②:
파병반대국민행동은 유지ㆍ강화돼야 한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의 해소를 주장했던 참여연대가 최근 다행히 한걸음 물러서 해소 입장을 철회했다고 한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 듯하다.

먼저, 파병반대국민행동 해소안 자체가 너무나 터무니없어 파병반대국민행동 소속 단체들의 지지를 받기 어려웠다. 파병반대국민행동 기획단의 김광일 씨는 “회의 소집을 위해 파병반대국민행동 소속 단체들에게 연락했을 때 참여연대의 해소안이 뜬금없고 황당하다는 반응이 많았고, 4월 4일 회의에서도 회의 참가 단체의 다수가 해소에 반대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내에서도 이견이 있었다고 한다.

참여연대가 파병반대국민행동과는 독자적으로 주도해 조직한 이라크 개전 5주년 행사도 그리 주목을 받지 못했다. 반면, 파병반대국민행동의 3월 16일 시위는 성공적이었고 언론에도 더 많이 보도됐다.

참여연대는 해소 주장에서는 물러섰지만 파병반대국민행동의 ‘전환’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런데 참여연대의 ‘전환’ 주장은 구체적으로 따져 볼 때 파병반대국민행동의 성과를 유실시킨다는 점에서 해소안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4월 4일 파병반대국민행동 회의에서 정대연 기획단장도 ‘반전평화연대회의’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정대연 기획단장은 한국진보연대 정책위원장이기도 하다. ‘반전평화연대회의’는 “느슨한 준상설적 연대체”이며, “대테러 전쟁과 이를 지원하는 한국 정부의 정책에 대한 대응”을 기본의제로 하고, “‘운영위원회’와 같은 단일한 회의구조만 운영하며, 필요한 경우 사업에 따라 간사단체를 두거나 ‘기획팀’을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등 조직운영을 가볍게 하여 ‘상황실 중심’이 아닌 단체들의 활동을 중심으로 운영”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제안서 작성과 배포, 파병반대국민행동 평가와 ‘반전평화연대회의’ 구성을 위한 토론회(공개적이고 대중적인), 그리고 가입 여부를 확인하는 조직사업을 거쳐 결성 기자회견을 가지자”는 계획을 내놨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을 해소하고 새로운 연대체를 구성하자는 것이다.

해소 효과

정대연 단장이 제시한 반전 운동의 기본 의제와 연대체가 느슨해야 한다는 구상은 공감할 만하다. 그러나 정대연 단장이 제시한 전환은 공동 행동을 위한 연대체에서 느슨한 회의체로 후퇴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종류의 회의체는 합의가 안 될 경우 아무것도 할 수 없기 십상이다. 얼핏 민주적 운영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상 주요 단체 — 한국진보연대나 참여연대 — 들이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조직으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 그렇지 않을 때는 긴 휴지기를 갖게 돼 사실상 해소 효과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참여연대도 해소 주장을 접고 전환안을 지지한 듯하다.

4월 4일 회의에서 다함께, 사회진보연대, 보건의료단체연합 등이 정대연 단장의 전환안을 반대했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의 성과를 보존하면서 반전 운동의 발전을 추구하려는 사람들은 해소뿐 아니라 지금의 전환 계획에도 반대해야 한다.

그러나 파병반대국민행동 유지를 주장하는 것이, 결코 파병반대국민행동의 보완점과 혁신과제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기층의 풀뿌리 단체들과 연관맺기 위한 노력, 개인들이 함께 반전 운동을 펼칠 수 있는 개방적 조직 형태, 집회와 시위를 넘어선 다양한 활동들의 개발 등은 파병반대국민행동이 수행해야 할 과제다. 이런 과제는 파병반대국민행동을 유지하면서 해야 하는 것들이다.

최근의 논쟁 여파로, 파병반대국민행동이 총선에 출마한 파병 찬성 전력자에 대한 대응 등의 활동을 조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명박이 부시와 파병 지원을 논의할 한미 정상회담도 곧 열릴 예정이다. 상시파병법의 문제를 알리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아울러, 3.16 국제공동반전행동을 지지했던 단체·개인 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이런 일들이 한국 반전 운동의 더 절박한 과제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