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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지에서 마녀사냥을 준비 중인 국가정보원

“이제 정권이 오른쪽으로 갔으니 청와대 386에서부터 통일연대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손보지 않았던 친북세력들을 찾으려 한다.”

국가정보원(국정원)이 최근 이른바 ‘일심회’ 사건으로 복역 중인 장민호 씨를 만나 회유·협박한 내용이다. 국정원은 징역 7년형을 받아 감옥에 갇혀 있는 장민호 씨의 처지를 악용해 감형을 미끼로 또 다른 ‘간첩’ 사건 만들기에 필요한 진술을 강요했다. 국정원은 면접관도 CCTV도 없는 곳으로 은밀히 장민호 씨를 불러냈다.

국정원의 음험한 공작은 소위 ‘민주화’됐다는 정부하에서도 계속돼 왔다. 노무현 정부 때도 국정원은 ‘6·15 이후 최대의 간첩단 사건’이라며 이른바 ‘일심회’ 사건을 발표했지만, 결국 간첩단의 실체는 존재하지도 않는 것이 판결을 통해 드러났다. 지난해에도 국정원은 구속 중인 한국민권연구소 최희정 씨를 회유·협박해 ‘한총련 배후조직도’를 그리라고 강요했지만 구속된 사람들 모두 관련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국정원의 ‘아님 말고’ 식 수사의 문제는 최근 송두율 교수와 임동규 전 범민련 부의장의 ‘간첩’ 혐의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판결을 한 것에서도 드러난다. 2004년 당시 한나라당과 ‘고문기술자’ 정형근은 송두율 교수를 “건국 이후 최고위급 거물 간첩”, “북한의 구라파 간첩 총책”이라고 마녀사냥했고, 노무현 정부의 법무부 장관 강금실도 “[검찰의 의견과] 다를 게 뭐 있겠냐”며 동조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을 통해 이 사건도 결국 터무니없는 부풀리기였음이 드러났다.

공안기관의 이러한 마녀사냥의 칼끝은 친북적 개인만 겨냥한 것이 아니었다. 공안기관은 국가보안법을 이용한 탄압으로 진보진영 전체를 고립·위축시키고 사회 전체에 억압적 분위기를 조성해 정권에 대한 비판을 입막음하는 효과를 냈다.

이런 이유로 지배자들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간첩’ 소동을 일으키곤 했다. 2004년에도 송두율 교수 ‘간첩’ 만들기를 통해 지배자들은 반전 운동과 탄핵 반대 운동으로 표현된 대중의 급진화를 차단하려 했다. 노무현 정부가 개혁 배신 때문에 임기 말 심각한 레임덕에 빠졌을 때 국정원은 북핵 실험으로 경색된 국면을 이용해 ‘일심회’ 사건을 터뜨렸다.

이명박도 각종 개악을 비롯한 반동적 행태로 취임하자마자 지지율이 추락하고 총선에서는 측근들이 줄줄이 낙마하는 등 위기를 겪고 있다. 경제는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이명박이 쉴 새 없이 밀어붙이고 있는 신자유주의·친기업 정책들에 대한 반감이 곳곳에서 켜켜이 쌓이고 있다.

장민호 회유·협박 사건은 이런 위기 상황에서 이명박의 ‘부자천국 서민지옥’ 시대에 맞선 투쟁의 발목을 잡고 진보적 목소리를 위축시키려는 마녀사냥의 준비를 보여 준다.

북한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든 사상은 토론의 대상이지 처벌의 대상이 아니다.

이명박에 맞서 싸우기를 원하는 사람은 사상의 차이를 떠나 국가보안법을 이용한 탄압 시도에 맞서 함께 싸울 준비를 해야 한다.